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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73

나도 이제 된장남 큰맘먹고 질러버렸다. 초절 간지 CK청바지. 베트남 OEM은 개뿔..상표 귀신들은 아랫사진 폰트만 봐도, 그런사람 아니라도 대충 봉제선 허술한거 보면 바로 눈치챌텐데.. 이건 왠만한 청바지 값보다도 싸길래 한번 사봤다. 결과는 만족. 질은 1/2이하일지 몰라도 가격이 1/10이니 뭐 어떠랴~확실히 짝퉁이라 때깔이나 라인이나 간지가 안나지만-ㅅ-; 중3때였나.. 인천에서는 청소년, 젊은이들 사이에서 HEAD 봄잠바가 열풍이였다. 별로 젊은 층을 대표하는 브랜드도 아니고, 청바지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약간 아저씨틱했던 디자인이였는데도 그 인기는 대단했다. 나는 친구들이 너도나도 입는 걸 보고 어머니를 졸라 매장에 가서 12만원짜리 잠바를 결국 샀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서 자랑하고 나니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 2006. 8. 18.
조카에게 레고 만들어주기 어젯밤엔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서 늦게 잤는데, 아침부터 조카가 날 깨운다. 조카: 삼촌 일어나요!! 나 : (모른척 하다가 도저히 못 버티겠어서) 레고 만들어달라구? 조카: (찔렸는지 우물쭈물하더니) 아, 아니요 아침먹으라구요! 나 : 그럼 삼촌 밥먹고 다시 잔다? 조카: 아..아니예요! 만들어줘요! 나 : ^_^ (이녀석도 귀여운 구석이 있네..) 이틀전에 약속을 했으니 두 밤이 얼마나 길었을까? 4시간쯤 잔 셈이지만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약속한 대로 박스 표지에 있는 용을 만들어 주기로 했는데 날개로 쓰는 부직포가 없었다. 이모가 포장지인줄 알고 버리신 것이다. 울상인 조카를 달래서 그냥 뼈다구 용을 만들기로 했는데, 이번엔 머리부터 꼬리까지 이어주는 와이어가 없었다. 그 쪽은 형수님이 안 쓰는.. 2006. 8. 12.
우리 할머니 이야기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우리집은 식당을 했는데 어머니는 식재료를 사러 다니시거나 카운터를 보느라 바쁘셔서 12년치 아침밥과 도시락은 모두 할머니께서 해 주신걸 먹고 학교를 졸업했다. 학교다니는 내내 아침 안먹는다고 뭐라 하시는 할머니한테 짜증을 내고, 제발 아침상 차려놓고 그 앞에서 담배좀 피우지 마시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중학생 이후 할머니는 무섭지 않다고 대놓고 화를 낸 적도 많았고, 고등학생 이후에는 말을 거의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스물한살 때 학교를 휴학하고 일을 하면서 저절로 할머니께서 키워준 고마움을 깨닫게 되었다. 월급날마다 담배 두 보루를 사다드릴 때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내가 그동안 정말 해 드린 것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아.. 2006. 7. 29.
전구 갈아끼우는 일은 남자들만 할 수 있을까? 우리 산책할까요? 포스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며칠전 출근하려는데 이모가 날 부르셨다. (나는 이모댁에서 지내고 있다.) 형광등이 나갔으니 새 것으로 갈아끼워 달라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나는 왠지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집에서야 당연히 내가 10여년간 갈아끼워 왔으니 형광등이 나가기만 해도 몸이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여 전구를 사와서 갈아끼우지만, 다른 곳에서 그 주문을 당연히 내가 해 온 일처럼 받아들이게 되니 조건반사 신경에 약간 에러가 발생했던 것이다. 대략 1분만에 전구를 갈아끼우고 나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전구 갈아끼우는 것은 남자가 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인가!?' 좀 더 차근차근히 생각해 보니, 1. 빼고 끼우는 과정이 어려운가? -> 180도 돌려서 빼내고, 새것을 끼운 후 180도 돌.. 2006. 7. 22.
무서운 용팔이 y님의 덧글에 갑자기 기억난 용산의 추억. 2000년 3월. 수험생인 나는 게임에 대한 욕구를 달래고자 원더스완을 사러 용산에 갔다. 중학교때부터의 패턴대로 나진상가에선 구경만 하고 전자랜드 지하에서 물건을 샀는데, 인상적이였던 2가지 사건. 원더스완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데 어떤 사람이 옆에 와서 PS2를 구입하고 있었다. 같이 사는 게임은 드럼매니아와 드럼콘. 그저 부럽다...하는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 사람은 백만원짜리 수표를 꺼냈고 받는 거스름돈은 만원짜리 10장 이하였다. 입이 딱 벌어져서 겜점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PS2 84만원...OTL. 고3이라 어차피 게임기를 할 시간도 없었지만 마냥 꿈같은 이야기였다 이윽고 틀어놓는 결전 오프닝을 보면서 차세대의 차세대가 시작됐구나..하고 감.. 2006. 7. 18.
나 어릴적 꿈 모 블로거님의 글에 덧글을 달다가 갑자기 떠오른 어린시절 추억.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자기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연예인, 프로게이머가 장래희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고 요즘 아이들은 꿈을 잃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때도 대통령이나 장군보다는 가수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고, 나는 단상에 올라가 나의 꿈을 설파했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이야기는 장황했고 확신에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내 이야기에 눈을 또렷히 뜬 채 집중했고 나는 연설을 계속했다. 확실히 그 때의 나는 대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은 내 이야기에 시선은 빼앗겼을 망정 수긍은 가지 않는 모양.. 2006.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