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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에세이21

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그는 코끼리가 너무 좋아서 코끼리 한 마리를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자나 깨나 코끼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뜨거웠다. 그는 차츰 알게 되었다. 당장 코끼리를 갖게 된다 해도 자신은 그걸 키울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는 평범한 넓이의 마당을 가진 자그마한 집에 살고 있었고, 아주 가난하진 않았지만 농담으로라도 부자라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전혀 아니었다. 코끼리를 손에 넣는다 해도 그것을 데려다 놓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으며, 날마다 코끼리를 배불리 먹일 만큼의 사료를 살 돈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끼리가 과연 자기에게 오게 될지도 의심스러웠지만, 만에 하나 갑자기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을 유지조.. 2008. 9. 22.
기욤 뮈소, <구해줘> 《구해줘(Sauve-moi)》 기욤 뮈소(Guillaume Musso) 著 "자네가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춘 거라네." 마침 사려고 했던 책을 딱 선물받아서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던 책. 시간이 없어서 계속 못 읽다가 오늘에서야 읽었다. 재밌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되지만 희망적이다. 읽는 내내 닭살이 돋았다. (사소한 일에 혼자 감동받아서 평소에도 종종 닭살이 돋음 ㅠㅠ) 그런데 난 당분간은 연애소설을 읽지 않기로 다짐했다...-_-;; 요즘 연애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머리가 아프다. 혈액형별 남녀와 같은 흥미 본위의 시시콜콜한 사랑 얘기도 아니고 감상적인 사진과 함께 싸이에나 올라올 법한 겉멋이 든 구절도 .. 2008. 4. 20.
[책] 우리는 사랑일까 사랑에 관한 책을 읽고 싶다던 지인이 권해준 책. 책을 대략 훑어보고는 이건 사랑이 아니라 현실주의 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영화 '봄날은 간다' 처럼!) 기본적으로 이 책은 연애소설이다. 앨리스와 에릭이 사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간중간 저자가 개입 해서 서로의 심리를 풀어내는데, 그 비유와 설명이 너무 적절해서 으레 말하는 공감을 한다. 에릭은 연애를 할 때마다 이중 안감을 넣은 양복으로 옷장을 채웠다. 사랑이 대들보가 아닌 삶, 행복의 토대를 자율이 아닌 다른 것에 양도할 필요가 없는 삶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이 점에서 우리는 건축가들을 낭만파와 지성파로 나눌 수 있다. 지성파 건축가는 건물의 무게를 여러 기둥(많을수록 좋다.)에 분산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아, 사고가 나더라도 다른 기둥들.. 2008. 4. 6.
기타가와 에리코, <空から降る一億の星(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사실 이 책 읽다가 그만뒀다. 왜냐면... 소설 같지 않아서다 ㅜ.ㅜ 소설로 읽을 만한 책이 아니다 싶다. 이런 건 드라마나 영화로 봐야지... 읽다가 말았는데 억지로라도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이다. (읽다 보면 괜찮아질까?) 시나리오 작가가 써서 그런지 내용 전개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등장인물은 왜 이렇게 어수선할 정도로 많으며, 등장인물의 외양 묘사와 피상적인 정보 제공은 왜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는 건지. (분명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적절한 묘사일 것이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볼 때 우선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인지되는 것으로부터 주인공의 심리나 성격을 추측할 테니까) 근데 난 글자를 통해 사람 이름이랑 생김새 외우느라 정신을 뺏기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 ㅜ.ㅜ 그냥 내 취향이 그렇.. 2008. 2. 25.
무라카미 하루키, <東京奇譚集(도쿄기담집)> 오늘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東京奇譚集.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난 원래 늘 지나치게 인기가 있거나 너도 나도 좋다고들 하는 작품(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들에 마음이 잘 안 가길래. 심할 경우엔 의식적으로 거부할 때도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도 그래서 일부러 안 읽은 것 같다. (참고로 냉정과 열정 사이도 같은 이유로 안 읽고 있다가 얼마 전에야 읽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덥석 샀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인지 수필인지 헷갈린다.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기묘한 이야기는 아니고 적당히 재밌다. 5가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랑 마지막이 제일 흥미로웠다. (하지만 마지막 이야기는 끝.. 2008. 2. 23.
제임스 매튜 베리, <피터팬> 집을 나가기 전 책장을 보니 안 읽은 책이 있길래 가지고 나가서 밖에서 읽었다. (몇 달 전에 산 책이었는데 아직 안 읽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무삭제 완역본이 으레 그렇듯, 어린 시절 누구나 생각할 법한 피터팬은 아니었다. 좀 산만하고 적당히 잔인하고 왠지 모르게 기묘했다. 나쁘진 않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아래 구절이었다. ------------------------------------------------------------------------ 좋은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들이 잠든 후에 아이들의 마음속을 뒤적거린다. 그리고 낮 동안 어질러놓은 것들을 다음날 아침을 위해 치우고 정리한다. 여러분이 그때까지 깨어 있다면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참 신기하.. 2008.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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