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패미컴 키드의 일기장

1993.11.14 (SFC판 스트리트 파이터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1. 26.





1993.11.14

나는 이날 게임기를 처음 샀다. 전에 갖고있던 MSX(IQ 1000), PC엔진은 모두 친척집에서 준 것들이였
고, 꽤나 마이너한 물건들이기도 해서 패밀리나 메가드라이브를 하려고 친구네 집에 많이도 다녔었다.
그 해 여름 내내 어머니를 조른 결과, 드디어 나에게도 슈퍼패미콤이 생긴 것이다. 문답에도 썼지만 게
임기를 사가지고 왔을 때, SF2가 우리집 TV에서 돌아갈 때의 감동을 나는 잊지 못한다. 

당시 우리 동네에는 일기에 쓰여 있는 형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패밀리였고 슈퍼패미콤이란 것은 파
이널 파이트가 오락실에서 대히트하던 시절에 '슈퍼패밀리라는 게임기로 파이널 파이트가 있대. 근데
게임기 가격은 30만원이 넘고, 팩 가격도 10만원이래' 라는 풍문으로만 알고 있었다. 내가 게임잡지를
많이 보게 된 93년 초에서야 슈퍼패미콤은 이미 시장의 중심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 슈퍼패미콤을 산 건 어디까지나 스트리트 파이터를 집에서 하기 위함이였다. 지금 보면
아케이드판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그래픽이지만 그 때 집에서 플레이한 스트리트 파이터는 당시의 내
눈에는 오락실과 완전히 똑같았다. 대만산 패밀리판 SF만 하다가 했으니 오죽했을까.

오락실에선 이미 스파2의 개조기판이 강룡까지 등장하고 시시해지던 때였고, 네오지오의 100메가 쇼크
작품들이 엄청난 인기를 모을 때였다.
 스트리트 파이터 2(SFC)
 
91년 파이널 파이트의 열기가 무르익을 무렵 등장하여 또다른 충격을 준 스트리트 파이터2(이하 SF2)의
가정용 첫 이식작. 아케이드판이 나온 지 1년 여 만이고, 게임센터에서는 이미 SF2대쉬(이하 SF2')가 가
동되고 있을 때였다. CPS-1 기판으로 등장한 아케이드판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성능의 SFC로 이식되었
기 때문에 그래픽 면에서 차이가 컸다.





작은 사진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캐릭터 크기는 꽤 큰 차이가 있고 프레임도 많이 줄였다.
              (아케이드는 코끼리 6마리 SFC판은 4마리 류 발가락도 각각 3개와 4개...)
 
 
 
 
 
 사운드 역시 엄청나게 빈약해졌다. 아케이드의 그 시원시원한 타격음은 조금 둔탁한 소리로 변경되고, 승룡권 음성
도 빈약해졌으며, 던지기의 기합소리는 모든 캐릭터가 같아지기도 하고..아쉽지만 하드의 한계상 어쩔 수 없었던 것.





                            게임에 쓰였던 각종 폰트도 해상도 차이로 꽤나 투박해지고..








                  프레임 삭제로 베가사마의 슬라이딩 킥도 더블 니프레스 2타째의 모션을 긁어왔다.

 

 

  하지만 이런 그래픽과 사운드의 열세, 몇 가지 요소의 삭제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아케이드와 똑같다.

 

 

 아케이드판과의 차이는 지금의 눈으로 보았을 때 드러날 뿐 오락실에서 하던 SF2를 그정도 수준까지 재
현해놓은 것은 감격 그 자체였다. 그래픽을 차치하더라도 오락실과 완전히 똑같이 즐길 수 있는 타격판정
과 대 CPU전 알고리즘은 완전히 같다고 보면 된다. 지금 해 봐도 그래픽 이외에는 아케이드판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이식도는 역시 캡콤이라는 탄성이 나올 뿐이다.

 

 


                                    통나무와 드럼통 스테이지 대신 추가된 벽돌 보너스 스테이지.
                                    (후속작인 SF2'TURBO에서는 재현)
                                 

 

 보너스 스테이지가 일부 삭제된 것은 16M용량의 압박 때문이였으리라..각종 세부 모션의 삭제, 또 그
외에도 비겼을 때의 언짢은 포즈는 삭제되고 캐릭터가 방향 전환할 때의 그래픽으로 대치했다던지 세세한
차이점은 수없이 발견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 시절 SF2를 집에서 즐기도록 이식한 작품으로서는 전혀
부족할 것이 없었다.

 


                    아가씨가 미모의 금발로 변했던 것을 눈치챘었는지?서비스 정신까지 >.<

  하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케이드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는 캡콤의 이식 능력은 이후 SFC로 이식된
네오지오 격투게임의 이식작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차후 그 악몽들에 관해 포스팅할 예정-_-)

 

 

이번 추억 여행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