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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책] 일본열광

두릅이 2008.11.09 23:29


 90년대 말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수많은 관련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J.J.가 온다'나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정도가 기억나지 않을
까 생각된다. 대학교에 간 01년도에도 도서관에서 일본문화 쪽을 찾으면 그 시기에 나온 책
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중1때 읽었던 '일본은 없다'만큼의 왜곡은 아니지만 통찰
보다는 그저 경험에 입각한 내용들이 많았다.

 들어오면 우리나라가 쑥대밭이 될 거라던 일본의 영화/애니메이션/음악 부문이 시장성
면에서 기대보다 낮은 결과를 보이자, 이번엔 '정통 일본통'을 자처하며 앞에서 쏟아진 책들
의 비판으로 시작하는 책들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에게 통념적으로 박혀있는 일본을 뭔가 다
르게 보여주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카테고리가 꼭 한두가지씩 들어
가 있다는 점은 이전의 책들과 똑같고.

 마지막 학기 레포트를 쓰느라 이틀 정도 도서관을 뒤진 결과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
까지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일본에 관한 정보는 쏟아지는데 검증할 방법이 없고, 대부
분은 우리가 통념으로 알던 일본에 대해 직접 확인한 경험 정도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 중
에 일본 박사가 얼마나 많은가? (자칭이든, 타칭이든, 오타쿠든.) 

 서론이 길었다. 이 책은 카테고리만 보면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류의 책들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저자의 주관이 많이 끼어 있는 편이고, 1년이 못 되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네가 일본을 알면 얼마나 알아' 식의 비판에도 취약할 수 있다. 그
러나 '문화심리학'이라는 분석틀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는 있을 프로이트의 이론을 통해 일본문화가 가진 컴
플렉스적 속성을 분석하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일본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 독일이라는
나라에서의 경험, 그리고 일본이 항상 쫓고있는 유럽 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근거를 더해준다.

 초반~중반까지는 저자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다수
의 일본문화 서적에서 다루었던 내용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많은 분석을 보아오면서 나 나름
대로도 정립하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이트가 되었건 어쨌건 저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가 하
는 생각이 든 적이 많다. 하지만 후반에 이르러서는 그저 끄덕끄덕하며 저자의 논리에 동조해
갈 수 밖에 없었다. 7, 8장 부터는 사례보다 심리 그 자체에 대한 고찰이 많고, 다른 교수들의
논문 인용도 자주 나타난다.

정서지능을 측정했을 때 한국인의 정서지능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정서지능이란 '자
신과 타인의 정서를 평가하고 표현하는 능력,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활
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그러나 이 측정 결과를 잘 들여다보면, 한국 여성의 탁월한 정서지능
능력 덕분에 한국의 전체 점수가 일본보다 높게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중략)...

 정서지능과는 다른 차원인 정서감수성과 정서표현성을 측정한 결과도 무척 흥미롭다. 정서감
수성은 타인의 비언어적 정서 표현의 강도를 인식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반대로 정서표현성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성을 뜻한다. 측정 결과, 정서감수성은 일본이 높고, 정서
표현성은 한국이 높게 나왔다.

 ...(중략)...

 한국의 경우 정서 표현에 막힘이 없는 개인의 정신 건강은 좋은 반면, 타인의 정서에 대해서는
둔감하거나 무시하는 까닭에 사회 전체는 항상 시끄럽고 불안정하다. 일본의 경우는 정반대가
된다. 정서를 억압하는 개인의 심리는 불안정한 반면, 사회 전체는 안정되고 편안하다.

p. 269 ~ 270 내용 중에서

 우리 사회속의 통념과 비슷한 결과라서 곧이곧대로 믿기는 조금 불안한 결과지만, 연구결과이니 
객관성이 있다고 보아야겠고,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서는 일본을 보아 온 경험에 있어서도 일단은
긍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처럼 일본에 대해 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렇기때문에 일본에 대한 시각이 편협해질 수
밖에 없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혹은 일본을 좀 더 아시는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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