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백은 걸지 않는다. 제목은 본문과 별 상관이 없다.
그 글의 내용은 게임회사 이야기에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고, 1년 반정도 일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었던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난 면접을 본 적도 없고 다른 회사의 분위기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어쨌든 그동안 들어왔던 이야기랑 비슷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첫머리의 기획 의도(?)
게임 기획자 되기 매뉴얼 –Part.1-
본 문서는 게임 기획자를 꿈꾸며 헛된 땀을 흘리고 있는 (자칭) 기획자 지망생들에게 좀 더
적절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어드바이스를 주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좀 더 적절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어드바이스가 '될 수 있을지는'모르겠으나
쓰신 분에게서는 어드바이스를 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보이지 않는다. 들어가기도 무진장 어렵고
(스카이대 가던지 억세게 운이 좋던지) 만들고 싶은 게임도 만들 수 없을 거고, 운좋게 들어가
봤자 금새 그만둘 거라는 둥..결국 할 일이 못된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거, 현업 개발자들끼리 낄낄대며 현실한탄할때 하는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표현이 거칠거나 한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정말 '할 마음이 있는' 기획자 지망
생들의 꿈까지도 꺾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2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은데, 무엇을 할 지
몰라 방황하는 모습 말이다. 다음 두 포스팅에서 그런 마음이 느껴지실지..
저 때 조언을 해주신 두 분께는 지금도 정말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게임 하나를 만들기 위
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아는 데에는 그 이후로도 1년 정도가 걸렸고, 지금 역시 기초가
부족해서 배우고 또 배우며 산다.
하지만 그맘 때 내가 이 글을 읽었으면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끔찍할 따름이다.
'그런 글 보고 좌절할거면 애초에 게임기획할 자격도 없다'라는 반문이 나올 지 모르겠는데,
지망생 입장에서 볼 때는 '이미 속한 사람들'의 거드름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작금의
현실을 한탄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다른 사람의 꿈까지 꺾게 된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정작 업계는 사람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말이다.
게임 마니아 출신, 무개념 wannabe출신 기획자로서 언젠가는 열정은 있는데 무엇을 할 지
몰라 헤매는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다. 아직은 그러기에 이룬 것이 없고,
실력은 그보다도 더 없으니 더 배울 수 밖에..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게임을, 세상을 보는 데에 정말 편협했던 나에서 많이 벗어났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알았다는 점만 말해두고 싶다.
덧붙여, 혹시 지망생이 이 글을 본다면 앞으로는 이런 데를 들르라고 권하고 싶다. 많이
배운 곳 중 하나.
(하나 더 추가)
그 글에 트랙백된 많은 포스팅의 내용 중에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MOD든 동인 게임이든
방법을 찾아 만들어 보라는 것. 위의 두 포스팅 쓰던 시절 도서관 가서 게임 아키텍처&디
자인을 정독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맨땅에 헤딩이 아닐 수 없다. 분명 명저이고
기획자 지망생들이 읽어두면 좋은 책이지만, 그것만 읽어서는 기획자에게 필요한 소양을
갖추기는 힘들다. 실제로 경험하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도 많고, 게임기획 입문용
책이 아니라 현업자들도 두고두고 읽어보는 레퍼런스 북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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