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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초등학교 여학생의 투철한 신고정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5. 15.
어제 아래의 포스팅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초등학교 3학년때 사건.
아침에 학교에 가서 1교시를 시작하기 전에 담임선생님(남자)이 갑자기 날 책상 앞으로 불렀다.
네~ 하면서 활기찬 아침공기를 가르며 달려간 나는 멈춰선지 1초도 안되서 싸대기; 를 맞았다.
싸대기라는건 원래 볼기짝을 '짝~' 하고 맞는건데 선생님 손이 내 얼굴보다 더 컸고 소리도 '퍽~'
이였다. 유유히 날아가는 내 모습을 본 아이들은 사색이 됐고, 나는 비슷한 파워로 몇대를 더
맞았다. 이건 뭐 아프고 말고를 떠나서 별이 계속 보여서 정신이 없었다.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울고, 수업 시간 내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선생님은 그런 무자비한 짓을
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고나서 놀랐던 것이 나는 내가 왜
맞았는지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밥을 먹고나서 아이들한테 수소문해서 들었던 결과는
가히 충격..




'너 어제 오락실간거 XX랑 XX가 선생님한테 일렀대'


일단 오락실 간 것이 뭐 그리 큰 죄인지는 묻지 않겠다. 그때는 그게 죄목중 하나였다. 그렇게
심하게 맞을 죄목은 아니였지만..하여튼. 문제는 XX와 XX는 나랑 티격태격하거나 내가 장난을
친 애들도 아닌, 정말 아무 관계도 없는 애들이였다. 그애들이 어제 방과후 집에가는 날 보고
오늘 아침에 선생님한테 일러바친 것이였다.

대체 그 투철한 신고정신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거 신고했다고 무슨 포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근데 얼마전 아는 동생(여자)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일렀댄다-_-; 대체 왜 이르냐고 물었
더니 자기도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다..

대체 왜들 그러는거요? 이유좀 들어봅시다?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심리로 답변좀-_-;;
아직도 정말 이해가 안가고 있음;;

물론 나는 이 사건에도 굴하지 않고 오락실엘 갔다. 몇번 더 혼났지만 갔다. 저금통 따다 걸려서
죽도록 맞았을때도 갔고 오락실앞의 자전거와 함께 수송되어 집으로 끌려와도 다시 오락실에 갔다.
날 막을자는 없었다. 그때 그 열정의 50%만 남아있었어도 1초가 아깝다고 게임을 할 텐데, 왠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오늘 발키리를 충동구매했지만 조금씩 즐길 수 있는 DJMAX가 더 하고싶다는
것을 깨달았다.OTL..

그나저나 다시 생각해보니 맞아도 너무 심하게 맞았다. 어떻게 초등학교 3학년생을 그렇게 때릴 수
있는거지? 그때 내가 카미유 횽아처럼 17살만 됐어도 '이런 어른, 수정해주겠어!!'를 외치며 오유겐을
날리겠지만, 마음이 여리고 여린 초딩 3학년이라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삭힐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다 족구하라그래!!!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 추억이지 뭐. 솔직히 날 때렸던 그 선생님도 꽤 좋아했던 선생님들 중 하나다.

생각만 해도 옆통수가 얼얼하지만, 그래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아마 평생 이럴거 같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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