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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그는 코끼리가 너무 좋아서 코끼리 한 마리를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자나 깨나 코끼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뜨거웠다. 그는 차츰 알게 되었다. 당장 코끼리를 갖게 된다 해도 자신은 그걸 키울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는 평범한 넓이의 마당을 가진 자그마한 집에 살고 있었고, 아주 가난하진 않았지만 농담으로라도 부자라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전혀 아니었다. 코끼리를 손에 넣는다 해도 그것을 데려다 놓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으며, 날마다 코끼리를 배불리 먹일 만큼의 사료를 살 돈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끼리가 과연 자기에게 오게 될지도 의심스러웠지만, 만에 하나 갑자기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을 유지조.. 2008. 9. 22.
이케가야 유지, <착각하는 뇌> 나이가 들면 머리가 더 나빠질까? 스트레스가 강한 사람은 기억력이 좋다? 사랑에 빠진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릴까? 잠자는 동안 뇌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등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카테고리를 각각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인데, 전문적인 설명도 간혹 등장하지만 한 주제당 볼륨이 너무 적어서 첫 부분을 읽으면서는 '애걔... 설명이 이게 다야?' 하는 느낌이었다. 근데 뒤로 갈수록 괜찮아지는 것 같긴 하다. 대단한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는 각 가설들을 소개하고 저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 형태의 책인데 꽤 흥미롭다. 단지 조금씩만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삽화가 좀 귀엽다 ㅎㅎ) 나이가 든다 하더라도 뇌 자체의 기능이 쇠퇴하는 것은 아니며,.. 2008. 9. 21.
[책] 게임에 대해 생각하는 것 '별의 카비', '대난투 스매쉬 브라더즈' 시리즈를 만든 사쿠라이 마사히로의 칼럼을 모은 책. 지난번 소개했던 Vol.2도 참 좋았는데, 품절이라 구하지 못했던 Vol.1도 마저 구입했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게임을 즐기면서 그에 사용된 기획의도, 장치, 재미요소 등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저자에게서는 오카모토 요시키나 코지마 히데오 등의 프로듀서들과는 조 금 다른 면모가 엿보인다. 게임을 즐기다가 문득 든 생각, 사물을 보다가 게임에 연관되어 든 생각, 최근에 즐긴 게임에 대한 감상. 이론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상'으로, 몇백만 카피가 팔린 소프트웨어의 프로듀서가 아니라, 그저 게임을 같이 즐기는 친구같은 느낌이다. 프리랜서의 면모가 엿보인 vol.2에 비해 vol.1은 HAL연구소에 몸담고 있.. 2008. 9. 15.
[책] 지적 즐거움 읽을거리가 없나 하고 서점을 돌다가 발견한 책. '지적 즐거움' 두께도 두껍고 들고 있으면 뭔가 지적인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 부제 또한 멋지다.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들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지적 노동자'이라는 말을 자의적으로 'IT노동자'라고 해석해버린 나는 카테고리와 몇 개의 내용을 보고 결국 집어들었다. 50페이지 정도 읽을 때까지 대단히 만족스럽게 읽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깨우쳤다. 이 책이 19세기 말에 쓰여진 것이라는 것. 며칠 후에 서점을 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비슷한 컨셉의 표지에 두께를 가진 철학의 즐거움 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저자가 유명인이 아니고 역자 약력 등도 제대로 나와있지 않은 점도 비슷했다. 한마디로 '기획된 시리즈'책이라는 것이다. 왠지 속아넘어간 느.. 2008. 9. 8.
[책] 단원의 그림책 학교 도서관 앞에서 했던 책나눔 행사에서 집어든 책. 삽화가 많고 비싼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지만; 이 기회에 김홍도의 그림을 제대로 엿보기로 했다. 이 책은 '그림책'에 실린 김홍도의 그림을 속속들이 해부했다. 작품의 탄생배경, 사회적 의미, 미술사적인 의미가 아닌, 정말 그림 그 자체를 완전히 해부했다. 김홍도의 그림은 교과서든 포스터든 여러 곳에서 보아 왔지만, 이렇게 서민층의 삶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에이, 그거 교과서에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잖아. 미술 시간, 국사 시간에..' 라는 말이 들릴 법 하다. 하지만 그렇게 알고만 있는 것과 실제로 그림을 뜯어본 후의 감상은 전혀 다르다. 김홍도의 그림에는 모든 인물의 표정과 행동이 정말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몸짓과 자세를 뜯어봐.. 2008. 7. 21.
[책] 게임에 대해 생각하는 것 2 팩맨의 게임학 입문과 함께 구입했는데, 일본어 텍스트에 지쳐 나가떨어져 구입한 지 3개월만에 읽기 시작했다. 실은 구어체에 가까운 필체 때문에 못 알아먹을 말이 많아서 꺼려왔던 것인데, 조금만 읽어보니 오히려 더 읽기 편했다. 감탄사와 의태어를 몰라도 의미는 알 수 있으니까. 별의 카비부터 시작해서 대난투 스매쉬 브라더즈 시리즈, 그리고 메테오스까지 대중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성' 면에서 인정받은 게임을 만들어 온 저자가 패미통에 매달 연재해 온 칼럼을 모은 책이다. (1권, 2권 각각 50편씩 실려 있다.) 주말에 친구들과 격투게임을 즐기는 이야기에서 GDC에서 강연을 하는 이야기까지.. 라벨의 설명처럼 저자가 게임 팬으로서,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담겨 있다. '팩맨의.. 2008.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