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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이해

꿈토끼양 2011. 12. 9. 18:21
나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의 위기만큼 남이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는 없다. 애인이랑 헤어졌다고 하면 같이 슬퍼하거나 욕해 주면 되고, 돈이 없다고 하면 빌려주면 되지만 나의 정체성이 혼돈의 나락으로 빠지기 시작하면 이미 남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또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남들은 나의 본질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남을 이해할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인데 내가 무작정 나의 코어를 남에게 들이대며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건 어떻게 보면 폭력일지도 모른다. 옳든 그르든 그 모든 것은 나를 남에게 이해받고 싶은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그래도 나를 진짜로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버릇을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고 이런 사춘기(라고 쓰고 중2병이라고 읽는다)를 이미 넘겨버린 줄 알았는데 가끔씩 울컥하는 타이밍이 찾아올 때가 있다. 정말 불시에 찾아온다. 설거지를 하다가 찾아오기도 하고 샤워를 하다가 찾아오기도 하고 일하는 중에 찾아오기도 하고. 견디기 힘들면 덮어 버리고 없는 셈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눌러도 자꾸만 고개를 내민다. 내가 나의 본질을 강요할 권리는 없지만 남이 나의 본질을 부정할 권리도 없는 거 아닌가. 이제 이해라는 단어가 정말 싫어졌다. 남에게 굳이 이해받고 싶지도 않고 그런 고통을 안고 싶지도 않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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