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임에도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철야로 일해서
피곤할 대로 피곤할 것 같은 남자친구가 오늘은 집에 들어갈 거라길래
"마무리 잘하고 조심해서 들어가~ 난 머리가 아파서 나중에 일해야겠네~"
하는 문자를 보내고는 그래도 꾸역꾸역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집에 가기 전에 들를 데가 있어서 잠시 들렀는데..
...근데 잠깐 나올래?"
주말에 집에 혼자 있으면 밥을 잘 안 챙겨먹는다는 걸 알아서인지
만나자마자 손에 빵을 쥐어준다.
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한 말도 잊지 않고 타이레놀까지 챙겨주더니
"추우니까 얼른 올라가!"라며 후다닥 달려가 버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너 저녁 안 먹었지!"
나는 끄덕거렸다. 그는 하하하~ 웃으며 사라졌다.
저혈압이라 손발이 차다는 말을 했더니 장갑을 챙겨 주고..
지나가는 말로 찹쌀떡 좋아한다고 했더니 한밤중에 집앞에 와서 찹쌀떡 쥐어주고 가고..
피곤할 때 먹으라며 레모나도..
첨엔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고(물론 기쁜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굉장히 복잡미묘한 기분이어서 어떻게 반응하면 기쁘다는 걸 알아줄까 고민하는 사이에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쭉 자타공인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앞에만 있으면 이상하게 감정을 잘 못 드러내겠다. 말도 잘 못하겠고...
하지만 내가 별로 말이 없어도 알아 주고 이해해 주니 참 고맙다.
결국 눈앞에선 아하하하~하하하~ 하고 실없이 웃기만 하다가
집에 올라와서 조용히 혼자 쵸오큼 울었다. (그..그러니까 기뻐서 울었다는 뜻이다 ㅠㅠ)
전 요즘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이렇게 중학생 같은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행복해요.
언제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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