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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우리집 앞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4. 24.
나는 학교에서 집에 올때 주안역에서 5-1번 버스를 타고 온다. 우리집이 위치상으로는 보통

종점이 아닌데 어쨌든 종점이라 나는 항상 혼자 내린다. 주안역에서 탈 때는 몇 없다가 조금

있으면 와글와글 몰렸다가 우리집 와 갈때쯤엔 다시 썰렁해지는 버스. 이 버스는 그나마 종점이

라 그렇지 다른 버스는 벨 눌렀는데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나를 당혹케 한 적이 많

았다.

아마 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집 주변에는 뭐랄까, 편의시설이라고 해야되나 상점가라고

해야되나 그런게 전혀 없다. 그나마 있던 동네 가게도 2년전에 문을 닫아버려서 음료수나 과자

같은걸 사려면 10분은 걸어가야 하고..

하기야 구멍가게 갈 일은 요새는 거의 없으니 별로 상관이 없기도 하지만..어렸을 때 부터

나는 문방구나 오락실을 갈려면 20분 넘게 걸어가야 한다는게 너무 싫었다. 중학교 이후로는

비디오 가게를 가는게 그렇다는게 싫었다. 대학 가고나서는 책방에서 만화책을 빌리려면 30

분을 걸어서(그것도 인하대를 완전히 가로질러) 가야 한다는게 싫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

한다는데 왜 울동네는 그대로일까? 정말 15년 전이랑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병장 휴가 나올때쯤부터 집앞에 까르푸를 짓는다고 이래저래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제대하고 3~4개월 지날 때까지도 공사장 장막 때문에 보이지도 않아서 뭘 하나 궁금해

했는데, 막상 장막을 벗기니 눈앞에 까르푸가 있는 것이였다. 솔직히 적응이 안된다.

우리집 안에서 창문열고 디카 줌 전혀 없이 찍은 사진. 이정도로 가깝다.

문방구든, 가게든, 시장갈 일이든 이제는 단 5분만 걸어가면 살 수 있다니...그런데 이걸 좋

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불편해질 점도 많다. 집앞 공터는 이제 저기 갈 사람

들의 차들 때문에 주차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울집 사실 밖에서 안이 보이는데 맘대로 옷벗고

운동도 못할 꺼 같다. 원래 사람이 별로 안 다니는데라서 신경 안쓰고 살았는데 말이다.

지금 우리집에 19년 살았다. 지금 24살이고 군대 2년을 빼면 17년 가량 산 것인데...1,2년 안

으로 이사가긴 할꺼 같다. 이사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난 전혀 상상이 안된다.

중간고사 기간에 공부 안되서 집에 일찍 오다 버스에서 문득 생각나서 끄적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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