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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소통18

일본에서 음료 리필은 가능할까? 후덥지근했던 2002년 8월의 에피소드 2002년. 처음으로 일본에 갔던 건 여름이었다. 기억이 조금 희미하지만, 8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의 10일 동안이었으니 정말 여름 한복판이었던 셈이다. 처음 가 본 도쿄의 습도는 정말 대단해서, 여기서는 자판기와 에어컨이 없이는 살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런 날씨 속에서 야마노테선(山手線)의 번화가를 둘러보던 매일, 그 날은 이케부쿠로를 선택했다. 선샤인 시티를 걸어 돌아다닌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더위에 기선을 제압당해 롯데리아로 피신했다.  급하게 콜라를 한 잔 주문하고 나온 지 1분도 안 되어 다 마셔버린 뒤, 곧장 카운터로 가서 당당하게 말했다. "コーラのリピールお願いします。" "콜라 리필 부탁드립니다." 를 나름대로 일본어로 .. 2024. 4. 27.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③ 지난회보기>>>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②한참 한자능력시험 공부할 시절 메모한 것들이라, 이번 회는 한자읽기가 좀 많다.  1. ラード - 조리용 돼지기름어렸을 때 깡통에 담긴 하얀 기름덩어리를 자주 봐서 쇼트닝이 돼지기름이라 생각했는데, 쇼트닝은 요리용 지방의 일반명사도 돼지기름은 라드라고 한다. 이건 일본어보다도 한국어로도 몰랐던 단어.ふるさと納税で肉塊5kg注文したらほぼラードだった件🥺ྀིྀི🥺ྀིྀི🐖 pic.twitter.com/wL1vwqrm7h— 転陪審 (@BL_jyoutou) December 20, 2021고향 납세로 고깃덩이 5킬로를 주문했는데 거의 라드였다.이 계정주 분은 타래로 저 라드를 소비해가는 트윗을 계속 올리시는데 볼 만하다.  2. 事件簿(じけんぼ)- 사.. 2024. 4. 12.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② 지난글보기>>>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①하지만 2년 쯤 전에 유키가 갑자기 자퇴했다고 알려졌다.요헤이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으로 자퇴한 이유도, 그 후의 진로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춘소프트의 사운드 노벨 거리(街) 의 한 장면. 이 게임에는 TIP라는 시스템이 있어, 플레이 도중 특정 단어가 하늘색으로 표시되고, 선택하면 해설을 해 준다. 게임에 중요한 단서만 있는 것 같지만 그냥 쓸데없는 잡담도 많다. 특유의 문체로 읽는 맛이 있어 중간중간 이거 읽느라 시간을 다 빼앗긴다.   이번에는 거리의 스크린샷을 몇 장 포함한  표현 10개를 소개한다. 1. 寝耳に水(ねみみにみず) - 예상치 못한 일에 크게 놀람. 자는 동안에 홍수가 밀려들어와 큰 소리를 듣고 깨는 상황이 어원이라고 한.. 2024. 3. 26.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① 20여년 전 출간된 '한자 때문에 재미있는 일본어' 라는 책이 있었다. 말년병장 시절 제대 후 일본어 능력시험 2급을 따려고 일본어 공부에 한창일 때, 휴가복귀 길 버스를 기다리다가 이 책을 우연히 만났다. 세련되지 못한, 조금 옛날틱한 표지에 반신반의하며 집어들었지만, 목차만 훑어봐도 재치가 느껴졌고 버스 시간도 얼마 안 남아서 그대로 샀다. 그리고 복귀 후에 책이 너무 재밌어서 몇 번이고 읽었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며 본 일본문화와 일본 사회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치 대리체험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군대가기 전에 도쿄 여행을 딱 한번 가 본 나로서는 모든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도 비슷한 시기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2024. 3. 23.
迷惑 - 피해, 고생, 방해, 성가시다, 달갑지 않다, 불편하다... 迷惑(めいわく)라는 단어는 정말 번역하기가 迷惑다.직역으로는 '폐'가 되고 迷惑をかける라고 하면 '폐를 끼치다'인데, 원체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보니 번역문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그나마 자연스럽게 번역하려다 보면 주로 '민폐'라고 쓸 때가 많은데, 엄밀히 이건 구어적인 표현이지 표준 용법이라고는 볼 수 없기도 하고(국어사전에서 '민폐'를 검색해 보면 본래의 뜻을 알 수 있다.), 또 '민폐'만으로는 뉘앙스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때도 있다.이 迷惑를 '폐'나 '민폐' 이외의 다른 표현으로 옮길 수 없을지 고민을 좀 해 보았다. 隣で大声出してるからとっても迷惑してるんですよ。옆에서 큰소리를 내니 성가셔 죽겠다구요. 工場からの悪臭に迷惑しています。공장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他のお客様のご迷.. 2014. 8. 19.
せっかく - 모처럼, 이왕, 기왕, 힘들게, 선심 써서, 오랜만에... 일본어의 せっかく는 보통 '모처럼'으로 번역되는 일이 많지만, 실제로 우리말에서는 '모처럼'이라는 단어를 せっかく만큼은 자주 쓰지 않는 것 같고, '모처럼≒오랜만에'의 뜻으로 한정해서 쓰는 듯도 하다. 이런 표현들은 어떨까? # 이왕(에), 기왕(에) せっかく買ったんだから、さっそく着てみたら?이왕에(기왕에) 샀으니 바로 입어 보지 그래? # 애써, 힘들게, 일부러, 특별히 せっかくここまで来たんだから、一晩休んでいきなよ。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룻밤 자고 가라구.※여기서는 문맥에 따라 '이왕(에)/기왕(에)'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 せっかく用意したんだから。食べていけばいいのに。(온다고 해서) 일부러 준비했단 말야. 먹고 가면 좋을 텐데. # 선심 써서, 좋은 마음으로 人がせっかく教えてやるっていうのに、断ることな.. 2013.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