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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오래도록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그동안 무엇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책 첫머리의 목차 옆 페이지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 책은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정통적인 사철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철 방식으로 제본된 양장본은 오랫동안 보관해도 책이 손상되지 않습니다." 가끔은 두 번 정도만 반복해서 읽어도 금방 페이지가 뜯겨 나가고 너덜너덜해지는 책도 있었더랬다. 그래서 나에겐 이 사소한 글귀가 더없이 반가웠다. 기대했던 보람이 있었는지, 책을 들자마자 중간에 쉬지도 않고 책을 언제 다 읽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읽는 바람에 첫 구절에선 먹고 있던 샌드위치를 뱉어버릴 뻔했지만 -_-;; 혹시 읽을 분이 계시다면 아무.. 2007. 11. 18.
헬게 헤세,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같은 강물에 발을 담그지만 물은 이미 같은 강물이 아니고, 우리도 우리지만 이미 아까의 우리가 아니다. - 헤라클레이토스 - 2007. 11. 9.
[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오래 전에 이 시리즈의 1권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언젠가부터 계속 신화를 읽으려고 노력해 왔던 것 같다. 사려던 책이 없어서 아쉬워하며 서점을 나오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그대로 집어들었다. 본래 시리즈로 되어 있으면 1권부터 읽어보는 주의인데, 신화 책에서 시리즈가 의미를 거의 갖지 못한 다는 것을 알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 책 1권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신화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유재원 교수님의 '그 리스 신화의 세계'였고, 이윤기씨가 번역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들춰본 적은 있었지만, 저작을 읽는 것은 사실상 이 책이 처음이다.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2권 에서 읽은 적이 있지만, 아르고스 원정대 이야기가 더 많아서였는지 도통 기.. 2007. 11. 6.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명저를 뒤늦게 접할 때의 아쉬움은 언제나 크지만, 이 책은 좀 더 각별한 케이스다. 대학교에 들어가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던 5월의 봄날 CC까지 되어 그야말로 절정을 이루던 시절, 집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들었다. 정확히 어디까지 읽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패러다임' 이었다. 등교하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왜 이렇게 생각을 못했을까? 패러다임만 바꾸면 되는데..' 하며 탄성을 질렀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여자친구에게도 철없 는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마음속의 배려를 해 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날 차였다.......(..) 다른 일도 많았지만 어쨌든 그 이후 학교생활은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책? 던져 버린지 오래였다. 이 대목에.. 2007. 11. 1.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면, 설사 그가 하는 말이 별 재미가 없어도 아주 유쾌하다. 왜냐하면 그는 진정으로 당신에게 말하며, 당신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난 처음으로 누군가 내게 말할 때 날 배려해주는 사람을 만난 셈이다. 그는 찬성이나 반대를 노리는 대신, "넌 누구니? 나랑 얘기하고 싶니? 너랑 있으면 정말 즐거워!"라고 말하듯 날 바라보았다. 난 바로 이게 예절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건 자신이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태도라고 생각한다. ------------------------------------------------------------- 첫 부분을 읽을 땐 수식어가 많고 이해하기 난해해서 진도가 안 나갔는데, 어느 정도 읽고 나니 아주 슉슉~ 읽혔다. 순식간에 끝까.. 2007. 10. 28.
[책] 둠 - 컴퓨터 게임의 성공 신화 존 카맥 &amp; 존 로메로- (MASTERS OF DOOM)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지 책이 무진장 잘 읽혀지는 요즘, 지를 책이 없나 둘러보다가 발견했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번역판이 나오기 전에 나는 이미 이 책을 알고 있었다. 군대시절 게이머즈를 열독하다가, 키노피오씨가 편집후기에 최근 읽었다고 썼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방법이 없어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책하고도 인연이란 것이 있나보다. 책 내용은 둠을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존 로메로와 존 카맥의 자서전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어서, 두 명의 존 이야기가 성장배경부터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게임업계 일본을 건설한 거인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내용도 신화같은 이야기다. 성공 신화를 읽는 것은 언제나 즐거워서, 페이지 가 술술 넘어가고 내가 마치 그런 성공을 하고 있는 듯한 설.. 2007.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