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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4. 23 슈퍼마리오 카트 본문

게임/패미컴 키드의 일기장

1994. 4. 23 슈퍼마리오 카트

두릅이 2008.11.23 21:12
  마리오카트를 처음 봤던 것은 슈퍼패미콤을 통째로 아케이드 게임기에 넣은 기계. 동전을 넣으면
플레이를 할 수 있다가, 10분 쯤 지나면 경보음이 울리고 그 때 동전을 더 넣지 않으면 게임이 리셋되는
시간제한 게임기였다. 1년정도 지나서야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써 놓은 그대로 무지무지
재미있었다. 

 슈퍼컴보이(슈퍼패미콤)을 산 이후 토요일은 무조건 친구들과 한 집에 모여서 같이 게임을 하는 날이었
다. 실컷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아 그립다 그 토요일. 기억이 조금 어렴풋하지만, 성준이는
팩 때문에 친해졌다가 팩 때문에 싸웠던 것 같다-_-;

 수퍼마리오 카트는 일본에서만 350만개가 팔렸는데, 그런 한 편 꾸준히 팔린 게임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NDS의 닌텐도 게임들은 두 가지를 다 이루고 있다) 아케이드에서나 할 수 있었던 레이싱 게임의 '대전'이
가능했다는 점도 새로웠지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부분은 '아이템전'이 아닌가 싶다. 아이템
을 이용하여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는 플레이는 수많은 패턴을 만들어냈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온라
인 PvP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고려사항이 되었다.

 지하철에서 둘 이상의 사람이 DS를 함께 하고있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는 마리오카트인 것 같다. 이전
시리즈들의 코스를 망라한 콜렉션 개념의 게임. 이미 나온 지 15년된 게임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04년 카트라이더가 오픈베타를 할 때 마리오카트의 표절시비가 일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는 닌텐도 게임의 인지도가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지만 닌텐도 비디오 게임을 즐겨 온 게이머로서
는 너무나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발끈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05년 이후 카트라이더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표절 논란은 일축되었다. 메이플
스토리와 카트라이더에 푹 빠져 있다가 DS로 마리오카트를 처음 접한 아이들은 '삼촌 이거 카트라이
더 짝퉁 아니야?' 하고 묻는다. 이제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카트라이더는 '원작을 개량하고 발전시킨
잘 만든 게임'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사실 마리오카트의 게임플레이는 이전에도 여러 번 카피되었다. 북미에서는 PS시절 크래시 밴디쿳
레이싱을 비롯해서 껍데기만 바꾼 카트레이싱 게임이 꽤 나왔고, 코나미는 게임보이 어드밴스 초기에
'와이와이 레이싱'을 내놓았는데, 이건 뭐 마리오카트가 나오기 전까지 대신 하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트라이더는 분명 그런 게임들보다 여러모로 뛰어나다. 

 '양심을 버리고 카피한 게임 vs 원작을 잘 개량한 멋진 게임'은 종이 한 장 차이라서 사실 백날 논쟁
해도 답이 안 나오는 이야기이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다른 게임의 요소를 가져다 쓰려고 했는
지, 처음부터 그 게임을 그냥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려 했는지에 따라 다른 것인데, 만든 사람 말고는 그
진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은 후자의 경우에는 기획만이 아니라 다른 개발노하우도 낮을 가
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게임플레이를 만들고 실험할 여유조차 없는데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을 리가 없다. 유저 입장에서는 그냥 '이 회사는 표절밖에 생각하지 않아서'라고 생
각할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떤 게임으로 시끄럽던 시절, 나는 그 게임이 정말 틈새시장을 잘 노렸다고 생각했다. PC방에서 무한
클릭에 지친 아저씨들이 한 번쯤 해 볼 만하지 않은가? XBOX가 10만대도 팔리지 않는 시장에서 DOAX
의 컨셉을 가져온 것이 뭐 그리 큰 문제가 된다고..그러나 일주일 후에 공개된 게임데모 동영상의 퀄리
티는 '먹고살기 위해' DOAX를 베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야기가 카트라이더로 빠져서 한없이 장황해졌다. 중3때 사춘기 때문에 -_-; PS를 팔고나서 고1올라
가면서 정신을 차리고(?) PS를 다시 사려던 시도가 어머니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간 후, 짬짬이 즐기겠
다는 약속을 받고 슈퍼패미콤을 다시 구입했다. 그런데, 파이널 판타지는 재미있었지만 마리오카트는
재미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릿지레이서 시리즈를 충분히 즐기고 난 다음이었으니 재미있을 리가
없다. 지금 다시 하면 놀 수는 있지만 한 시간 이상 즐기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DS용 마리오카트는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10년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고, 
물리도 좀 더 들어가고, 맵은 다양해졌다. 

 그런데...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려워해야 하는데, 어째서 재미있게 하고 있는 거지...? 바로 그 차이다.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그걸 다시 쉽게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렵다.

 단순함과 복잡함, 쉬움과 어려움, 가벼움과 깊음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시간. 개발 기간에서 그 시간이
길 수록 게임은 재미있어진다고 믿고 싶다. 말하면서도 지키기 참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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