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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컵라면 이야기

[음식] 라면 이야기 - 6. 健麵世代 (건면세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3. 11.

 TV를 안 본지 2년이 되어가서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세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도 언제 들었는지 가물가물하고, 농심 홈페이지에도 발길이 뜸해진 사이에 신제품이 나왔다. 이름하야 건면세대.정제염과 MSG의상징인 '매울 신'을 버리고 '건강할 건'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다.


소고기맛, 김치맛의 2가지 라인업.

네오 공법!!!!! 이 뭐지 -_-;

MSG무첨가야 10년 째 들어온 말이라서 이젠 특징이래야 특징이라고 할 수도 없는데, 그럼 건면세대가 특장점으로 내세우는 Neo 공법이란 무엇인가!? 용기에도 써있지만 가독성을 위해 농심 홈페이지의 신제품 페이지에 가보니..




 Non-frying과 Zeodration의 합성어란다...조어의 어거지성은 그렇다치고 장문으로 늘어놓았지만 결국 안튀겼다는 거잖아!!콩펩타이드는 이미 절판된 콩라면의 캐치프레이즈였고, 찌개에서 MSG를 건져내는 문성근 아저씨를 봤던 것도 어렸을 때 같은데..웰빙이 대세가 된 지도 꽤 되서 이제 뭐가 웰빙이고 뭐가 일반인지 구분도 안가고, 웰빙 붐이 일기 전에 이미 '튀지 않은 라면'도 시대를 풍미했었지 않은가?

 안 튀긴 면에 화학조미료 무첨가한 라면이 맛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과연 안 넣고 얼마나 맛있는지가 건면세대의 관건인 것이다. 그럼 개봉.

용기 안쪽에까지 설명을 붙여주는 센스. 그래..니들 맘 다 아니까 제발 녹아서 국물에 떨어지지만 않게 해 다오..

       면의 재질을 봐서는 분명 튀기진 않았는데..대체 저 면들은 어떻게 꼬들꼬들해진 걸까?

         소고기맛의 스프 구성. 무파마가 맛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파를 소고기로 보는 건 아니다.

      수학공부하려고 갖다놓은 공통수학의 정석. 라면용기 덮개로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_-;

쟈잔~ 드디어 완성. 튀긴 면이 아니라서 그런지 4분이나 걸린다. 딱 국물을 봐도 기름이 둥둥 뜨지 않는다.

 바삭한 면을 즐기는 취향에 따라 30초쯤 일찍 개봉해서 시식해본 결과, 확실히 지금까지의 라면과는(안튀긴 류를 포함) 다른 맛이 난다. 그동안의 라면이 덜 익었을때 과자같다면, 건면세대는 정말 국수같다고 할까? 이건 라면의 정도에서 벗어난 조직감이다!!라고 외칠 라면 매니아들도 있겠지만, 농심의 노예인 내 입맛으로 볼 때 이정도면 합격점이다.

소고기맛의 국물은 무파마보다 파 함유량이 2배쯤 되는 듯한 맛이 난다.  담백한 면발과 국물의 조화는 괜찮은 편이고, 밥을 말면흡사 장터국밥같아서 꽤 만족스럽다.

 스프 쪽은 김치맛이 제대로다. 김치 사발면/큰사발의 2배는 되는 듯한 김치 함유량으로 사실상 최초의 '제대로 된 김치라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치 건더기의 조직감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다만 면을 다 먹고 난 후에 국물을 마실 때가 약간 불편한 것이 실제로 라면에 김치를 말아먹었을 때만큼 맵고 짠 편이다.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진리를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저녁까지 라면을 먹을 수는 없어서 김치맛 스샷은 보류)

 어쨌든, 간만에 오래 갈 것 같은 신제품이 나왔다. 큰사발/왕뚜껑은 부담스럽고 컵라면은 부족한 사람에게 딱 안성맞춤인 양이다. 1,1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칼로리 운운하며 파는 요상한 컵라면들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 (그런 류들은 라면의 범주에 넣고싶지 않다.)

 역시 라면계의 절대군주 농심의 파워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콩라면, 웰빙감자면 같이 트렌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전통의 농심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무파마를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 여러분도 함 즐겨보시라. 개인적으로는 바뀐 시간표 때문에 앞으로 몇 달간은  점심을 이걸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용기 디자인의 새로운 규격! 고속도로 휴게소 떡볶이용기! 이쁘기도 하지만 진열하기도 참 편할 것 같다.
 (과거 경력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