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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73

밸런싱 한달여 정도의 기간을 좀 달리고 있다. 물론 이전에 비하면 체력적으로 힘든 건 아니지만, 여느 기획(밸런싱)이 그렇듯, 문제가 발생했는데 가지고 있는 해결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은 하나도 없어서 고심을 하는 중이다. 오늘 우연한 기회로 해결책을 찾고 난 뒤 갑자기 무슨 데자뷰 같은 느낌을 받아서 블로그 를 뒤져보았더니 1차가 끝난 직후 이런 생각을 했었다. 세상에...내가 지적했던 오류들을 나는 고스란히 되풀이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글을 쓰면서 갖고 있었던 전제와 분석 과정에 서 발견된 요소들은 현재의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 그런데 나는 내가 버추어 테니스3에서 지적했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답습해오고 있었고, 그걸 깨닫는 데에는 몇 개월이 걸렸다. 영화 '구니스'처럼 온갖 풍파와 시련을 겪으며 굴 속을 헤쳐.. 2009. 1. 13.
따라가기 누가 그랬지. '번역은 반역이다'라고. 아무리 뛰어난 번역도 어딘가에서는 분명 욕을 먹는다. 원문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충실하게 옮겨서 독자가 위화감을 느끼는 것과 결과물의 유창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다가 심지어 원작과 다른 문장이 되어 버리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쁜 일일까? 요즘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적절히 절충하되 전자는 원문만 똑바로 읽으면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니 후자에 좀 더 노력을 쏟았는데(나름 책도 많이 읽고 표현 노트도 만들고 맞춤법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꾸만 주변에선 전자를 강요한다. 아니, 이제 후자 스타일의 번역을 했다가는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다. 남을 설득시키는 일이 너무 어려워서. 날이 갈수록 번역자로서의 아이덴티티에 혼란이 생긴다. 난 복사기일까? 그냥 말.. 2009. 1. 10.
쓰기와 읽기 쓰기와 읽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컨텐츠를 생산한다는 것과 컨텐츠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천지차이다. 생산하는 기술의 차이가 있을 뿐, 이는 게임을 하는 것과 만 드는 것이 다름과 마찬가지다. 쓰기와 읽기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쓰기를 자주 하다보면 읽기의 필요성을 체감하 게 되고, 읽기를 자주 하다보면 무언가를 쓰는 것이 매우 수월해진다. 이 관계에는 '사고'라는 매개체가 관여하게 된다. 내용의 이해 없이 옮겨적기만 하는 쓰기나 한 단락을 그 다음 단락과 연결지을 필요가 없는 읽기는 다른 한 쪽과의 긴밀한 연계가 없다. 언제나 다가오는 요맘 때(?)에는 실제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과 관계없이, 온 정신이 일에 쏠려있어서 일과가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마음의 여.. 2009. 1. 6.
엄마와 바지 집에 내려왔는데 엄마가 안 입는 청바지가 2개가 있다며 입어 보고 가져 가라신다. 하나는 엄마한테도 작다고 하시길래, "엄마한테 작은 걸 제가 어떻게 입어요" 하면서 안 입겠다고 했다. 엄마는 나보다 키도 작고 몸집도 작으시니까.. (특히 다리가..) 다른 하나는 엄마한테 맞는 거라며 굳이 입어 보라길래 딱 보기에도 작아 보였지만 반신반의하며 입었는데 역시 나한텐 작아서 못 입었다. 그러자 엄마는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궁시렁대기 시작하셨다. "엄마한테 맞는데.. 왜 너한테 안 맞아.. 엄마한테 맞는데.." "제가 엄마보다 키가 더 크잖아요." "길이는 충분히 기니까 맞을 텐데 이거..." "길어도... 제가 키가 크니까 몸도 엄마보다 더 크잖아요. 엄마는 말랐고..." "그래도 엄마한테도 맞는데...".. 2009. 1. 2.
조금만 설렘과 두려움 기쁨과 슬픔 용기와 단념 난 어제도 오늘도 자꾸만 그 사이를 왔다갔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 딱 한 걸음씩만 2008. 11. 29.
세탁소 세탁소에 옷 몇 개를 드라이를 맡겼다. 언제 맡겼나 기억도 안 나는데 아마 늦은 겨울이나 초봄쯤이었나 보다. 맡겼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더위가 조금씩 가시는 늦여름쯤에야 생각이 났다. 근데 내가 무슨 옷을 맡겼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솔직한 나는 세탁소에 가서 "제가 옷을 맡기긴 맡겼는데 무슨 옷을 맡겼는지 기억이 안 나요."라고 그대로 말했더니 아저씨가 그럼 어떻게 찾아갈 거냐며 ㅡ_ㅡ; 겨울 잠바가 없는 것도 같아서 잠바랑 코트를 맡긴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아저씨가 지금은 어두워서 잘 못 찾겠으니(세탁소엘 밤에 가서) 낮에 전화해 주면 찾아 놓겠다 하셨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받고 집으로 갔다. 어두운데 힘들게 옷더미를 뒤지신 아저씨께 죄송했다. 근데 집에 가 보니.. 2008.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