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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책] 가위바위보:일상 속 갈등과 딜레마를 해결하는 게임의 심리학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23.



 '게임이론'에 대해서 처음 들었던 것은 05년 경영학 수업에서였 던 것 같다. 그 해 겨울방학 때 도서
관에서 한참 '게임 아키텍처&디자인'을 읽을 때도 보았고, 2년이 지나 국제관계의 이해 수업을 들을
때도 언급되었고, 이듬해 '라이어 게임'이라는 만화를 보았을 때 다시한번 게임 이론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럼 질문을 한번 해 보자.


 게임 이론이란 무엇인가?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라면 곧바로 대답하기는 힘들겠지만, '죄수의 딜레마'의 예를 들고, 매트릭스를
그리며 설명할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 매트릭스의 개념도 잊은
상태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 내린 게임 이론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상대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최적의 전략을 찾아내는 행동양식을 분석한 이론'

 저자는 죄수의 딜레마 말고도 6가지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그것을 묶어 '사회적 딜레마'라는 좀 더 일
반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각 예에 대해서는 게임 이론의 매트릭스를 통해 설명한다. 처음에는 잘 이해되
지 않아서 두세 번 씩 다시 보곤 했지만, 죄수의 딜레마 매트릭스만 명확하게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
할 수 있다.

 '라이어 게임'이라는 만화는 나에게 너무 어려웠다. 게임 이론과 확률통계를 적절히 조합해서 추리소설
에 가까운 심리전을 그려냈지만, 초반 이후에는 '수학영재가 되는 퍼즐'같은 책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4권
까지만 보고 말았다. 나처럼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리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고나서 라이어 게임을
보면 좀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아, 라이어 게임의 결말이 협력인지 이기심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작년 이맘 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왜 세상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않는지 하며 괴로워하던 적이 있다.
나 역시 내가 비난하는 '사람들'과는 무엇이 다른가 하는 딜레마에 빠져서 괴로움은 더욱 커지던 시기였다. 
근본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회의적인 마음으로, 그냥 하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회복되었고, 꿈토끼
양 덕에 완치되었다.

 하지만 근래 생각지도 못한 상황 때문에 다시금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 작년과는 다르게 그 혼란
은 대략 하루만에 잠재워졌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깊은 '신뢰' 덕분이었다. 

 저자는 게임 이론을 통해 다양한 딜레마를 보여준 뒤, 그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협력'임을 제시한다. 단순한
'협력하기'가 아니라 게임 이론의 역학구조를 이용하여 협력을 이끌어내는 '공중에 총 쏘기', '이기면 머물고
지면 움직이기'는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게임 이론의 통찰을 지독한 경험으로 체득한 사람은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기 쉽다. 아무도 안 믿거나, 혹은
항상 누군가를 속이려고 한다. 최근에서야 본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전자에 대한 극렬한 허무주의의 표상이
아니었나 싶다. (90년대에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던 것일까) 그런데, 이 허무주의를 게임 이론에 대입
하면 지지 않으려고 하는 전형적인 전략 중 하나가 된다. 

 저자가 역설하듯 지지 않으려는 전략은 죄수의 딜레마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내가
정립한 게임 이론의 핵심은 '정보가 차단된 상태'인데, 허무주의는 정보의 차단을 더욱 확고하게 하고, 죄수의
딜레마 매트릭스는 더욱 견고해질 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양자 게임이론'으로 또다른 희망을 꿈꾼다. 모두가 서로의 의도를 알고, 협력을 쫓아 나
가게 된다는 이야기는 조금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결과만 보면 에반게리온의 허무주의와 궤를 같이할
수도 있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가 알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정도라면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으로 가격정보가 풀린 이후 전자제품이나
옷을 살 때 더 이상 상인과 (불리한) 죄수의 딜레마에서 고민하지 않게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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