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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이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3. 14.


지난주에는 수업 쇼부치러 학교와 회사를 매일 오갔다.

학교에서 회사로 갈 때는 학교앞에서 147번을 타고 상왕십리역에서 갈아타는데,

789교시가 끝난 6시, 지친 몸으로 버스에서 졸다가 창 밖을 보고 급히 뛰어내렸다.

지하철역으로 들어설 때까지 사람들이 날 쳐다보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아래를

보았더니, 귀부터 이어진 이어폰 줄이 발 옆에 덜렁덜렁..검은 외투를 입었는데

이어폰이 하얀색이었으니 이거 뭐...



...그리고 그 끝에 달려있던 MP3이 실종된 것을 확인했다. 버스에서 후다닥 달려나

갈 때 뭔가 떨어져 굴러가는 소리가 그제서야 머릿속에 떠오르고... 뒤돌아보니 버스

는 이미 떠난 지 오래. 그야말로 버스는 떠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리버도, 간지작살 아이팟도 아닌 코원(그때는 거원) 아이

오디오 1G.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에 두달 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산 것이었다.

3월 딱 이맘때 샀으니까 정확히 3년 썼다. 먼지가 잔뜩 쌓였고 탐색 바는 조금 헐거워

졌지만, 크기/음질/용량 면에서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이제 다시 살 수는 없고..

 3년 동안 앉아서 책을 볼 때 이외에는 내내 귀에 꽂고 다녔던 것 같다. 제대 후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나왔을 그 때부터 조금은 익숙해진 지금까지 언제나 함께 있었다. 사이판

도 2번이나 함께 다녀왔다.

 산 지 한달쯤 되었을 때였나..도서관에 두고 나와서 헐레벌떡 5층을 뛰어올라가 찾아온

것이 기억난다. 술집에 두고 나와서 다음날 오전에 찾으러 간 적도 있었고, 친구집에 두고

나와서 한두 달 후에 돌려받은 적도 많았다. 이어폰은 몇 번이나 잃어버려서 새로 사곤

했는데, 이젠 이어폰만 남았다.

 요 며칠동안 안 끼고다녔더니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나름대로 좋아진 것도 있지만,

역시나 아쉬운 마음은 그대로다. 음악을 듣고싶은 것이 아니라 다시한번 보고싶다.

마치 헤어진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처럼...정말 많은 추억을 함께했는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긴 녀석 보시면 연락좀 주세요..


사이판 갔을 때 바다 위에서 들었던 WITH COFFEE





...그런데 설마, MP3 새로 살 돈이 없어서 보고싶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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