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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올림포스의 신들중 현세를 지배하는 두 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4. 27.
'신화와 상상력'이라는 과목인데, 영화에 등장하는 신화를 분석하는 수업과는 달리, 중간고사

대체 리포트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두 명의 신을 택해서 기술하라' 라는 것인데..하루종일

이것때문에 안절부절 못했었는데 막상 쓰니 1시간도 안되서 다 써 버렸다. 역시 글빨이 받아

야되에...신화와 세상을 연관짓는 부분은 솔직히 나도 잘 몰라서 대충 얼버무렸지만 그거야

그 교수님께서는 빠삭할테니 뭐 문제없겠지 -_-; 관심있음 함 읽어 보시라~

신화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신화는 확실히 그 신화를 올곧게 믿던 고대인들의 의식을 지배했던 것은 확실하다. 종교적 가치관이 삶과 사회의 모든 일에 있어서 진리라고 믿었던 중세를 지나 현대에 와서 인류는 이성적인 생각과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생각하고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그러나 그 역효과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으로 믿었던 과학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삶의 방향에 대한 의문이 다시 생겨나자 사람들은 다시 신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는 항상 진리였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모든 일들을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신화로는 설명할 수 있다. 가장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12신 중 두 신을 통하여 그들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올림포스의 12신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우스신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국가로 현세에 살아 있다. 제우스신과 미국은 태생에서부터 비슷한 점이 많다.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신대륙으로 떠나온 이주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청교도를 중심으로 뭉쳐 건국한 나라였다. 영국의 핍박을 받다가 독립 전쟁에서 프랑스 등 열강의 도움을 받아 승리하여 완전한 민주 국가로 거듭나는 과정은 제우스가 신계의 왕이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제우스는 크로노스에게 약을 먹여 그가 삼켰던 자신의 형제들을 구해 내고 그 형제들과 함께 크로노스의 형제 티탄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리하여 카오스의 시기는 끝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은 코스모스의 세계, 티탄들이 아닌 새로운 신들의 세계가 창조되는 것이다.

미국이 민주주의와 합리주의로 국가를 이루고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완전히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강국으로 거듭나는 과정 역시 제우스가 기간테스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완전히 자리를 잡는 과정에 빗대어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손을 잡은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등은 이제 막 태동하려는 올림포스에 도전하는 기간테스들이였다. 그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고, 그들과 전쟁을 하는 동안 올림포스 세계의 천지가 뒤흔들리고 섬이 가라앉으며 화산들이 일제히 용암을 뿜었듯이 세계는 전차, 전투기, 그리고 핵과 같은 가공할 무기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재앙의 시기를 맞았다. 미국과 연합한 프랑스, 영국 등의 열강 세력은 기간테스들과의 싸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 아테나 신이나 아레스, 아폴론 신 등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냉전 체제가 붕괴되고 사실상 미국이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게 되는 현대사는 제우스에게 닥친 마지막 위기였던 튀폰과의 싸움이다.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무기의 가공할 힘은 오히려 더욱 커져가고 버튼 하나로 일어날 수도 있는 3차 대전과 핵이 가져다 준 일촉즉발의 상황은 구소련이 붕괴되고 인류가 현대 무기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두려움을 자각하면서 막을 내렸다. 제우스는 가장 위협적인 대상이였던 공산주의 체제 사회가 사라진 미국과 같이 신과 인간의 지배자로서 우주를 다스리게 되었다.

인간 뿐만 아니라 올림포스의 신들이 제우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듯이, 현대 사회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옷이나 생활의 문화도 서양화를 넘어 미국화되어가고 있다.

미국은 제우스가 가진 번개와 같은 절대적 군사력으로 전세계의 안보를 마음대로 재조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포세이돈, 하데스와 달리 정치적 기민함으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구소련이나 중국과 달리 현대 사회에서 힘 이상으로 중요한 권력인 경제력까지도 장악하고 있고, 헐리우드의 영화로 전세계인들의 상상력마저 지배하고 있다.

세계의 주도권을 미국과 함께하는 선진국들은 올림포스의 여러 신들이고, 선진국 만큼의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고 그저 끌려다니는 국가들은 인간들에 해당된다. 아무도 미국에게 반기를 들 수는 없다. 9/11 테러나 미국에 위협이 되는 세력에 속한다는 이유로 엄청난 재앙을 겪는 중동 국가들은 히브리스(신성 모독)를 범했다가 제우스의 번개에 맞아 죽는 인간들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미국이 제우스와 같지 않은 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윤리적으로 인정받으며 질서의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왕좌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물론, 계속 기술했듯이 미국도 그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힘에 걸맞는 윤리는 점차 퇴색되어 이젠 얼마나 남았는지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다. 세계 평화를 주창해 왔지만 정말 평화를 원하는 것인지 세계 안보를 마음대로 뒤흔들 심산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할 정도로 최근의 미국은 오만해 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은 미국이 있어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때문에 전쟁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만약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먼저 공격을 했건 당했건 그 원인이 될 나라는 미국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나뿐일까?

충성스런 올림포스 신들마저도 제우스에게 반기를 든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은 실패로 끝났고 이후 그러한 일은 또다시 일어난 적이 없었지만 그것은 제우스가 절대적인 힘만이 아닌 윤리적으로 인정받는 신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제우스가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힘을 쏟지 않고 마음대로 세상을 주무르기 시작한다면 언제 다시 올림포스의 나머지 신들이 반기를 들지, 또 가이아 여신이 또다른 거인들을 보내 공격해 올지 모를 일이다.

신화는 이와 같이 현대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탄생 과정을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지금 미국이 저지르고 있는 과오에 대한 결과까지도 미리 암시해 주고 있다. 미국에 빗대어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제우스 신과 달리, 조금 다른 접근을 통해 현대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아테나 여신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산업 사회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그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물리적 발전을 이룩했다. 몇천년 동안 칼과 화살이 전부였던 무기는 전부 총과 수류탄으로 대치되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자동차 없이 10km이상의 거리를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발전은 아테나 여신보다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 어울리는 발전이다. 너무나 급격하게,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기술적 발전.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끝났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무조건 가속화되어 끝이 없이 계속되었다면 우리는 이미 우주에 관광을 다니고 있어야 하고, 해저 도시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며 살고 있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두려워했던 대로 공해로 공기도 사서 마셔야 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고, 남극과 북극의 얼음은 점점 작아지고 있으며, 지구 각지에서 이례적인 기상 이변이 수시로 발생하는 등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지식 및 정보의 양과 획득 방법은 지금도 정말 눈부실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정말 오늘 내일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는 지적 탐구 속에 진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 사회의 발전을 지배하고 있는 신은 헤파이스토스 신이 아니라 아테나 여신이다.

또한 그 동안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도 아테나 여신은 우리를 도와 왔다. 뉴턴이 만류인력을 발견한 것이나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것은 잠깐의 영감이지만, 그 뒤에는 진리가 있는 곳으로 나아감에 있어 지적 탐구를 함에 있어 두려움을 떨치고 용감하게 맞서는 자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이 있었다. 마치 여신이 메두사를 해치우러 가는 페르세우스에게 청동 방패를 준 것이나 헤라클레스의 모험에서 그를 도왔던 것처럼 말이다.

현대 사회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과학적 한계에 봉착한 것 뿐만 아니라, 점점 아테나 여신의 성격마저도 흐려지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람들은 사회 전체에 대한 고민이 아닌 자기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걱정만 한다.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테나 여신이 바라는 탐구 정신에서 비롯된 공부가 아닌, 가까운 미래의 성공만을 위한 공부이다. 더구나 그것은 자기 생활의 안위만을 위한 공부이다. 세상은 더욱 더 첨단의 길을 걸어가고, 사람들은 그것을 더욱 더 많이 누리고 싶어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현대인들의 상상계는 고대인들의 그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신화가 주는 삶의 지침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아테나 여신이며, 여신은 더욱 더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려 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우리는 자꾸 다른 길로 가려 하거나 지금 있는 곳에 만족하려 한다.

산업 사회로 진입하기 전의 인류라면 그곳에서 문명의 시계가 정지해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질 못하다. 이미 그러기엔 산업화에 의한 피해가 새로운 기술 없이는 상쇄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테나 여신의 금기를 모르는 지적 개척에 대한 의지, 혹은 호기심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점점 커지는 산업화의 역효과를 막아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마저도 망각하고 있다. 혹은 알고 있으면서도 회피하려 들고 있다.

우리가 신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화를 알면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물론 그것을 헤쳐 나갈 방향까지 제시해 주는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신화를 통해 세상을 보면 과학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