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12
5학년 겨울 방학엔 '남자의 수술' 을 한 관계로 집에서 내내 게임기만 붙들고 살았다. 사실 그 시절에 가장 많이
했던 게임은 사상 처음으로 산 신작 게임이였던 '스트리트 파이터2 터보' 였고, 그 게임을 바로 이 용호의 권으로
교환했었다.
93년 한해 아케이드 시장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완전한 SNK의 한해였다. 92년에 나온 용호의 권은 SF2의 개조
기판들을 오락실에서 점점 사라지게 만들었고 일본에서는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2' 나 '아랑전설 스페셜'. 특히
아랑전설 스페셜의 인기가 정말 대단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사무라이 쇼다운' 이였다.
(원제는 사무라이 스피리츠이긴 하지만 그당시 이 게임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신작 게임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게임잡지가 유일한 수단이였기 때문에 7~9만원 하는 가격의 팩을 구입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는 게임지에 실린 자그마한 몇 장의 사진과 거기 쓰여있는 글이 고작이였다. 그나마 일본
잡지를 복사한 조악한 화질의 조그만 사진에서 본 SFC판 네오지오 게임들은 대부분 당시의 내 눈에는 원작과 비슷
해 보였기 때문에 팩을 사와서 틀어보기 전까지는 '드디어 집에서도 용호의 권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뿐이였다.
그러나 그 실체는
하지만 아케이드판과 '비스무레한'(절대로 비슷하지 않다) 용호의 권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꽤나 즐거웠고,
친구들을 데려와서 SF2 못지않게 많은 대전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95년 SNK가 타 기종으로의 자사 게임 이식을 금지할 때까지 SFC로의 네오지오 게임 이식 러쉬는 계속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힘겨웠다. 성능이 현저히 딸리는 게임기로 그 도트들을 다시 찍는 작업이란..어이구..
용호의 권(SFC)
93년 말 네오지오 100메가 쇼크 게임의 이식 붐을 타고 나온 게임군의 신호탄 격 게임. KAC라는 듣도보지도 못한 회사가 이식을 했는데 아케이드에서는 아랑전설 스페셜과 사무라이 쇼다운 쪽으로 대세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였다. 잡지에서도 기술표가 한번 나갔을 뿐 영 시원찮은 반응이였지만, 네오지오 게임을 한번이라도 집에서 해 보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마음에 불씨를 당기기엔 충분한 작품이였다..(불씨의 댓가는 좀 있다;)
처음 게임을 켰을 때의 느낌은 요즘말로 '낚였다' 였다. 이게 무슨 용호의권이야아아아아...그러면서 신작 정보가 실렸던 게임뉴스 93년 8월호를 들춰 보니 이 화면이였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그래픽이야 하드의 성능상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나마 하드웨어적으로 확대 축소를 지원하는 SFC이기에 줌인 줌아웃을 살려내긴 했지만 네오지오의 괴물같은 스프라이트 능력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그래! 그래픽은 대략 넘어가고 게임을 즐기자~! 일단 첫 스테이지인 토도 류하쿠 선생. 당시 일명 언더스탠이라 불리던 잔열권을 시작하자마자 사용하면 친절하게 와서 맞아주며 튜토리얼의 역할을 다했던 그였다.
자 간다 언더스탠! ........'투투투투툭'....."응? "
그는 잔열권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사실 원작에서도 가끔 발생하는 일이니 무시하고 이번엔 다운시킨 후 잔열권을 깔아두었다. 이건 100%다. 레벨 8도 맞는다!!(확인불명)
다시 간다 언더스탠!.........'투투투투툭' ...."엥?"
로버트의잉~~샷! 또한 다를 것은 없었다..
잠열권은 포기하고 용호의 권의 기본 스킬인 연속 날아차기를 시도했다. 간다~!!
'퍽!' '으아아아'...........(다운) "엥? "
토도는 날아차기를 한 대 맞고 곧장 쓰러져 버렸다. 본래 한번 차고 다시 도약하며 차고 뛰어내리며 계속 공중 킥 공격이 원작의 기본 전법이였는데...없다. 공중 공격을 한번 막고 서서 차기로 견제하던 심리전도 함께 날아가버렸다. 대인전에서는 그게 가장 큰 묘미였는데 말이다. 가난해 보이는 인터페이스와 왠지 빈티나는 그래픽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가 뭔가 미묘하게 다른 것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뭐 만원주고 교환했는데 별 수 있나..계속 해봤다.
(얼마나 패턴이 똑같으면 캐릭터 위치까지 똑같을까;;시간은 1초 차이;;)
100메가가 넘는 용량의 네오지오 게임을 24메가 롬팩에 우겨넣어 SFC의 느린 CPU로 돌린다는 것이 애초에 무리한 작업이긴 하지만, 밸런스의 변화로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버렸다는 데에서 캡콤의 아케이드 이식작들과 네오지오 이식작들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이 용호의 권은 나름대로의 새로운 밸런스로 대전하면 그 맛이 있어서 즐길만은 했다. MD의 용호의 권에 비하면 이정도면 훌륭하다. (MD판은 줌인 줌아웃의 삭제는 그렇다치고 게임 시스템 자체를 뒤바꿔놨다. 세가도 가끔은 나무에서 떨어진다!?)
그러나 SFC판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추가 요소. PS에서 철권이 이식될 때부터 120%초월이식이라는 말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는데, 이 게임은 원작을 한 60%정도 이식했고, 추가 요소가 20%쯤 되니 80% 미달이식 정도로 해두자-_-;
추가 요소는 2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스토리의 완벽한 결말이다. 원작에서 플레이어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그 엔딩의 비밀이 SFC판에서
확연히 밝혀진다.
그럼 SFC판으로..
이 게임이 발매된 것이 93년 말이니 이미 아랑전설 스페셜에서의 료의 출연이 드러났을 때이기도 하지만, 사실 게임을 즐기던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이미 미스터 가라데가 료의 아버지라는 소문이 회자되었던 것을 보면 원래 설정상 나중에 공개되었던 것인가 보다. 어쨌든 이식판인 SFC판에서 그 비밀은 완전히 풀리고 용호의 권2의 오프닝에 사실상 이어지는 것이 이 엔딩이다. 기스 하워드는 용호의 권2의 히든 보스로 모습을 드러냄으로서 SNK의 크로스 오버 시도는 본격화되고, 이듬해 94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4'의 발매로 그 정점을 맞이한다. (사실 94가 등장했을 때 나는 기스, 크라우저, 미스터 빅 팀이 보스이리라 예상했는데 그들은 96에서야 보스팀으로 등장했다.)
첫번째 요소는 사실 원작에서 빠져 있었던 부분을 채워 넣은 것에 가깝고, 진정한 추가 요소는 바로 두번째인'모든 캐릭터의 초필살기 추가'였다. 사실 원작의 대전모드에서 나머지 캐릭터들은 기술 1,2개에 던지기조차 없어서 반쪽짜리 캐릭터일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도 '용호난무' 의 존재에 플레이어들은 주로 료와 로버트만 골라서 했었다.
하지만 SFC판에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초필살기가 추가되어 대전의 바리에이션이 훨씬 늘어났다. 신초필살기는 기존 필살기들의 그래픽을 좀 엉성하게 이어붙여 만든 것이긴 했지만 괜찮은 성능과 밸런스로 대전을 재미있게 해 주었다.
SFC판 용호의 권은 게임 자체로 보면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밸런스로 좋은 이식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래픽 면에서아케이드를 그나마 어느 정도는 재현했고, 나름대로의 게임플레이를 창출해낸 점에서 돈이 아깝지는 않은 게임이였다.아랑전설2, 월드 히어로즈2 등의 '100메가 동기들' 역시 SFC판에서 괜찮은 이식도를 보여준다. (나머지는 다 폭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차후 포스팅 예정)
이 게임의 발매원은 KAC라는 정체모를 회사인데 이번에 포스팅을 위해 다시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제작팀의 이름을 살펴보니.... 엇!?..
(아시는 분이 계시려나..검증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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