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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책] 지적 즐거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9. 8.



 읽을거리가 없나 하고 서점을 돌다가 발견한 책.

'지적 즐거움'

두께도 두껍고 들고 있으면 뭔가 지적인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 부제 또한 멋지다.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들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지적 노동자'이라는 말을 자의적으로 'IT노동자'라고 해석해버린 나는 카테고리와 몇 개의 내용을
보고 결국 집어들었다. 50페이지 정도 읽을 때까지 대단히 만족스럽게 읽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깨우쳤다. 이 책이 19세기 말에 쓰여진 것이라는 것. 며칠 후에 서점을 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비슷한 컨셉의 표지에 두께를 가진 철학의 즐거움 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저자가 유명인이 아니고
역자 약력 등도 제대로 나와있지 않은 점도 비슷했다. 한마디로 '기획된 시리즈'책이라는 것이다.

왠지 속아넘어간 느낌이 들었다. 최근 이래저래 고민거리가 많은지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인생의 방법론(?)을 필요로 했던 마음 탓인지, 아니면 단순히 내가 둔한 것인지...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내용이 정말 좋다는 것이다. 100여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가 지금의
나에게 크나큰 공감과 가르침을 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에서 가리키는 '지적 노동자'를
올바르게 정의하자면 예술과 문학, 연구 등의 그야말로 '지적'활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시간, 쾌락, 결혼, 환경 등 지적 활동에 영향을 주고,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가치들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대답을 제시한다. 언제나처럼 냉소적인 사람들은 '당연한 얘기잖아, 그런데 그게 되나?'
라고 하겠지만, 당연한 이야기라도 통찰이 있으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냉소는 커녕, 저자의 지적
생활에 대한 올바른 태도, 지성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경외감을 품게 된다. 피플웨어에서 보고
크게 느꼈던 지적 활동에서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글의 서두에는 착각이라고 했지만, 나는 교수나 예술가뿐만 아니라, IT노동자들도 이 시대의 '지
적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19세기에는 문학과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켰지만, 적어도 현재는 IT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을까..? 

'삶에 지친 이 시대의 IT노동자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자의적인 착각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원하던 바를 그 이상으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