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한 후배랑 통화를 했다.
꼭 4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랬다.
내 능력을 시험받는 큰일을 앞두고 있을 때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보다도
너라면 분명 잘할 거라는 주변의 기대 내지는 확신이다.
나 자신의 미래와 안녕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혹시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면
부끄럽고 죄스러워서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하는 법이다.
근데 어쩌면 그건 내가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서 생기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막상 실패를 해 보면, 나를 책망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기대 이상으로 날 토닥여 주더라고...
(알고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남들은 나에 대해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ㅋㅋ)
날 믿는 사람에게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그런지
나는 집에다가 힘든 소리를 잘 못하는 편이다. (오히려 친구들한테는 잘 하는데...)
난 잘 지내고, 다 잘 풀리고 있고, 현재 행복하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걱정도 걱정이지만 나에 대해 실망하시게 될까봐 두려웠다.
최근에 이런저런 힘든 일들이 좀 있었는데, 난 딱히 집에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엄마는 어떻게 귀신같이 아시고는 자꾸만 캐물으셨다.
난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내키지도 않아서 자꾸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완전히 눈치를 채셨다. (하긴, 괜히 엄마가 아니지.)
그리고... 엄마는 너무 따뜻하게 날 토닥여 주셨다.
나에 대해 실망하지도, 나를 책망하지도, 이유를 추궁하지도 않고
'힘들면 말을 하지 왜 혼자 견뎠냐'며 함께 가슴아파하셨다.
어쩌면 주변의 기대를 필요 이상으로 떠안고 있는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난 후배가 참 자랑스럽다.
앞으로 시험에 합격할 것 같아서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지금 노력하는 모습이 예쁘고 뿌듯해서 자랑스럽다.
설령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해도 최선을 다해서 임했다는 것만으로 또 그것 나름대로 자랑스러울 것 같다.
그러니까 괜찮아... 다 괜찮아! 토닥토닥!! ^^
'사는 이야기 >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가 결혼했다. (0) | 2008.10.26 |
---|---|
이것저것(2008년 10월) (0) | 2008.10.26 |
이 블로그에서 하려고 했던 것 (0) | 2008.10.10 |
문득 나이들었다고 느껴질 때.. (0) | 2008.09.22 |
컨텐츠 부족의 해결책은 (0) | 2008.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