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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다구와의 초록빛 데이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1. 3.
 복숭아님 전매특허 제목이지만, 저번에도 도용했으므로...(비겁한 변명입니다!)

 다구가 서울로 올라왔다기에, 회의도 10시에 끝난다기에, 내려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다구가 올 때쯤
되어 회의 12시로 연장 OTL..결국 제일 가까우면서 버팀직한 신천에 있으라고 하고 남은 일을 마쳤다. 12시
넘어 만나 둘다 초췌했지만 반가워서 그런거 다 생각안나고, 일단 술집으로 ㄱㄱ.

 맥주 2000cc에 소주 한병을 나눠마시니 피곤했는지 이내 정신이 몽롱. 술집에서 나와 신천 거리를 걷다 보니
며칠전 포스팅한 그 길목인거라, 작년 이맘때가 생각나 또한번 넋두리를 하고, 듣는 다구는 잊으라 하고...
술기운도 오르는지라 택시를 잡았다.

 ' 아저씨 여기서 제일 가까운 호텔찌질방이요!'

 아저씨가 싼 곳이라고 내려준 곳은 여성전용 찌질방(어쩌라고). 할 수 없이 비싸다고 했던 곳에 들어가니 눈
앞에 펼쳐지는 80년대 사우나의 정취. 전날 야근에 마라톤회의에 술까지...지친 몸을 욕탕에 뉘이니 몸이 그냥
녹아내려 내가 물인지 물이 나인지..

 다구가 뜨거운 물을 틀고 같이 노인 흉내를 내다 나와서 찜방을 가니 아이스방의 압박. 들어가니 시원하긴 한
데 곰팡이 냄새때문에 뛰쳐나오고, 자러 들어가려니 이게 취침방이냐 시체실이냐..사다리타고 올라가 다락방
같은 곳에 몸을 뉘이니 바깥이 보인다? (다음날에 밖에서 보니 자는 사람들이 죄다 보였다.)

 수업 대략 째고 푹 자려 했는데 7시 반에 눈이 떠지고, 피곤해 보이는 다구까지 걍 깨워서 문 밖을 나섰다.
여기가 어디냐 두리번거리다 저 멀리 롯데캐슬을 보고는 일단 가야겠다고 맘먹고 걷다보니 석촌 호수공원이
나타났다. 공기도 좋고 호수도 좋은데 오리소리는 뷁.

 그나저나 같이 찜질방에서 자고 아침에 호숫가를 걷다니 이거 완전히 데이트잖아? 롯데월드 시계탑까지 걸어
가서 중3때 거기서 벙개했던 안좋은 추억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그래도 다시 올라온다니
.. 이글루는 접었으나 자주 볼 수 있겠지 뭐.
술먹고 들어가 입을적엔 왠 외국어가 써있나 했는데 자고 일어나서야 무슨 말인지 알았다. 
모델은.. 초상권을 존중해서 본인이 요청하면 삭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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