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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삼성동의 찹살떡 아저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2. 12.
 이 동네에서 일하게 된 지 만 3년째에 접어든다.

딱 이맘때 시간이 되면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




'찹쌀~~~~~......떠억~~~~~'
(메밀묵은 팔지 않는다.)


 언제 처음 들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처음 들었을 때
이 동네에 미친 사람이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찹
쌀떡을 파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잊을만 하면 들리
는 점심시간의 '뻐꾹' 소리와 함께, 이 동네에 오래 머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소리다.

 지금의 사무실은 이전 사무실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이번엔 더 생생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전 사무실보다 이
쪽이 주 활동무대인 것 같다.

 이 목소리가 조금 중독성이 있는게, '찹쌀~~...' 후에 약간의 대기
시간을 준다. 답답함이 극에 달할 즈음 우렁차게 떠억~~~이 울려
퍼지는데, 이게 또 꽤나 오래 이어져서 구성지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떠억...쪽에서 뭔가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떠억~ 이후 바이브레이션이 채 1초를 넘기지 못하고, 약간의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끊긴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신 건지, 아니면 건
강에 이상이 생기신 건지..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끊기는 쪽이 익숙해
져서, 찹쌀~ 하고 쉴 때 우렁찬 떠억~~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도 사무실에 있으니 아저씨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번에는 완전
맛이 갔다.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톤이었다. 은근히 정들
었는데..사실 뭐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되어도 바로 알 수는 없을거고,
어 이제 들리지 않는 건가..? 하고 문득 생각하는 정도겠지만.
  
 그런데 참 궁금해지는 것이, 누가 찹쌀떡을 사 먹는 걸까? 사는 사람
이 있으니까 이 추운 겨울에도 그 목소리가 들리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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