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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친구가 결혼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26.
 어제 오후의 문자대화..

'창~나낼결혼해ㅋㅋ'

'뭐? 또 낚시하냐?'

'정말이야ㅋㅋ내일부케받을래?'

'청첩장이나 보내고 뻥치시지?'

'청첩장이모자라서ㅋㅋ암튼낼이야알고는있으라고-_-'

하도 나를 자주 낚던 친구인지라 얘가 주말에 넘 심심한가보다..하고
잊어버렸다가, 아침(11시)에 눈을 떠서 다시 생각이 났다. 낚시에 또
넘어가지 말자...하고 관두려다가, 모질지 못하게 또 문자를 보냈다.

'야 너 뻥이지? 연락안오면 안 간다?'

'진짜야 지금 메이크업 중이라니까'

그제서야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고 나섰는데, 도착하니 주례사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진짜다. 지금까지의 낚시는 이 대물낚시를 위한 포섭이었나-_-;

 사촌이나 직장을 제외한 아는 사람중에 결혼하는 사람이 처음인지라 왠지
신기한 것도 있고, 세월이 참 빠르구나 하는 느낌도 있었다. 중학교때 나우
누리 채팅방에서 만나 게임(킹오파;) 얘기하던게 엊그제같은데..

 광주가 고향인 친구인데, 중학교 때 서울에 올라와서 만났을 때 같이 동대
문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갔다. 한참 코스프레에 심취하고 있을 때라
그런지, 옷 파는 곳이 아니라 옷감 파는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군대갔다 와서 복학할 즈음 다시 연락이 닿았
는데, 그 때는 서울로 올라와서 쇼핑몰에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생각
하는대로 일이 잘 안되서 힘들어할 즈음이던가..몇 년만에 만나서 가고 싶다
는 곳이 또 동대문이란다. 그때도 옷 파는 곳을 구경했는데, 저렇게 바쁘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며, 자기도 저렇게 일하고 싶다고.

 얼마 후 회사를 나오더니 자기가 쇼핑몰을 차렸다. 복학한 뒤 바빠서 또 연
락이 한동안 끊겼는데, 2년정도 지난 뒤에 보니 어엿한 쇼핑몰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돈 세면서 신날 때를 지나 어느정도 자리까지 잡은 상태였다. 얼마 못
번다고, 직원들 말 안듣는다고, 때려치고 싶다고 투덜대지만, 누구 손 하나 안
빌리고 그렇게 일구어냈다는 것이 참 대단해 보였고, 힘들어할 때를 본 탓인지 
더없이 흐뭇했다. 

 역시 어떤 일이든, 자신이 도전한 만큼 '가능성'을 얻는 것 같다. 10년 전
동대문에 처음 데려갔을때, 얘가 이렇게 될 줄, 프레야타운 건물에서 시집
갈 줄을 상상이나 했으랴;;

 지난주 괜히 슬럼프에 빠졌다가 혼자서 각성하고, 그 이후 나름대로 기분
좋은 일만 계속되어 업 되던 차에, 또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방금 문자왔는데, 너도 빨리 결혼하랜다. 다잡은 마음 급 우울해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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