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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73

사춘기 1997년은 내게 꽤 의미있는 해다. 바로 이맘 때인 2월만 해도 세뱃돈으로 손에 넣은 FF7을 들고 그저 좋아라 하던 시절. 길 가다가 나를 불러세운 친구녀석이 '옷이 그게 뭐냐?' 하고 물어서 내 차림을 살펴 보니 어머니가 어디선가 얻어다 주신 디스코 스타일-_- 청바지. 지금 생각하면 대체 어떻게 그러고 다녔 는지 갸우뚱해지만 그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중3이 되면서 6학년때 친했던 친구 녀석과 같은 반이 됐다.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같이 졸업앨범을 보 는데, 사실은 얘를 좋아했네 어쩌네 하면서 낄낄대던 중에, 6학년때는 말하지 않았던, 내가 좋아했던 애 를 가리켰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친구녀석이. "음? 얘 우리학원 다니는데...야 근데 얘가 뭐가 이쁘냐? 너 진짜 .. 2007. 2. 16.
감정 정리 이리 저리 흩어진 감정을 주워다가 상자에 꾹꾹 눌러담아서 꼭꼭 포장해서 안 보이는 곳으로 밀어놓고 두 번 다시 떠올리지 않기만 하면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사람은 참 편리해서 좋겠다. 안 꺼내보면 그만이잖아. 난 그게 안 되던데. 물건에 유통기한이 붙어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그런 게 붙어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이 사람은 언제 변할 건지 언제 나에게서 떠날 건지 미리 알 수 있어서 좋을 텐데. 그러면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겠지? 아마도.. 2007. 1. 30.
나는 오타쿠인가 아닌가? 실용 일어회화 기말 발표를 위해서 인터뷰 자료를 이제야 준비하고 있다. (이놈의 전날 근성이란..) 오타쿠란 어떤 존재인가?'를 테마로 준비한 것은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기도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듯이 나는오타쿠 인가 아닌가? 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슴가워너비님에 의하면 빨간색과 3배 빠른 것이 생각나면 무조건 오타쿠라고 한다. 확실히 우주세기의 연대기 를 꿰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오타쿠다. 하지만 동인지에 관심도 없고 로리 캐릭터로는 느껴지지 않는(?)것을 보 면 오타쿠가 아니다. 7살 이후 모든 사고가 게임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을 보면 게임 마니아인지 게임 오타쿠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전차남을 보면 소위 오타쿠의 전형이 나오는데, 내가 10년 전에 TV에서 본 '마니아'로서의.. 2006. 12. 5.
잘못된 통계자료도 때로는 도움이 된다 '정보사회의 통계활용' 레포트를 방금 끝냈다. 하고 나니 두세 시간이면 끝날 걸 가지고 2주동안 왜 그리 질질 끌어왔는지 내가 황당할 정도. 정말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긴 하지만, 역시 그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겠지. 레포트는 잘못된 통계분석 자료 4개 이상 찾아서 수업시간에 배운 통계적 지식을 활용하여 오류를 지적하는 것으로, 예시로 준 자료들은 GDP변화추이와 같은 공식 자료에는 달러 환율변화를 고려해 야 하는 것이나, 산술평균 대신 기하평균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찾아내는, 비교적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과제였다. 하지만 수업 끝나고 출근해서 하루종일 일 처리를 문서작업을 하다보니 어느덧 12시. 그제서야 꾸역꾸역 레포트를 쓰기 시작한 나에게 그런 고도의 사고과정이 가능할 리 없다. 구글신과 네.. 2006. 11. 30.
소리 음악을 크게 켜 두고 샤워를 하러 간다. 문을 닫고 샤워기를 틀면 노랫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면 '아 이 노래가 무슨 노래구나' 정도만 파악이 될 뿐.. 보통 그럴 땐 둥둥거리는 베이스 소리를 듣고 어떤 노래인지를 파악하게 되는데, 이게 참 이상하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베이스 소리가 벽을 통과해서 전해지면 분명 원곡보다 반음 높게 들리는 것이다. 왜일까. 왜 벽을 통해 들으면 왜곡돼서 들리는 걸까? 그냥 내 기분 탓일까? 그러고 나서 다 씻고 밖으로 나와서 노래를 들어보면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소리의 왜곡이 희미하게 전해진다. 소리가 공중으로 튀고 있다. 하늘로 날아가려 하고 있다. 반음, 혹은 반의 반음씩 공중에 뜬 채 아슬아슬한 선로 위를 걷고 있는 것이 .. 2006. 10. 6.
고2와 대3 부전공 책을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학교 취업센터에 붙어있는 몇 가지 벽보를 봤다. (우리 학교는 구내서점과 취업센터가 거의 붙어있다.) '취업은 저학년 때부터 준비하세요' '선배들의 취업수기 모음' => 나는 S전자에 이렇게 취업했다. L전자의 취업 공략법 등등등.. 여기서 '취업'이라는 단어만 '입시'로 바꾸고 대기업 이름을 명문대 이름으로 바꾸면 대략 고3때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된다. 3학년인 지금 서서히 다가오는 불안감. '4학년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어쩌지.. 만약 졸업 후에도 취업이 안되면 어쩌지..' 등등의 불안 역시 고2 이맘때 '내년에 모의고사 점수가 이대로면 어쩌지, 수능 망치면 어쩌지..' 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어는 그럭저럭이였고 수.. 2006.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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