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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3년에 관한 단상

by 일본맛탕 2004. 1. 29.
고등학교 졸업하고서 처음으로 모교에 찾아가게 되었다.
3년이나 지나고서야 말이다.
학교도 많이 변해 있었다.. 느낌이 새로웠다.

3년 전에는 3학년 2반이었던 교실에서 거울을 보았다.
머리를 기르고 염색을 하고 옅게나마 화장을 하고 핸드백을 메고
수십만원대의 카메라를 들고 선 내 모습이 자꾸만 어색하게 느껴졌다.
분명 예나 지금이나 웃고 있는데도.

이제 제대로 떠오르지도 않는 고등학교 시절의 낭만과
지금은 아스라히 꺼져가는, 그 시절이 아니고는 누릴 수 없었던 특유의 상처와 아픔들.
사소한 토라짐도 우리의 전유물이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그대로 머무를 것만 같았다.
오히려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언제나 제자리여서 초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어렴풋하다.
그 시절의 순수는 눈 앞에서 엷게 아른거리기만 하고..
이제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적응 한 발자국은 머리 한 켠에서 숨쉬고 있던 무구함을 한 입 갉아먹었고
나이는 사람을 약아지도록 부추겼다.

3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허전한 괴리를 낳았다.
비단 시간의 책임만은 아니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