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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내 방 안의 지박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7. 16.
 나는 사정이 있어서 평일엔 이모댁에서 있고 주말에만 집엘 오는데, 확실히 집에는 무언가 마법이 있다.
방에 들어오는 순간 너무너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특히 내 방은 친구들에게 '종합 엔터테인먼트
룸' 이라고 불리우는데, 몇 기가의 에뮬 게임과 PS2, 다양한 애니, 취미생활용 기타, 만화책까지..그래서
집에 올 때마다 평일에는 바빠서 느긋하게 즐기기 힘든 게임도 하고, 기타를 연습한다거나 그 동안 받아뒀던
영화나 애니도 보고 일요일 아침에는 집 뒷산에도 올라가야지...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에 들어서서 옷을 갈아입은 순간부터 진짜 '마법' 이 시작된다. 그냥 만사가 다 귀찮아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게임도 서든어택이나 권호, 프리스타일처럼 그냥 생각없이 할 만한 게임 외엔 아무것도 건드
리기 싫고 플스는 켜기가 귀찮아서 안하며, 기타는 붙잡아도 한 시간을 못넘기고 다시 장식품이 된다. 애니나
영화도 지루해지고...평소에 보고싶던 친구들 만나러 나가기도 귀찮아진다. 결국 남는건 스캔만화 or 잠 or 서든
어택 그리고 약간의 싸이질. 이건 완전히 저주다. 무기력의 지박령이 온 몸을 잡아끄는 느낌. 이건 완전히 휴가
복귀 전날 군인이 아닌가!? 그렇다고 일하러 가기 싫거나 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여튼 일요일 오후 2시가 지나서는 시간이 광속으로 지나가는 건 초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딱히 목적없이 빈둥빈둥할때는 다들 그렇지 않은가? 게임을 해도 뭔가 조급해지고 시간 많이 잡아먹는
영화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내며, 결국 그렇게 시간의 노예가 되어 질질 끌려가다 개콘을 보고 마지막 서든을
몇판 한 뒤 잠에 든다.

 하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귀차니즘에 온 몸을 맡기고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다시 일주일을 보낼
여력이 생기니까. 마치 충전을 위해 크래들에 올려놓은 MP3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 시간이 없으면 아마
한 달 후에는 머리가 폭발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시간은 소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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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도 주말에 데이트지박령을 물리칠 만한 약속이 있었으면 좋겠다..(..)
  뉴스에서는 비 때문에 난리인데 나는 비가 많이 온줄도 몰랐네.
 
모시 담요 위에서 자면 에어콘이 필요없어~ 라기보단 에이콘이 원래 없다. 할머니를 거쳐 어머니께
전승되어온 우리집 여름나기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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