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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공연, 음악

내가 사랑했던 J-POP 밴드스코어(악보)들

by 대학맛탕 2025. 1. 4.

일렉기타를 완전히 접기로 했다. 

올해 빠져든 Ellegarden의 스타 피쉬(スターフィッシュ)의 기타 전 파트를 카피해서 녹음한 것이 그 계기.
 


제대로 해 보니 이 포스팅에서 소개할 곡들보다 훨씬 쉬운데도 하루 2시간씩 대략 3주가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시간이 없지만 언젠가는 연주해 봐야지..' 라며 치지도 않으면서 미련만 남아서 그만둘 생각을 못 했지만, 제대로 해 보니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셈이다. 
 
그동안 소중하게 보관해 왔던 밴드스코어를 처분하기 전에 하나씩 펼쳐보기로 했다. 순서는 애정도와 상관없이 그냥 사진찍은 순. 
 
 
2000년에 발매된 LUNA SEA의 마지막 앨범이자 베스트 앨범 PERIOD. 

 
앨범의 앞 뒷면의 질갑까지 그대로 재현한 명 밴드스코어.

 
첫 번째 트랙인 LOVE SONG을 참 좋아하는데, 일본 사람들 중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서 의외였다. 코드가 쉬워서 초보자도 연습하면 어렵지 않은 곡. 다만 일렉기타 파트는 CD에서는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악보대로 들리지 않는다. 어쿠스틱 파트만 치며 불러도 좋지만 말이다.

 
보통은 첫 페이지에 가사가 있지만, 앨범을 그대로 밴드스코어화한 책은 이렇게 악보가 끝난 뒤에 앨범과 같은 디자인으로 가사가 실어놓은 케이스도 있다.

 
가장 자주 친 곡은 IN SILENCE인데 왜인지 I for You만 찍었다. 군대시절 복사해 가서 많이 연습했던 곡.

 
2000년대에 신천역에 일본음악 앨범을 파는 샵이 있었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름이 J-뭐시기였는데..


내 마음속의 영원한 봄노래, 히스테릭 블루의 春~Spring~. 오락실에서 드럼매니아로 처음 들은 뒤 20년 넘게 봄마다 들어온 곡. 그 노래가 실린 1집 baby blue의 밴드스코어다.  

 
보컬 타마는 동영상에서 볼 때는 이런 얼굴이 아니었는데, 데뷔 시절에는 투투의 황혜영과 상당히 닮은 스타일이었다.

 
10년 전에 기타학원을 잠깐 다녔을 때 연주해 보고 싶은 곡이 있으면 악보를 가져오라 하셔서 다른 책들과 같이 들고가서 쌤에게 물어봤더랬다. 악보를 쭉 살펴보시더니 일단 히스테릭 블루는 거르자고 하셨다. 다른 것들보다 훨씬 어렵다고.

 

 

여기 싣는 앨범들 중에 아마도 가장 많이 들었을 X-JAPAN의 대표 앨범 X SINGLES. 90년대 당시 한국의 블랙 뮤직마켓(?)에서 아마도 가장 잘 나갔던 앨범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연주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해서 책이 아주 깨끗하다.

 
90년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J-POP, ENDLESS RAIN. 이건 피아노가 주라서 쳐 볼 생각을 못 했는데 한번 해 볼껄 그랬다.

 
싱글 버전이 압도적으로 좋은 WEEK END. 주말이 아니라 종말이라는 뜻이라는 썰을 PC통신 나우누리의 어떤 게시판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본래 수록된 앨범 BLUE BLOOD 버전보다 중간의 기타솔로 부분이 완전히 달라서, 이걸 듣다가 블루 블러드 버전을 들으면 굉장히 밍밍한 느낌.

 
JEALOUSY 앨범 수록곡인 HIDE 작곡의 JOKER. 히데 노래는 워낙 거를 타선이 없어서, 싱글즈에 실린 SADISTIC DESIRE도 참 좋다.

 
2006년인가 서울역에 북오프가 오픈했을 때 가서 샀던 Mr. Children 베스트 콜렉션. 가장 쳐 보고 싶은 EVERYTHING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지만, 밴드 스코어가 딱 이 책 하나뿐이라 바로 집어들었다.

 
미스치루 노래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CROSS ROAD. 가라오케 바에서 종종 부르지만 일본 사람들도 40대 이상 아니면 거의 모르는 듯. 드라마 주제가였다고 한다.

 
 
시암 셰이드의 대표곡만 모은 SIAM SHADE Ⅸ A-side Collection.

 
이 앨범 자체가 시암 셰이드의 베스트곡을 쫙 모아놓은 곡이라 라인업이 아주 빵빵하다. 시암 셰이드는 X-JAPAN만큼이나 어려워서 맨날 RAIN 인트로의 6번줄만 띵~ 팅기고 아 이런 곡이구나 하고 구경만 했다.

 
 
바람의 검심 주제가 1/3의 순수한 감정. (1/3の純情な感情) 태진 노래방에 떴을 때부터 많이도 불렀더랬다. 아르페지오 악보만 봐도 귀에서 자동 재생되는 느낌.

 
뒤늦게 알았지만 RAIN 다음으로 좋아하게 된 グレイシャルLOVE. 하모닉스를 못 쳐서 카피는 생각도 못 했지만, 가라오케에서는 가장 자주 부르는 노래.

 
여기 싣는 책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어느정도 카피도 했던 GLAY 싱글 콜렉션. 

 
5년간의 악보인데도 두께는 DRIVE만큼 두꺼워서 초기의 곡까지 충실히 실려있는 책. 

 
J-POP의 모든 곡 중 가장 많이 카피했고 가라오케에서도 가장 자주 부르는 최애곡 글로리어스(グロリアス). 

 
뮤직비디오에서 TAKURO가 도리도리를 하는 그녀의 모던(彼女の"Modern…"). 자주 쳤던 RAIN이나 SOUL LOVE를 두고 왜 이걸 찍었을까.

 
대학교 1학년 때 친구가 준 GLAY의 밴드스코어 3종. 정말 최대 히트곡만 모여 있다. HOWEVER는 인트로와 솔로 외엔 쉬운 코드만 있는데, 인트로의 그 속주를 아무리 연습해도 새끼손가락 풀링이 안 되서 100% 카피해 본 적이 없다. 유혹과 Winter, Again은 가라오케 바에서 가장 많이 듣는 글레이 노래.

 
이렇게 한 곡만 온전히 실은 밴드스코어를 밴드 피스(バンドピース)라고 한다.

 
 
 GLAY가 마쿠하리 멧세에 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시절 나왔던 베스트 앨범 DRIVE의 밴드스코어. 500만장의 대기록을 남긴 첫 베스트앨범 REVIEW만큼은 아니지만, 3년만에 또 나온 베스트 앨범인데도 무려 265만장이 팔렸다.

 
전성기 글레이의 유명한 곡이 다 있지만, 위에 소개한 싱글 콜렉션과 비교하면 초기의 명곡들이 싹 빠진 수준. 2000년대부터의 곡들은 글레이 특유의 기타 따로놀기(?)가 심해서 조금 카피해보다가 관두곤 했다.

 
인트로의 코드만 종종 쳐 보던 유혹.

 
아무리 딜레이를 걸어봐도 첫 인트로의 그 음색을 재현할 수 없었던 글로리어스.

 
 

그 GLAY가 동경해서 밴드를 결성하게 만든 밴드 BOOWY. THIS BOOWY는 그룹 해체 후 10년 뒤인 1998년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으로, 오리콘 차트 1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무려 145만장이 팔렸다. 해체 이후 한 번도 활동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다시는 볼 수 없는, 호테이 토모야스(布袋寅泰)와 히무로 쿄스케(氷室京介) 의 공연(共演). 

 
1988년 도쿄돔에서 열린 마지막 콘서트, BOOWY LAST GIGS의 오프닝 곡 B • BLUE. 90년대 비주얼 록에 비하면 비교적 쉬워서 기타 솔로까지 카피했었다. 다만 원곡과 똑같은 톤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엘르가든은 Marry Me 밖에 모르다가 올해 처음 제대로 들었다. 아니 일본어 보컬이 이렇게 좋은데 왜 영어곡만 있는 것인지. 코드 전개가 쉽지는 않지만 솔로가 없어서 힘 빡 주고 해 보니 어느정도 카피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침 이 앨범이 나온 것이 20년 전 군대에서 한참 기타만 칠 때였다. 저 어려운 루나 시나 라르크가 아니라 이 밴드를 카피했다면 조금이나마 기타를 더 잘 칠 수 있었을까? 올해라도 그 기분을 맛보게 해 준 엘르가든에게 감사를 보내며 포스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