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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근교여행

스코프독, 도쿄도 이나기 시(稲城市)에 서다.

by 대학맛탕 2024. 5. 6.

 

80년대 리얼로봇 애니메이션의 전성기, 건담과는 또 다른 리얼함으로 인기를 모았던 다카하시 료스케(高橋良助) 감독의 대표작은 태양의 이빨 다그람(太陽の牙ダグラム) 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나(蒼き流星SPTレイズナー)등 여러 편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장갑기병 보톰즈(装甲騎兵ボトムズ)일 것이다.

 

도쿄도 이나기 시(稲城市)에 1:1 스케일의 보톰즈, 아니 스코프독이 우뚝 섰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다.

 

출처:이나기 시 홈페이지(https://www.city.inagi.tokyo.jp/toretate_inagi/h31toretate/bottoms_monument.html)

 

 

정보를 찾아보면서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뿐만 아니라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 오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씨도 참가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오오카와라 쿠니오가 스코프독의 디자인을 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감독과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은 라이벌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디자이너나 작화팀도 다른 사람일 거라고 착각한 것이다. 오오카와라 쿠니오는 건담과 자쿠는 물론, 기갑전기 드라고나와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도 디자인했다고. 아니 대체 이 분 안에는 몇 명의 천재가 들어있는 것인가..

 

선라이즈가 있는 오기쿠보(荻窪)나 아사가야(阿佐ヶ谷)가 아니라 왜 남쪽으로 15킬로나 떨어져 있는 이나기 시인가 했더니, 오오카와라 쿠니오 씨가 이나기 시 출신이라는 것을 듣고 납득이 되었다.

출처:이나기 시 홈페이지(https://www.city.inagi.tokyo.jp/toretate_inagi/h31toretate/bottoms_monument.html)

 

 

 

 

 

스코프독 모뉴먼트가 설치된 난부 선(南武線)이나기 나가누마 역 앞으로 직접 찾아가 보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난부선 이야기를 여러번 하게 되어 관련 포스팅을 정리해 둔다. 

 

난부선의 야키니쿠 맛집이 궁금하다

 고독한 미식가 추적기 - ①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 핫쵸나와테의 1인 야키니쿠 츠루야(つるや)

 고독한 미식가 추적기 - ②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 이나다츠츠미의 마늘 안창살 쥬엔(寿苑)

 

난부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도쿄도 오쿠타마마치(奥多摩町) 나들이 상편 - 오쿠타마 공업 히카와 공장과 오쿠타마 공업 예철선

 

한 정거장 옆의 하드오프 매장이 궁금하다

➡ 추후 포스팅 예정

 

 

이나기 시는 동쪽에는 카와사키 시 이나다즈츠미(稲田堤), 북쪽에는 도쿄도 후츄 시(府中市)와 쵸후 시(調布市), 서쪽에는 도쿄도 타마 시(多摩市)를 끼고 있는 곳이다.

 

거리 상으로는 후츄 시와 비슷하게 신주쿠에서 20킬로가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인구가 9만 명 밖에 되지 않으며 지역의 1/3이 산지와 농지로 되어 있다. 지도를 보니 그 산지의 절반은 골프장이 되어있기도 했다.

 

 

 

이나기 시에 처음 가보게 된 것은 2019년 정도였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타마가와를 건넜다가 갑자기 주변 풍경이 전원과 같은 모습이라 적잖이 당황했었다. 

 

 

모내기를 막 끝낸 논과 아침 새소리. 잠시 힐링하고 싶은 분은 한번 재생해 보시기를.

 

 

그 풍경이 너무 좋아서 휴일에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렸다. 귀를 기울이면의 성지 세이세키 사쿠라가오카(聖蹟桜ヶ丘) 역에 갈 생각을 한 것도 이나기를 자주 다녀서 자신이 붙어서였다.

 

 

나만 아는 이나기 시의 비경(秘境). 열 번 이상 지나다닌 것 같다.

 

 

 

이나기 시로 이사할까 하는 생각에 집을 보러 간 적도 있는데, 이야기가 너무 돌아가니 다음 포스팅으로 해 두자.

 

다시 이나기 나가누마 역으로 돌아왔다. 보톰즈, 아니 스코프독이(몇 번을 틀린다) 역 앞에 있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일단 출구로 나가보았다.

 

헤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역을 나서자마자 무언가가 보인다!

 

공원 쪽으로 접근. 이나기 시의 마스코트 이나기 나시노스케(稲城なしのすけ) 가 먼저 보인다.

 

두둥! 1:1 스케일이라 가까운 거리에서도 디테일을 볼 수 있어,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메카닉의 거리 이나기 시! 라고 하지만 녹음이 우거진 자연이 먼저 떠올라서 쉽사리 공감되지는 않았다.

 

전신샷을 360 방향에서 찍어보았다.

 

보는 것만으로 위이잉~ 하는 고속기동 효과음이 뇌내에서 재생되는 다리 파츠. 그 찰진 이동감(?)은 이 다리구조 덕분 아닐까 싶다. 

 

 

애니메이션에서 보는 것이 좋지만 그것만 모은 것도 없고, 현장감이 더 잘 느껴지는 PS2판 장갑기병 보톰즈 영상으로 한 번 느껴보시라. 고속기동 후 붙잡아서 파일벙커로 콰콰쾅!! 하는 그 쾌감은 장갑기병 보톰즈 이외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미가 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주위를 빙빙 돌며 사진을 찍었다.

 

이나기 시 시민들은 마츠리 때 보톰즈 오프닝에 맞춰 봉 오도리(棒踊り, ぼうおどり)를 춘다고 ㅋㅋㅋ

 

 

 

역 쪽으로 돌아와 보니 건담과 샤아전용 자쿠도 전시되어 있었다. 정말 메카닉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

 

 

돌아가기 전에 인사 한 번. 안녕 스코프독~! (이번엔 안 헷갈렸다.)

 

건담과 자쿠도 안녕~!

 

돌아가는 전철을 타려다가, 이대로 돌아가기는 좀 아쉬워서 케이오 선(京王線) 이나기 역까지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동네 골목을 지나면서 주변에 초록색도 많이 보이는, 도보 17분의 딱 좋은 산책 코스가 나왔다.

 

 

길 가다 보면 무조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되는 동네 모형점.

 

 

전등이 달린 구불구불 상점가는 언제 걸어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초등학교 정문과 그 앞에 있는 스낵바가 보였다. 오기쿠보(荻窪)에서 2층짜리 스낵바 건물 1층에 보육원이 있었던 것과 함께 기억에 남는 풍경. 스낵바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은 술마시는 동네 사랑방 정도로 보면 된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세콤(사설경비의 그 SECOM 맞다) 독신자 기숙사(独身寮, どくしんりょう).  회사에서 제공하는 공독 숙소를 료(寮)라고 부른다. 

 

사진은 조금 어둡게 나왔지만 흐리면서 끈적하지 않은,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일본에서 다양한 자판기를 봤지만, 그 중에서도 처음 본 신문 자판기.

 

언제부터 가동을 멈추었을까?

 

길 가다 보이는 맨션 솔레이유 하우스. 프랑스어로 태양, 혹은 해바라기를 뜻한다고 한다. 메종(メゾン)이나 하임(ハイム) 등, 이렇게 생긴 2층짜리 맨션에는 프랑스어가 들어간 것이 많다. 70~80년대에 유행이었나 보다. 

 

 

 

계속 걷다 보니 여관처럼 생긴 건물이 하나 보였다.

 

가까이 가서 간판을 보니 하나코챠야(花子茶屋)라고 쓰여 있어서 찻집인가? 하고 갸우뚱했다. 

 

마치 배고 고프던 참이라 밖에 쓰여있는 점심메뉴를 자세히 살펴봤다.그런데.. 소바×이탈리안 메뉴?

아랫쪽에는 보통의 소바 메뉴도 팔고 있어서 고민을 끝내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안에 들어서보니, 폐점한 소바집을 개장해서 이탈리안을 겸하고 있는 듯 했다. 

점심메뉴 중 튀김 자루소바를 시켰는데 가운데에 마 갈은 것 (とろろ) 가 뙇. 낫토는 이제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지만 마는 아직도 약간 허들이 있다. 튀김도 괜찮고 쇼유를 끼얹으니 간도 딱 좋아서 맛있게 먹었다.

 

 

먹고 난 뒤에는 정원을 감상하며 면수(蕎麦湯)를 느긋하게 한 잔.

 

나오면서 간판을 다시 보니 이전의 간판을 그대로 두고 소바 다이닝 키친 간판이 추가로 붙어있는 식이었다. 동네에 폐점한 식당이나 상점이 셔터 내린 채로 있으면 참 그런데 이렇게 재개장하는 모습은 참 좋은 것 같다. 

 

배가 불러서 소화시키려고 걸으니 금새 케이오 이나기역에 다다랐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나기 지역의 풍경과 타마 뉴타운 이나기 지구를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