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생각상자

전구 갈아끼우는 일은 남자들만 할 수 있을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7. 22.
우리 산책할까요? 포스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며칠전 출근하려는데 이모가 날 부르셨다. (나는 이모댁에서 지내고 있다.) 형광등이 나갔으니
새 것으로 갈아끼워 달라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나는 왠지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집에서야 당연히
내가 10여년간 갈아끼워 왔으니 형광등이 나가기만 해도 몸이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여 전구를 사와서
갈아끼우지만, 다른 곳에서 그 주문을 당연히 내가 해 온 일처럼 받아들이게 되니 조건반사 신경에
약간 에러가 발생했던 것이다.  대략 1분만에 전구를 갈아끼우고 나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전구 갈아끼우는 것은 남자가 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인가!?'


 좀 더 차근차근히 생각해 보니,


 1. 빼고 끼우는 과정이 어려운가?
  -> 180도 돌려서 빼내고, 새것을 끼운 후 180도 돌리면 고정된다.

 2. 빼고 끼우는 데 힘이 많이 드는가?
  -> 20년 전이라면 모를까 요즘 형광등은 약간만 힘을 주어 돌리면 툭 빠진다.

 3. 빼고 끼우는 데 위험성이 큰가?
  -> 물론 떨어뜨리면 파편에 다칠 위험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유리컵도 마찬가지다. 전기 스위치를
    올려도 손에 물을 묻히고 접촉면을 만지지 않는 이상 감전될 위험은 없다.

 4.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커서?     
  -> 남자도 의자를 갖다 놓아야만 뺄 수 있다. 의자 높이를 더하면 여자라고 해서 모자를 수준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전구 갈아끼우는 것은 무거운 물건 옮기기나 전기기구 수리같은 어려운 일이 아닐 뿐더러,
어지간한 가사 노동보다 훨씬 쉽고 안전하고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전기기구'라는 이유 때문에 전구가
나갔을 때 갈아끼우는 일은 당연히 남자의 몫이 되는 것을 보면 전구 갈아끼우기는 일의 어렵고 쉬움보다는
'전기기구 이상은 남자가 해결할 일'이라는 성역할 인식의 지배를 받고있는 듯 하다.

 '여자가 좀 갈아끼우면 안되나!?' '이제부터는 여자들도 해라!' 등의 딴지 글이 아니다.  남성의 여성화, 관공서
및 전문인력의 여성비율 급증 등이 대중의 이슈가 되고 있을 뿐더러 여자가 사냥을 하고 남자는 집에서 살림을
한다는 아프리카 부족의 이야기를 들으면 성 역할이라는 말조차 가부장적인 권위의 산물일 뿐인데, 분명 우리는
아직 성역할 인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을 뿐이다.

 '21세기는 여자가 지배할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가 되면 여자가 당연히 형광등 전구를
 갈아끼우고 있을까?






                                        
 

'사는 이야기 > 생각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카에게 레고 만들어주기  (0) 2006.08.12
우리 할머니 이야기  (0) 2006.07.29
무서운 용팔이  (0) 2006.07.18
나 어릴적 꿈  (0) 2006.07.11
네이버로 시험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0) 200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