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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ARC] 대학가에는 지난 날의 자취만이 남아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
 꽤나 오랫만에 인하대 후문에 갔다. 스무살부터 5년동안 먹은 술 중에 절반은 여기서 먹었던 것 같은데..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락실도 들렀다. 그냥 이니디 하고 철권 몇판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였는데, 1년만에 와 보니 완전
히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킹오파 네오웨이브 이후 최신작을 볼 수 없었던 격투게임 쪽은 아예 94/95/96과 97/98/99, 2000/2001/2002의 복
합기들로 바뀌어 있었다. 복합기를 처음 본 것은 우리학교 앞 오락실이였는데, 학생수가 우리 학교의 3배인 이곳도
이제는 이런 게임기들 일색으로 되어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2도 있고, 화이널 화이트와 캐딜락&다이노서스도
보였다. 철권5도 DR과 보통판이 섞여있는 성의없는 구성.

 그래도 나같은 올드 게이머는 레트로가 오히려 더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같이 간 2명과는 원래 우리집에 가서 스
파3을 할 예정이였는데, 실로 오랫만에 제대로 된 킹오파94 대전을 즐길 수 있었다. 환상적이였다. 에뮬로 넷플레
이를 하고 PSP로 손바닥 안에서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게이머 마음이 어디 그런가.. 코인을 넣고 타닥타
닥 소리를 내며 스틱을 흔들고 버튼을 두드리는, 그 맛이 필요한 거다. 

                            킹 오브 파이터즈 94. 초등학교 6학년 운동회날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이란..

 그냥 좌절과 허탈감만 느껴졌던 학원가 앞과는 달리 대학가는 아직까지는 정말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었
다. 그런데 중요한건, 게임센터 전부가 레트로화됐다는 것. 더이상 신작 게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있던
약간의 신작 게임도 없애버리고 아예 예전 게임을 갖다놓았다.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도 대부분 내 나이 또래
뿐이고..새로 흡수되는 유저는 없고 있던 유저는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갈 테니 몇 년 후에는 이곳도 문을 닫겠지...
마치 몸담던 커뮤니티가 유령화되는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게임 안되서 이야기하면 그냥 윽박지르곤 해서 싫어했던 주인 아저씨는 여전히 동전 교환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왠
지 안스럽게 느껴졌다. 현상유지는 하고 있지만, 한 3년정도 더 지나면 그나마 격투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세대들도 졸
업하거나 오락실에 오기 힘든 상태가 되어 있을테니 말이다. 그 아저씨 아버지인 원래 주인 할아버지는 아케이드의
황금기에 은퇴를 했던 것 같은데 이 아저씨는 노후를 걱정해야 하니..시대의 흐름이란 무서운 거다.

 제법 규모가 되기 때문에 레트로와 체감 게임으로 버틸 수 있는 이 오락실과는 달리, 작은 규모라서 항상 센스있게
게임을 배치하던 옆 오락실은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철권5DR과 킹오파11을 메인 자리에 깔끔하게 배치
하는 것은 기본. 강남역 지하 오락실(이쪽도 다 없어지고 한곳 남았다.)에서만 봤던 멜티 블러드 액트 카덴차도 들여
놓은 것도 그렇고, 예전에 했던 게임을 잠시 하거나 친구/애인과 시간을 때우기 위한 곳이 된 옆 오락실과는 달리
이쪽은 나름대로 아직 남아있는 격투게임 마니아들을 대접할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게다가...

 정말 눈물이 날 지경. 드캐와 플스로 몇백판을 했건만..역시 아케이드에서 봤을 때의 느낌은 무언가 다르다. 도트
가 좀 더 튀어 보이지만, 대전상대도 없지만 일단 코인을 넣고 플레이했다. 그리고는 역시나 길에게 좌절..OTL 
 이 오락실에서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얻었다. 항상 대전에 불타오르던 그 느낌이 아직도 현재진행형.

 온라인 게임과 PC방의 득세로 설 자리가 없어진 게임선터이긴 하지만, 사실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수입할 만한)
신작 게임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게임센터가 마니아/레트로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이 정
도 노력도 안 하고 방치하던 오락실들은 2~3년 전에 대부분 망했다. (Ex.건대 조이맥스)

 수입되지 않는 최신 격투게임을 봐도 멜티 블러드나 북두의 권 등, 일반 유저보다는 마니아가 열광할 만한 게임들
만 나온다. 정식 속편만 나와도 이미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데, 세계관조차 동인화되니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
다. 동인들의 게임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는 하지만, 그건 일반층의 관심을 모은 것이 아니라 오타쿠 문화
가 조금 더 넓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주류는 되지 못한다.


                                퀸 오브 하트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결집된 듯 하지만, 
                         나같이 월희의 세계관을 모르는 유저에게는 아웃 오브 안중. 

                                                                         3보다 재미있다!?

중간에 버추어 테니스 1이 끼어 있었는데, 오랜만에 해 보니 이거 스파이크걸즈랑 시스템이 꽤나 유사했다. 제길,
진작 이 게임을 다시 해 봤어야 하는데, 애꿏은 월드 투어 가지고 시스템 고민했으니..(월드 투어 이후로는 방향 조
작이 아니라 버튼으로 탑스핀/로브를 구분한다.) 버추어 테니스3 이 캐주얼틱해 보였던 것은 타격음 때문이였다.
비록 합성티는 나지만 이쪽은 둔탁한 테니스 라켓음 때문에 꽤 무거운 느낌.

 사실은 3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전작에 대한 것은 어느정도 기억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딱 생각대로였다. 심오한
랠리나 선수들의 세분화된 능력치는 없지만, 기본 게임플레이가 1이 더 재밌다. 


 그제 쯤 XBLA로 아랑전설 스페셜이 서비스된다는 소식을 듣고(그런데 한국에도 서비스되나요!?), USB수신기를
사용해서 엑박 패드로도 괜찮은 조작감을 확인하고는 이제 레트로 격투 게임마저 온라인이 가져가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역시 아케이드 기판으로 한 칸 옆의, 혹은 반대편의 상대와 대전하는 이 느낌을 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시대의 변화를 알면서도 이런 곳들이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도시에 살면서 시골은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현대인의 욕심같은 것일까? 인사동에 있는 추억의 물건 가게처럼 한 두곳씩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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