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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by 일본맛탕 2010. 3. 24.

사랑을 시작하는 게 두려웠다. 죽을 만큼 무서웠다.
나는 절대 아무것도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꾸 도망만 쳤다.

그런 내게 그는 조용히, 아주 조금씩 다가왔다.
호감을 사기 위해 일부러 듣기 좋은 말을 하지도 않고,
성급하게 많은 것을 표현하거나 섣불리 손을 뻗지도 않고,
내 마음이 열릴 때까지 그 자리에서 그렇게 묵묵히, 한결같이.

사랑한단 말도, 보고 싶단 말도, 곁에 있어 달라는 말도 못하고
심지어 '보고 싶어'라는 말에 '나도'라는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겁쟁이 같은 나를 그는 변함없이 지켜봐 주었다.

그는 얼어붙은 내 마음을 호호 녹여 주었고,
나는 상처입은 그를 치유해 주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서로에게서 구원을 얻었다.
그는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처럼 쑥쑥 자라났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그는 그냥 보통 사람이다.
울고 웃고 화내고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그냥 보통 사람.
가끔 짜증도 내고 종종 실수도 하고 몰래 질투도 하는 불완전한 보통 사람.

하지만 그는 매사에 열심이다. 언제나 꿈을 꾸며 행복한 상상을 한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남에게 솔직하고, 사랑에 솔직하다.

그와 함께할 수 있는 매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