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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ETC] SFC형님의 바깥나들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2. 9.
 하도 오랫동안 방치되서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었는데, 이사한 김에 오랫만에 가동 테스트를 했다.사실
갖고 있는 게임기들중에서는 PC엔진이 큰형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거 뭐 패드가 맛이 갔으니 이제
대략 은퇴하셨다고 생각하자.


첫 테스트 대상은 진 여신전생 2. 물론 끝까지 할 마음은 없지만 명작은 명작이기에 가동을 해 본다. 그러고보니
왼쪽의 변압기는 PS1 살 때 같이 산거니까 서열로 보면 PC엔진 다음이다. 변압기라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
었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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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안 나온다. 2번정도 팩을 불고 켠 끝에 성공. 이거 산지 5년밖에 안됐는데 너무한거 아냐!
(물론 살 당시의 중고가 몇년 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최근에 한 번 플레이해보고 싶어진 로맨싱 사가 2.


S단자로 연결한 것인데, 낮은 해상도가 좀 더 눈에 잘 띄인다. SFC게임은 RF단자로 물려줘야 맛인데..


내 머릿속의 데이터베이스엔 '자유도', '7영웅', '왕위계승' 정도만 남아있는데, 어떤 점이 그리 재미있나요?


아 그런데 이제 정말 턴제 못하겠다...블루 드래곤도 못하는 마당에..


 SFC를 처음 샀던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스트리트 파이터 2만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게임을 다 하면
스티로폼 케이스에 고이고이 모셔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휴지를 물에 적셔서 닦아도 주고, 패드 이음매
에 낀 먼지는 이쑤시개로 빼 주고...아주 보물단지 모시듯 했다 -ㅅ-; 나의 게임인생에 첫 RPG성 게임이
었던 성검전설 2는 지금도 내게 있어 최고의 게임으로 남아있고, 제대로 해 본 첫 RPG였던 FF6은 아직
도 엔딩을 보고 난 다음 '이제 뭐 하지..?'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중1때 킹오파때문에 정든 슈퍼컴보이를 팔고 네오지오로 바꿨다가 팩값에 좌절하고(킹오파95 25만원
인 것도 그렇지만 구종인 94가 17만원이라는 데에 완전히 GG) 3개월만에 다시 2번째 슈퍼컴보이로 컴백.
프론트 미션은 거의 끝까지 갔다가 세이브가 날아가서 빠이빠이했지만, 스토리 공략을 읽는 것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였다. 크로노 트리거는 대략 1주일만에 엔딩을 봤는데, 시간을 넘나드는 이벤트들은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다. 돌이켜보면 아마 크로노 트리거가 열성적으로 플레이했던 마지막 게임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극악 그 자체였던 도어 정령왕기전까지 포함시켜야 하나..)

 95년 9월에 PS를 구입했으니 비교적 빨리 차세대기를 갖게 된 셈인데, 그때문에 SFC 말기의 대작들을
거의 해 보지 못했다. 토발 No.1에서 체험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아니 신 슈퍼로봇대전을 클리어할 때
까지만 해도 새로나온 게임은 가급적 구입해서 엔딩을 본 편인데, 왠일인지 FF7에서 흥미가 완전히 가
셨다.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도리어 멀리하는 괴상한 버릇이 생겼던 것도 그 때, 사춘기까지 겹쳐
서인지 PS도 팔아버리고 한동안 게임을 안 했다.

 고1이 되서 다시 불타오른 게임의 열정으로 PS를 사려 했지만, 공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SFC와
FF 4, 5, 6을 구입했다. 야자 끝나고 집에 와서 1시간씩 하는 게임은 재미있었고, FF4를 어느정도 진행
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턴으로 바꾸어 버렸다.(공부한다며!!) 이미 눈이 높아진 탓이었을까. 
그 때 FF5를 했다면 아무래도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다. 

 정말로 공부한다고 새턴도 팔고 미니컴보이 라이트를 샀는데, 구입한 지 3일만에 컬러 소식을 들었다..
그로부터 수능 끝날때까지 게임을 안 했는데, 시각적인 면이나 게임플레이적인 면이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게임을 하지 않은 것이 지금도 아쉬울 따름이다.

 4번째 SFC는 군대가기 직전 일본여행 가서 싸게 구해왔다. 그게 바로 지금의 큰형님 SFC.

그리고 나의 완소 팩들..


 루리웹 스샷게시판 같은데서 '에이 이런거 일본 중고샵 가면 많은데 뭘 그리 오바하나여..' 할 것 같다. 맞다. 일본
중고샵 가면 널리고 널린 것들, 하지만 이 이상도 이하도 필요없다. 보고있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가끔씩 틀어서 마지막 보스 때려잡고, 어렸을 때의 그 감동을 다시한번 느끼고..이건 재미라기보다 아련한 추억 그
자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비닐에 고이고이 싸 두는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언젠가는 허무해지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FF5는 3번째 SFC와 에뮬, PS판으로 3번 플레이를 시도했는데, 항상 초반만 플레이하고 말았기 때문에
사실 완소 팩 목록의 기준에 미달이다. 언제한번 조용히 꺼내서 플레이해볼 수 있을까? 아마도 나이들어서 은퇴한
 뒤 또한번 먼지를 털어내고, 조용히 플레이해 보게 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 때 세이브가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