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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소통/표현 노트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①

by 대학맛탕 2024. 3. 23.

 

 

20여년 전 출간된 '한자 때문에 재미있는 일본어' 라는 책이 있었다. 말년병장 시절 제대 후 일본어 능력시험 2급을 따려고 일본어 공부에 한창일 때, 휴가복귀 길 버스를 기다리다가 이 책을 우연히 만났다. 세련되지 못한, 조금 옛날틱한 표지에 반신반의하며 집어들었지만, 목차만 훑어봐도 재치가 느껴졌고 버스 시간도 얼마 안 남아서 그대로 샀다.

 

그리고 복귀 후에 책이 너무 재밌어서 몇 번이고 읽었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며 본 일본문화와 일본 사회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치 대리체험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군대가기 전에 도쿄 여행을 딱 한번 가 본 나로서는 모든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도 비슷한 시기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전에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재미있었다. 감정표현이 너무 생생한 그림체도 좋고

 

 

 

그때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갔는데 허허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의 사요나라, 여름날(さよなら夏の日)를 그대로 소개한 페이지도 있었다. 당시에는 비주얼 록만 듣던 시절이라서 그냥 오래된 가수겠거니 했지만, 이 칼럼 덕분에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곡이 되었다. 지금도 스낵바에 가면 한 번은 곡 부르는 노래. 야마시타 타츠로를 듣기 시작한 건 2018년이나 되어서였으니, 아무리 스쳐지나가도 인연은 또 따로 있나 보다.

 

그렇다고 그냥 재미있기만 한 책이 아니고 일본어 그 자체를 깊이 이해하는 데에도 아주 좋은 책이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이 칼럼에서는 비를 표현하는 다양한 표현을 배울 수 있고, 한국어와 한자 조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일본어능력시험 2급 준비가 거의 끝나갈 때였지만, 공부로만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용한자' 를 설명한 이 칼럼도 어떤 일본어 교재에도 없는 내용. 첨단(尖端)을 일본어에서는(先端)으로 고쳐쓴다는 내용으로 시작해서

 

첨단의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단어를 보니 같은 문자를 달리 쓰는것도 모자라 이렇게 더 갈라져 가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포물선이 放物線이 아니라 抛物線이었다는 것도 지금 펼쳐보고 새로 알았다. 

 

마지막으로 사자성어. 갈 지(之)자가 조사の로 쓰이는 건가 추측만 하고 있던 것도 이 내용을 보고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책 소개를 하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너무 길어졌다. 이 정도로 좋은 책이니 일본어를 학습하시는 분들은 도서관에서라도 찾아서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속편인 '한자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일본어'도 비슷한 퀄리티의 좋은 책. 놀랍게도 아직 인터넷 서점에서 팔고 있었다.

 

한자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일본어 구매 링크(YES24)

 

 

 

 

 

일본에 살면서 한국어와 같은 의미를 전혀 다르게, 혹은 너무 완벽하게 똑 맞아 떨어지는 표현을 볼 때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항상 이 책을 떠올렸고, 언젠가 나도 저런 칼럼을 써 보고자 하는 마음만 쭉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에 살며 처음 본 일본어 표현을 10~20개 정도씩 연재해보고자 한다.

 

저자 분처럼 일본어를 깊이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고, 저렇게 쓸 필력도 없으므로, 언제나처럼 시각자료를 동반한 개인 경험험에 가깝지만, 그래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평생 일본어를 공부하는 입장이므로 혹시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덧글로 제보도 부탁드린다.

 

 

 

1. 雲泥の差(うんでいのさ)

 아주 큰 차이. 천양지차.

 

2. 途方もない(とほうもない)

①어찌할 바를 모르다. 망연자실하다. 노래가사에 자주 나오는 途方に暮れる(とほうにくれる)와 같은 뜻.

②이치에 맞지 않다. 터무니없다. 

 

3. 通告を受ける(つうこくをうける)

통지를 받다. 통첩을 받다.

공적으로 정해진 일을 서면으로 통지받는 것을 뜻한다. 해고통보를 받다, 강제집행을 통보받다 등으로 공적인 서면 연락치고 좋은게 별로 없는 듯.

 

4. びり와 けつ

びり - 꼴찌. 속어이나 예능 등에서도 쓰는 표현

けつ - 이 쪽도 꼴찌인데 좀 더 거친 느낌. けつ는 본래 尻(엉덩이)란 뜻이다. 

 

둘 다 尻가 어원으로 둘을 합한 びりっけつ도 있다. 더불어 마작에서의 꼴등은 ラス.

전부 속어이니 보통은 最下位(さいかい, 최하위)를 쓰면 된다.

 

5. 松葉杖(まつばづえ)

목발. 직역하면 솔잎 지팡이 인데 오래 전에는 목발을 솔잎으로 만든 걸까..?

 

6. 冥利(みょうり)に尽きる

더할 나위 없다. 과분할 정도로 만족하다.
카미유의 아버지 프랭클린 비단이 릭 디아스를 탈취해 도망갈 때 하는 대사에 나왔다. 수십번은 본 장면인데 자막에서 보고 나서야 대사의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알았음😅

 

7.最中(もなか)

찹쌀모나카 할 때 모나카의 한자가 最中라니!! 한참 뭘 한다는 뜻의 最中(さいちゅう)라는 말도 있어서 하마터면 サイチュウください! 하고 외칠 뻔 했다 ㅋㅋ

 

 

8. 軍手(ぐんて)

작업용 목장갑. 일본어로는 왜인지 軍手(ぐんて) 라고 하는데, 軍用手袋(ぐんようてぶくろ, 군용 장갑)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작업에는 자위대도 예외가 없나 보다. 그나저나 한국어는 왜 목장갑이라 하는 걸까?

 

 

9. 殲滅(せんめつ)

섬멸. 이건 뭐 표현은 아니지만 그냥 보는 순간 헠 했더랬다. 만화책이라 요미가나가 있어서 망정이지 없었으면 뭔멸전?? 했을 듯. 殲은 한자검정시험 1급 한자.

 

 

10. 気色ばむ(けしきばむ)

생각이 얼굴에 드러나다.

춘소프트의 사운드 노벨 '거리(町)'의 한 장면으로, 연모하는 금은방 점원에게 들이대는 남자를 보고 질투하는 주인공.

 

 

금방 동날 것 같으니 책좀 많이 읽어야겠다. 

이번 표현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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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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