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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장

엄마

by 일본맛탕 2008. 7. 24.
낮에 엄마한테 몇 번이나 전화가 왔다.
근데 회사라서 받질 못했다.
회사 전화로 걸려왔길래 받았더니 비가 많이 온다던데 괜찮냐신다.
여기 그렇게 비 많이 안 온다고, 그냥 그러고 끊었다.

밤에 또 전화가 왔다.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막 내렸을 때였는데,
지하철에 사람도 많고 저녁에 먹은 게 안 좋았는지 속도 울렁거리고 여독이 남았는지 괜히 피곤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또 엄마였다. 비가 많이 온다는데 정말 괜찮냐며. 왜 전화를 여러 번 안 받냐며.
순간 귀찮아서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아.. 지금 비 안 온다니까요!"
엄마는 살짝 내 눈치를 보는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아니 그냥 엄마는... 우리 딸이 걱정이 돼서 그랬지..."
그리고 내 기분을 풀어주시려는 듯 애교 섞인(?) 목소리로 집에 가서 푹 쉬라신다.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다시 살펴봤다.
부재중 전화 엄마 2통. 문자 1통.
문자 내용은 "우리 공주님!! 왜 전화 안 받삼"

엄마는 날 걱정해서 그런 건데.
내가 마구 화풀이를 해도 그저 묵묵히 들어 주시는 분인데.

내가 아무리 화를 내도
내가 아무리 우울해해도
내가 아무리 짜증을 내도
내가 아무리 신경질을 부려도
내가 아무리 변덕이 죽 끓는 듯해도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날 이해하고
나의 모든 것을 받아 주시는 분이 계셨다.

좋을 때는 곁에 머무르다가
감당하기 힘들면 떠나 버리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른 분이.

죽을 만큼 힘들어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 할 때도
끝까지 날 놓지 않던 분이 계셨다.

엄마, 죄송해요. 화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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