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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에세이21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오래도록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그동안 무엇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책 첫머리의 목차 옆 페이지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 책은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정통적인 사철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철 방식으로 제본된 양장본은 오랫동안 보관해도 책이 손상되지 않습니다." 가끔은 두 번 정도만 반복해서 읽어도 금방 페이지가 뜯겨 나가고 너덜너덜해지는 책도 있었더랬다. 그래서 나에겐 이 사소한 글귀가 더없이 반가웠다. 기대했던 보람이 있었는지, 책을 들자마자 중간에 쉬지도 않고 책을 언제 다 읽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읽는 바람에 첫 구절에선 먹고 있던 샌드위치를 뱉어버릴 뻔했지만 -_-;; 혹시 읽을 분이 계시다면 아무.. 2007. 11. 18.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면, 설사 그가 하는 말이 별 재미가 없어도 아주 유쾌하다. 왜냐하면 그는 진정으로 당신에게 말하며, 당신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난 처음으로 누군가 내게 말할 때 날 배려해주는 사람을 만난 셈이다. 그는 찬성이나 반대를 노리는 대신, "넌 누구니? 나랑 얘기하고 싶니? 너랑 있으면 정말 즐거워!"라고 말하듯 날 바라보았다. 난 바로 이게 예절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건 자신이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태도라고 생각한다. ------------------------------------------------------------- 첫 부분을 읽을 땐 수식어가 많고 이해하기 난해해서 진도가 안 나갔는데, 어느 정도 읽고 나니 아주 슉슉~ 읽혔다. 순식간에 끝까.. 2007. 10. 28.
[책] 남한산성 칼의 노래 애장판을 구경하다가 훑어보고, 친구 생일선물로 책을 사러 갔다가 한번 더 보았으나 내키지 않아 지나쳤지만, 연휴때 남한산성을 가기로 한 전날 서점에 들렀다가 다시한번 마주쳤을 때는 묘한 일치로 생각하여 고민없이 집어드니, 한 권의 책하고도 인연은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 한 권 사본 걸 가지고 주저리주저리..) 이 카테고리(언젠가는 카테고리로 빠져나가겠지)에서 몇 번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소설 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역사서는 꽤 좋아하는 편이고, 역사 소설은 누군가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나의 편견과 달리, 역사를 보는 하나의 시각으로 이해한다..고우영 옹의 작 품같은 경우 만화라서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동서고금의 역사를 비교하는 고우영식 해석이 즐겁기 때문에 좋아한다... 2007. 9. 26.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우리는 흔히 밤보다는 낮에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틀린 생각이에요. 낮에는 기껏해야 수십 킬로미터 정도밖에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하늘에 있는 구름과 대기층 때문에 우리 시야가 제한되죠. 하지만 밤에는…… 밤에는 몇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별들도 눈에 보이죠. 밤에는 멀리 보입니다. 우주를, 그리고 시간을 보는 겁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2007. 9. 16.
야마다 무네키, <嫌われ松子の一生(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지난번에 보았던 영화 '嫌われ松子の一生'는 원작이 소설이었다. 상권과 하권으로 나뉘어 있길래 망설임 없이 두 권을 다 샀다. 상권을 반 조금 넘게 읽었는데.. 소설은 영화처럼 우스꽝스럽지도, 마츠코의 정신 세계가 수상해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모파상 '여자의 일생'의 현대판 같은 느낌이랄까... 중학교 때 '여자의 일생'을 읽고서 무지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2007. 6. 17.
제드 러벤펄트, <살인의 해석> 요즘 책을 많이 읽긴 읽는데 좀 편식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소설은 거의 읽지 않고 인문 서적 위주로만 읽고 있었다. 어쩌다 읽는 건 수필류.. 오늘은 그동안 읽고싶었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서점에 갔다. 그런데 향수 바로 앞에 놓여 있던 책이 내 눈을 끌었다. '살인의 해석'... 제목부터 벌써 포쓰가 느껴지지 않는가!! 실은 요즘에도 소설을 읽어보려 했지만 딱히 끌리는 게 없어서 사 놓고도 안 읽기가 부지기수였는데.. 이건 다르다! 뭔가 다르다!! 이렇게 흡인력이 있는 소설은 정말 오랜만이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 - - 행복에 있어 수수께끼란 없다. 불행한 이들은 모두 똑같다. 오래전부터 그들을 괴롭혀온 상처와 거절된.. 2007.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