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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17.


 누나의 책꽂이에서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낸 후 1년을 방치하고, 새로 마련한 책장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두고서도 읽지 못하고 있던 책. 읽어야 할 책이 많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어 오다가 뭔가 마음의 여유를 얻고
싶다는 생각에 이제서야 꺼내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200% 충족되었다.

 제목이 상당히 끌리는 편으로, 보면 뭔가 생활의 덕목을 조목조목 이야기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제목은 본편
에 실린 53가지 이야기 중 하나였다. 방학 때 시골에 놀러가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그런 기분에 가깝다.
풀검 할아버지는 소박한 일상의 경험이나 추억을 인문/자연과학적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어린아이같은 상상
을 하기도 하고, 구도자의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쾌하다.

 젊은 사람이 나이드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으레 잔소리로 들리게 마련이다. 고지식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텐데, 그건 아마도 어르신들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르신들 말 치고 사실 틀
린 말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걸 깨닫는 데에는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바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풀검
할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코 감화될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읽는 사람이
'잔잔하게' 감화될 뿐이다. 

 나는 풀검 할아버지의 생각이 너무 좋고, 따르고 싶고,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주옥같았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리스트업을 해 보려다 관뒀다. 그냥 한번더 읽으면 되니까. (나에게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다는 것은 꽤나 대단한 일에 속한다.)

 19년 전에 출간된 책을 뒤늦게 읽고 이렇게 감동하는 것을 보면, 도서관의 먼지쌓인 서가를 둘러보는 수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90년에 출간된 '유치원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은 절판되었으니 또 한번 도서관을
뒤적거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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