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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벌써 (결혼) 1년

두릅이 2011. 4. 5. 00:37

 글을 다 쓴 시점에서는 이미 지나 있겠지만, 오늘로 결혼한 지 1년이 된다.

 지난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결혼은 더이상 신비한 것이 아니라 생활이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좀 유니크한 취급을 받던 것도 작년까지의 일이다. 나이는 서른, 결혼은 2년차가 된 지금은 아이는 언제 가질거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대학교 1학년 마치자마자 군대 언제 가냐는 이야기 듣던 것처럼..

 결혼생활과 별개로, 둘 다 각자 꿈꾸던 것들과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제 2의 사춘기랄까. 그런 부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영역이라는 한계를 체감하기도 했다.       

 매일아침 출근버스를 같이 탄 채로 무기력한 아침을 맞고, 때로는 같이 퇴근버스를 타고 피로에 찌든 서로의 모습을 보며,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 끝나는 음악을 들으며 함께 좌절하는, 쳇바퀴 속의 다람쥐처럼 사는 것이 과연 우리가 꿈꾸던 것인가 하며 힘들어한 적도 많았다.  

 지난 토요일에 결혼 1주년 기념으로 강원도로 여행을 가서 두 시간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신혼여행 때 그랬듯 숙박을 제외하고는 완전 무계획 여행. 책자 보고 괜찮은 곳 있으면 가고, 가다가 맛있어 보이는 곳 있으면 들어가서 먹었다. 왠지 이렇게 하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려서,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그럴 것 같다. 

 둘째날에는 결혼식 때 서로에게 했던 5가지 맹세를 함께 확인해 봤다. 잘 지킨 맹세에 대해서는 안도감보다 잘 지키지 못한 맹세에 대한 미안함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결혼식 때의 맹세 말고도 프로포즈할 때 '큰 감동보다는 작은 감동을 계속 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 역시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하다가도 새로 준비한 반지를 받을 때의 기뻐하는 표정을 보니 조금은 충족시켜 주었나 생각하며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셋째날은 숙소에서 나와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왠걸 무려 네 곳의 코스를 돌고 마지막 장소인 주문진에서도 벅찬 마음이 가시질 않아서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돌아왔다. 2박 3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함께한 시간들 모두 너무 행복했다. 몇백 킬로를 운전하는 동안 때로는 나를 챙겨주고, 때로는 곤히 잠든 토끼양을 보며, 진짜 내 옆에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제 다시 잠에 들 것이고,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쳇바퀴를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출근버스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자고 있겠고, 일 끝나고 오면 피곤에 찌들어 종종 티격태격하고, 주말에는 흐물흐물해져 있다가 개그콘서트 엔딩음악 듣고 함께 녹아내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함께' 할  것임은 분명하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것만큼은 변함없다는 사실이 좋다...^^ 



PS. 근데 블로그에 이런 류의 글 쓴 것이 얼마만인지..;  
PS2. 이 글 쓰고 잠든 후 몸살이 심하게 나서 응급실 가서 치료받고 왔다. 힘들었지만 옆에 토끼양이 있다는 사실은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PS3. 나를 KO시킨 이번 여행 코스. 강릉,정선,평창을 종횡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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