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이야기 25 - 건면세대(健麺世代)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신라면 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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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농노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3연속 농심 포스팅.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한국 라면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역시 건면 라인업까지는 커버하지 못했나 보다. 나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지라 수퍼에서 보고 곧장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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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에 나왔던 농심의 야심작 건면세대(健麵世代)를 누구보다 앞서 포스팅했을 만큼 건면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신라면 건면은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때 라인업 자체를 철수하기도 했던 만큼, 이번엔 대표 제품 신라면 스킨을 씌워서 봉지라면으로 돌아왔다.
함께보기>>> [음식] 라면 이야기 - 6. 健麵世代 (건면세대)
[음식] 라면 이야기 - 6. 健麵世代 (건면세대)
TV를 안 본지 2년이 되어가서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세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도 언제 들었는지 가물가물하고, 농심 홈페이지에도 발길이 뜸해진 사이에 신제품이 나왔다. 이름하야 건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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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는 건면다운 350kcal이지만, 나트륨 함량이 1,790mg으로 지난번에 리뷰한 형님소고기라면농심라면과 같은 양이다. 면의 자존심은 포기할 망정 신라면의 아이덴티티는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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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의 스프. 신라면에 야채 조미유? 대략 어떤 의도인지 짐작이 된다.
오래전의 건면세대와 같은 공법으로 보이는 면.
건면세대의 사진을 지난 포스팅에서 가져왔다. 면의 빛깔이 다른 것은 18년 전 애니콜 문근영폰...(..) 으로 찍은 탓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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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컨셉의 닛신 면 장인(日清麵職人) 과는 빛깔은 다르나 열었을 때 눈으로 보는 질감은 얼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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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라면 건면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하는 묘죠 중화삼매경의 면과 비교하면 신라면 건면은 꼬불꼬불해서 느낌이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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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조리 시작. 언제나처럼 물이 끓기 전에 양념스프를 먼저 풀어준다. 건더기가 실한 일본 라면만 먹다가 오랜만에 먹으니 건더기가 적어보이는 건지, 신라면 건면이 본래 건더기가 적은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부족해보이는 건더기.
물이 끓고 건면을 끓여준다. 신라면 같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마침 건면세대 용기와 비슷한 그릇이 있어서 무리하게 담았다너 국물로 꽉 찼다.
야채 조미유까지 넣어서 완성. 음...매운(辛) 라면의 느낌은 팍팍 나지만 너무 빨개서 신라면과는 좀 이질적인 느낌.
면을 조금만 집어올려도 국물이 넘치려고 해서 일단 국물부터 맛보았다. 예상대로 야채 조미유는 보통의 라면을 끓일 때 나오는 팜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건강한 느낌을 내는 데에 주력한 밸런스이기 때문에 국물은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밍밍한 편.
얼마만에 집어드는 농심의 건면인가...!
먹어본 감상은..
깔끔한 맛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농심 건면의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맛이다.
처음 한 입을 먹고 오래전 농심에서 내놓았던 건면세대의, 약간 고무같은 그 식감이 기억났다. 면을 조금 덜 익혔을 가능성이 있으나, 불어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닛신의 면 장인이나 마루쨩 정면(正麺)은 같은 건면이지만 이런 뻣뻣한 느낌이 적고, 쇼유나 시오 계열 국물과 굉장히 잘 어울려서 '건면이라서 낼 수 있는 매력'이 있으나, 아쉽게도 신라면 건면은 신라면에서 열화되었다는 감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얼큰한 국물에 라면을 튀긴 팜유가 가미되어 맛있는, 한국의 매운 라면에는 역시 건면이 어울리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물과 기름과 같은 사이랄까? 야채 조미유를 별첨한 것은 그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서로 보이나 역시 한계가 있어서, 국물에 어느정도 감칠맛을 내 주지만 면을 먹을 때는 깔끔함(=밍밍함) 이 느껴지고 만다.
건면(乾麺)이 아니라 건면(健麺)의 컨셉 자체는 좋지만 먹으면서 신라면이 생각나기 때문에 신라면 스킨을 씌우는 것보다는 건면 그 자체의 매력으로 승부했으면 한다. 그렇다고 간장 베이스의 국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다음 포스팅으로 쇠고기면을 예고하고 다른 것을 먹어버렸다. 다음번엔 꼭 먹고 말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