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9일,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로부터 4년만의 속편인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가 발매되었다.
3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는 시리즈의 2편인 리버스는 제목 그대로 다시 태어났을까? 게임 컨텐츠 전반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
※스토리에 관한 스포일러는 없지만 주요 장면의 스크린샷이 있습니다.
4년 전의 리메이크를 돌아보면
전작인 FF7 리메이크는 구조적으로 FF10이나 FF13과 거의 같았다. 거의 외길 진행의 맵 구성에 전투가 중시되는 플레이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원경에 있어서는 FF13보다도 FF7 크라이시스 코어에 더욱 가까운 터치로, 모든 맵이 복도를 걸어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PS4의 성능 내에서 캐릭터에 모든 것을 담고 배경은 어느정도 타협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리메이크의 배경이 미드갈이라는 구역 하나로 한정된 탓에, 플레이하다 보면 마치 용과 같이 시리즈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2020년 상반기는 우연의 일치인지 용과 같이 역시 오랜만의 신작이 발매되어, 전혀 다르게 시작된 두 시리즈가 이렇게 닮아질 수 있다는 데에 상전벽해를 느꼈다.
포토리얼과 데포르메의 절묘한 지점을 찾아낸, 지금까지의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터치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 원작의 스토리가 오래 전이기도 하고, 중간의 유머 코드를 생각할 때 완벽하게 포토리얼로 했다면 매우 어색했을 것이다.
원작에 비해 대사와 표현이 늘어난 클라우드는 심각하다가도 귀여운 구석을 가진 FF8의 스콜 같은 성격의 캐릭터가 되었다. 메인 스토리와 별도로 에어리스와 티파의 미묘한 감정선도 볼거리로, 여러모로 '캐릭터'가 살아있는 게임이었다.
턴제 RPG였던 원작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액션성을 충분히 살린 전투는 FF7 리메이크에서 음악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커맨드 선택 시 사실상 시간이 멈추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주면서도, ATB 게이지는 액션 전투를 수행해야 확보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없던 액션 RPG의 게임플레이가 창조될 수 있었다.
FF13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계승한 버스트 시스템의 플레이 템포는 거의 이상적이었다. (FF16을 해 보면 이 템포가 얼마나 좋았는지 상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틀 시스템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탐색 부분은 단조롭고 서브 퀘스트도 플레이타임 늘리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 전작은, 수작이었지만 누구에게나 해 보라고 권할 정도의 게임은 아니었다.
'리메이크' 를 초월한 리메이크
FF7 리버스의 플레이를 시작하면 도입부의 니블헤임 회상 파트부터 이미 전작에서 몇 보 발전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니블헤임 마황로로 가는 길의 밀도는 이미 전작을 한참 초월해 있고, 첫 프로모션 영상에서 보여준 고저차의 도입 또한 충실히 구현되어 있었다. 클라우드가 한 발짝 바위 위로 올라가는 것은 컷신이 아니라 게임플레이가 맞았다.
전투를 해 보니 전작보다 템포는 더욱 빨라졌고 전장은 넓이와 높이 양 쪽으로 넓어졌다. 공격 시작시의 거리 보정이 강하게 들어가서 액션의 감촉은 좀 가벼워졌지만, 전작에서 애매한 위치였던 공중에 뜬 적에게로의 공격이 수월해져 입체적인 공간 전투가 가능해졌다. 원거리 공격과 거리 조절이 선택적으로 가능한 유피는 리버스의 개량된 전투 시스템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로, 인터그레이드에서의 의도를 여기서 알 수 있었다.
초반 회상 신의 스토리텔링도 신선하면서 탁월하다. 클라우드의 입으로 전해지는 회상 장면과 동료들의 질문, 티파의 기억과 교차되는 부분은 지금까지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는 방식이었다. 새로 시작한 유저도 본격적인 스토리의 시작과 수많은 복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회상이 끝나고 캄 마을의 탐색을 시작하면 마을의 밀도 역시 전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데포르메한 느낌의 커다란 간판과 원작 특유의 금속적인 질감을 살리고 있어, 원작을 기억하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궁금했을 '미드갈을 나온 뒤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에 대한 기대에 대해 충분히 부응하고 있다.
이미 여기까지로도 상당히 잘 뽑혔다고 안심하고 있던 찰나, 의도적으로 배치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플레이어는 월드로 나오게 되며, 문 밖으로 펼쳐지는 세계는 그때까지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다.
클라우드가 문을 열어젖히고 월드맵으로 나올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FF16에서 이미 큰 스케일의 필드를 선보였기에 어느정도 선방해 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FF7 리메이크가 '행위로서의 리메이크'를 어떻게든 해 낸 결과물이라면, FF7리버스는 '팬들이 기다려 온 리메이크'로서의 기대를 한 치도 저버리지 않는 수준이다.
체험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니, FF7 리버스의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들은 문을 연 뒤의 세계를 한 번 보시고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ReBirth' 한 월드 탐색
원작의 방대한 월드맵을 어떻게 재현하느냐 하는 과제에 대해, 리버스는 6개로 나누어진 오픈월드라는 답안을 제시했다. 맵 구역구역마다 충실한 '탐색' 플레이가 주어져있기 때문에, FF15처럼 '왜 이렇게까지 이동해야 하나' 같은 의문은 들지 않는다.
각 월드에는 트레저 스폿, 라이프스트림 분석, 소환수 분석, 토벌 구역, 인챈트 매터 획득, 초코보 스톱, 초코보 잡기, 통신탑 기동, 모그리의 집이라는 탐색 컨텐츠가 공통적으로 주어져 있다. (나열해 보니 정말 많다.)
통신탑을 기동해서 지도를 밝히고(젤다 야숨의 그것과 비슷하다) 라이프스트림을 분석해서 추가로 적을 찾아내고, 초코보로 숨어있는 제작 재료를 찾다보면 조금 옆에는 또 소환수 분석용 크리스탈이 있고, 이렇게 스팟을 찾고 획득하는 플레이만으로도 수십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기가막힌 퍼즐이 있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고, 뭐 이렇게 진철하게까지 만들어주나 싶지만 이 플레이가 시간 가는줄 모르게 재미있다. 조금만 주변을 신경쓰며 플레이하면 금방 찾아낼 수 있다. 프리렌더링으로 배경을 꾸민 원작의 밀도 이상이지만, 카메라를 돌려가며 주변을 살필 수 있기 때문에 그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월드 탐색 각 요소 또한 약간의 미니게임을 녹여내고 있다. 당시에도 다양한 놀이를 제공했던 원작을 크게 뛰어넘어, 심플하게는 간단한 리듬 게임부터 꽤 시간을 들여야 하는 타이밍 액션까지, 어떤 퀘스트나 이벤트를 발견하는 데에 그때그때 적절한 '게임'을 제시한다. 80여시간의 플레이 동안 대체 몇 종류의 게임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퀸즈 블러드(전략 카드배틀)와 초코보 레이싱(마리오카트 류), 콘돌 포트(전략 디펜스)와 같은 일부 미니게임은 그 자체로도 단일 게임 수준의 깊이를 보여준다. 심지어는 3대의 로봇에 FF12의 갬빗 편집이 가능한 프로그래밍 디펜스 게임까지 있으며, 이 모든 게임이 전부 캐릭터의 성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쯤 되면 4년이라는 개발 기간의 한 톨도 허투루 쓰지 않은 것 같다.
원작에서도 가장 큰 스케일이었던 쥬논 지역의 이벤트도 기대 이상의 볼륨으로 재현되어 있고, 코스타 델 솔은 용과 같이 8처럼 하와이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골드 소서에 이르면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 온 것 같은 체험을 선사한다.
코렐 프리즌의 기나긴 광산철도를 직접 걸어서 진행하면서 원작의 그 프리렌더 배경을 통해 상상했던 모든 곳들을 탐색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하며 중반에 들어서니 정말 오랜만에 '모험을 즐기는 FF'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FF10은 길이 남을 명작이지만, 돌이켜보면 '모험'이라는 의미에서는 FF9까지는 당연했던 월드맵이나 그 월드를 바탕으로 한 체험이 많이 잘려나갔다.
당시에는 최첨단 수준의 비주얼과 애절한 스토리로 '이것이 새 시대의 FF'로 받아들여졌지만, 반대로 일자진행의 FF가 되어 모험을 하는 느낌은 줄었던 것이다.
그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FF13 시리즈였고, 전작인 FF7 리메이크도 그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편, 그 과제를 정면돌파하는 방식으로 도전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남긴 것이 FF15였다. FF7 리버스는 20년 가까이 지속된 FF시리즈의 외길진행에 대한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뒤에 조금 더 언급하도록 하겠다.
컨텐츠로 이미 배가 부른 타이밍에 숨을 고르며 공가가 지역에 이르면, 갑자기 월드 탐색의 밀도가 다시한 번 대폭 올라간다. 몬스터 헌터 월드를 처음 할 때와 같은 빼곡 들어찬 수풀을 배경으로, 계곡을 수영해서 탐색 포인트를 찾는 등 그 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동선과 탐색을 체험할 수 있다. 숲초코보를 이용한 점프 기믹은 복잡해 보이면서도 반복하다 보면 클리어가 가능하도록 절묘한 밸런스로 다듬어져 있다.
광활한 코스모 캐니언에 이르러서는 마치 그랜드 캐니언을 경비행기로 돌아다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하늘초코보로 200미터 이상의 상공을 활공하며 기믹을 풀어나가는 탐색이 준비되어 있다.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니블헤임에서는 해초코보를 타고 바다를 헤엄치며, 물을 분사해서 자유롭게 비행이 가능하다. 초반의 니블헤임을 다시 가나 싶었던 플레이어의 예상은 보기좋기 빗나가고, 오히려 초반부가 이 광활한 지역의 아주 작은 일부만 보여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새 지역에 들어설 때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에 압도되는 체험은 디아블로 2, 안개에 덮여있는 지도를 열어가는 설레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오랜만이다. 첫 프로모션 영상에서 클라우드가 한 발짝 올라가는 장면은 이토록 거대한 한 걸음이었던 것이다.
원신이나 젤다처럼 끝도 없이 광활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충분히 거대한 스케일에 탐험 플레이를 빼곡히 들여놓은 이 오픈월드가 전무후무한 체험을 만들어낸다. 여러모로 호라이즌 제로 던을 참고한 부분이 느껴지나, 애초에 게임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비슷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월드 탐색을 통해 FF7 리버스는 더이상 리메이크가 아니라 타이틀 그대로 새로 태어난 FF7이 되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원작을 뛰어넘긴 힘들 거라는 생각은 여기서 깨끗하게 지워졌다. 리메이크까지는 원작을 해 보고 플레이하면 이런이런 점이 좋다는 설명이 자주 붙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그냥 리버스로 즐겨도 부족함이 없다.
상대적으로 정체된, 그러나 여전히 훌륭한 배틀
전작에서 (음악은 논외로 치고) 가장 평가가 높았던 배틀 시스템. 리버스에서는 큰 틀이 바뀌지는 않았고, 2인 3인의 연계 스킬을 모든 조합에 대해 제공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기본 시스템은 전작에서 워낙 잘 다듬어져 있던 부분이라 사실 더 손댈 필요가 없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넓어진 전장을 커버하기 위해 공격 시 캐릭터의 이동 보정거리가 매우 길어져서, 전작보다는 액션을 즐기는 감각이 좀 떨어지기는 했다. 다만 전작도 실제로는 액션보다 커맨드 선택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 다른사람이 플레이하는 걸 보면 커맨드 선택만 계속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 가 플레이할 때는 액션으로 느껴지는 그 기묘한 감각은 그대로다.
FF7 리메이크의 발표 때나 발매 초기에는 그냥 원작처럼 RPG로 리메이크하는 것이 낫지 않았나 하는 의견이 종종 보였고,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가 있었다.
80시간 분량의 게임에서 여러 전투를 플레이한 뒤, 이런 템포라면 액션이라도 관계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는 액션에 능숙하기보다 레벨업을 하는 것이 적을 처치하기 훨씬 쉽고, 그 레벨업의 많은 부분이 탐색 플레이에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액션 전투여도 피로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1명의 액션에 치중한 나머지, 성장에 의한 파라미터 변화보다 액션의 실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FF16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파티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마테리아를 계속 갈아끼워줘야 하는 부분이 좀 귀찮은 편이다. 중반까지는 어느정도 할만 하지만 후반에 가면 마테리아 홀이 10개가 넘어가기 때문에 세팅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버프 디버프나 바리어 계열의 마테리아는 좀 간략화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적들의 기믹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보면 결국 방패 든 적과 보통 적 정도의 분류에 가까워서 전투의 흐름이 대부분 비슷해지는 편이다. 라이브라를 쓰면 공략법을 긴 문장으로 친절히 다 알려주는 것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공략을 찾아보지 않아도 되서 확실히 편리하기는 했다. 취향에 따라 골라서 플레이하면 될 듯. 가능한한 쓰지 않고 플레이하다가 좀 답이 안 나오는 적이 등장하면 사용하곤 했다.
보스전은 전작의 기믹을 답습하거나, 오히려 간략화된 것이 많아져 공략하는 재미가 조금 줄어들었다. 다만 최후반의 보스전은 전작에 비해 밀도나 전략성 면에서 상당히 퀄리티가 올라가 있으므로 전체적으로는 역시 수준급이라고 본다.
공중의 적과 싸울 수 있는 장치를 여럿 마련해 두었지만, 결국은 손쉬운 바레트를 택하게 되는 점은 아쉽다. 유피는 대안으로서는 기믹이 좀 복잡한 편이라서 선호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성도 조금 불호에 가까웠다.) 다만 레드서틴, 캣트시를 비롯해서 이렇게나 다양한 조형의 캐릭터들에 각각 완성도 높은 고유의 액션을 완성시킨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 하겠다.
3편에서는 과연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시스템을 답습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독특한 밸런스의 스토리. 제 2의 킹덤 하츠가 되지는 않았으면
FF7 리버스의 스토리는 여러 측면에서 양 극단이 섞여있다.
전체적으로 비극적이고 암울한 분위기의 메인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섞여있는 팝함이 좀 간지러운 느낌까지 들 때가 있다. 세피로스가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하는데 수영복입고 바캉스즐기고 뭣들 하는건가 하는 싸함은 80시간의 볼륨 안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밸런스로 들어있으니, 용과 같이와 비슷한 숨고르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리메이크에서 제시를 중심으로 한 아발란치 멤버를 깊게 조명함으로서 스토리의 깊이를 얻어냈다면, 리버스에서는 배틀에서의 다양한 연계기를 포함, 모든 캐릭터의 유대가 깊어지는 부분을 충실히 묘사해서 깊이를 살렸다. 전체적으로 전작보다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이다. 좀 더 깊은 몰입을 위해서는 FF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도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FF6의 오페라를 떠올리게 하는 LOVELESS 공연 이벤트는 캐릭터들의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또다른 시도로 보인다. 이게 꼭 필요했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스퀘어 에닉스의 비주얼 노하우에 대한 집대성같은 퀄리티로 그냥 넋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메인 스토리와는 관계가 없는 극중극으로, 비주얼을 한 번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전작의 댄스 미니게임에 이은 이 묘한 남성미의 테이스트는 여전하다. 생각해보면 원작에서도 이런 느낌의 묘사가 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NPC에 다인종의 남녀노소가 나오도록 신경쓰는 한편, 캐릭터들의 수영복 몸매를 평가하거나 '우린 시장이 시켜서 그냥 접대좀 해 준 거야' 등등의 옛스런(?) 표현이 혼재하기도 한다. 전작의 마사지샵에서 시모네타(야한 농담을 던지는 개그 문화)를 강도높게 날린 바 있어서, 이번에는 조금 순화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토리 및 결말에 관해 스포없는 범위에서 소감만 밝혀두자면, ReBirth는 아닌 충실한 Remake라고 평하고 싶다.
원작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은 모두 원작을 몇십 배 초월하는 퀄리티이며, 원작에 대한 리스펙트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재현되어 있으니 리메이크로서는 이 이상이 없다. 아마 어떤 세계선에서 리메이크를 만들어도 이 이상 잘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전작에서 뿌린 리메이크부터의 새 떡밥들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고, 오히려 궁금증을 더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클리어 후 개운한 느낌보다는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하나.. 하는 찜찜함이 더 많이 들었다. 마지막 3편이 남아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판을 벌이면 킹덤하츠처럼 이해하는 데에 몇 단계의 고찰이 필요한 작품이 되어, 대중에게서 좀 더 멀어질 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든다.
3편은 신 에반게리온처럼 모두가 납득하는 깔끔한 마무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신 에반게리온과 달리 3년 뒤에는 나와줬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호재가 겹쳐져 나올 수 있었던 JRPG의 신기원
FF리버스가 메타크리틱 93점의 걸작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의 3가지로 본다.
・전작 FF 리메이크의 성공
・4년의 긴 개발기간 확보
・PS4에서 SSD 기반의 PS5로의 이행
FF 리메이크는 2015년 첫 발표 이후 사이버 커넥트 2에서 개발하고 있었지만, 다시 스퀘어에닉스 내부 개발로 옮겨오는 홍역을 치르기도 해서, 2019년 도쿄게임쇼에서 발표할 때까지 정말 제대로 만들고 있는가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았다.
다행히 2020년 4월 무사히 출시되었고, 2편 개발에 충분한 동력을 얻을 만큼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발매 즈음해서 발생한 코로나의 확산은 게임업계 전체의 활황을 불러왔고, 이는 FF7 리버스가 좀 더 날을 다듬어 개발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고 추측한다. FF13 시리즈가 2년에 한 번 발매된 전례를 생각할 때 4년은 매우 긴 기간이고, 방대한 스케일과 컨텐츠의 양은 이 기간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2023년 6월 FF16의 발매가 있어서 좀 더 여유를 얻었을 지도 모르겠다.
PS5로의 이행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실현되었다. 리메이크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부분이 원경을 달랑 이미지 1장으로 처리한 것으로, 미드갈의 플레이트 밑부분이나 플레이트 폭발 후의 폐허를 바라보는 신에서 너무나 큰 이질감이 느껴졌었다. 야외의 필드 배경도 밀도가 많이 떨어져서 캐릭터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선택은 옳았지만.)
그렇게 지적되었던 단점은 리버스 게임플레이의 핵심인 월드 탐색 플레이를 통해 보완을 넘어 진화를 이루어냈다. 리버스 내서도 미드갈에서 스토리가 진행하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만 전작 리메이크와 같이 낮은 밀도에 원경이 이미지 1장으로 되어 있어서 어색한 부분이 보인다. 이는 리버스에서 추가된 월드 탐색 플레이가 SSD를 탑재한 PS5이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새로운 하드웨어에서만 가능한 게임플레이. 슈퍼패미컴에서 PS2까지는 하드의 교체시기마다 익숙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잊혀졌던 그 흐름이 FF7 리버스에서 재탄생한 것이다. 만약 FF7 리메이크가 2017년에 발매되었다면, PS4로 개발되었을 FF7 리버스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에서의 패키지 판매량이 저조한 상태에서 스쿠에니의 공식 발표가 없어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나는 이 게임의 퀄리티에 확신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FF10과 원작을 뛰어넘었음은 물론, 내 인생의 첫 RPG이자 가장 훌륭한 FF6에도 비견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걸작을 만들어 낸 개발진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글쓴 후 덧붙임) 사운드와 음악은 너무 완벽해서 리뷰하는 것을 잊었다. 필드에서 배틀로 심리스하게 전환되는 BGM이 백미로, 어떻게 이 곡이 배틀 BGM이 되는지 귀를 의심할 수준. 더 게임 어워드 음악 부문 수상은 이미 확정적이라고 본다.
감동적인 장면들과 스탭롤까지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이미 클리어하신 분들은 다시한 번 감상해 보시기를..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플레이하지 않으신 분들은 클릭하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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