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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생각상자

소리

by 일본맛탕 2006. 10. 6.
음악을 크게 켜 두고 샤워를 하러 간다.
문을 닫고 샤워기를 틀면 노랫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면 '아 이 노래가 무슨 노래구나' 정도만 파악이 될 뿐..
보통 그럴 땐 둥둥거리는 베이스 소리를 듣고 어떤 노래인지를 파악하게 되는데, 이게 참 이상하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베이스 소리가 벽을 통과해서 전해지면 분명 원곡보다 반음 높게 들리는 것이다.
왜일까. 왜 벽을 통해 들으면 왜곡돼서 들리는 걸까?
그냥 내 기분 탓일까?
그러고 나서 다 씻고 밖으로 나와서 노래를 들어보면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소리의 왜곡이 희미하게 전해진다.
소리가 공중으로 튀고 있다. 하늘로 날아가려 하고 있다.
반음, 혹은 반의 반음씩 공중에 뜬 채 아슬아슬한 선로 위를 걷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와중에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다. 흩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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