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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기획 이야기

[번역] 베요네타 프로그래머의 '적 만들기'에 관한 글

두릅이 2016.07.11 00:08

오래전에 보스전을 만들 때 하도 안 풀려서 카미야 디렉터에게 멘션으로 물어봤다가 대답으로 받았던 글. 끄덕끄덕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요새 일을 하다가 문득 떠올라서 번역해 보았다. 번역하면서 다시 읽어봐도 꽤 괜찮은 글인 것 같다.


원문 주소 : http://blog.bayonetta.jp/archives/974#more-974



적 만들기에 관해서


안녕하세요. 삼류 프로그래머 돈상입니다.


『베요네타』에서는 주로 플레이어와 적 캐릭터 관련을 담당했습니다.


이번에 카미야 디렉터와는 오랜만에 팀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데빌 메이 크라이』를 만들 때로, 제가 처음으로 플레이어와 적을 담당했을 때였습니다. 당시 아직 3D지식이 전혀 없어 3D의 기초를 필사적으로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애초에 오리지널 게임제작 자체가 처음으로, 적을 만드는 방법 같은 것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즐거워서 하고 싶은 대로 다양하게 만들어보던 것이 기억납니다. 졸개 캐릭터의 색을 변경해서 개성을 부여하고 다양한 종류로 늘리거나, 라이벌 캐릭터가 날리는 검의 종류를 점점 늘려간다거나, 틈만 나면 여러 가지를 추가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알아서 만들어 버리는 점이 좋게 평가받은(?) 것인지, 그 뒤에도 적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점점 익숙해져 가는 탓인지 새 팀에 배속될 때마다 담당하는 적의 수도 늘어 갔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시절에는 담당한 적의 비율이 1/3정도였지만, 『바이오 해저드 4』에서는 모든 적을 담당하게 되었고, 『갓 핸드』에서는 플레이어와 적을 모두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금번 『베요네타』에서는 신입에게 약간의 적을 맡겼기 때문에 모든 적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95% 정도는 담당하고 있습니다. 겸사겸사 플레이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략 10년 정도 적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만, 그것 나름대로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어서 몇 가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기본적으로 기획서는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적을 만들 때 기획서가 중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양 변경이 워낙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첫 작업 기준을 잡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기획서에 의존하지 않고 관계자들끼리 상의를 통해 이미지를 구축한 다음, 그 후에는 제가 판단해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카미야 디렉터는 처음부터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해 두는 타입이 아니라 불시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타입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대처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 가능한 한 빠르게 화면 상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적 만들기에서는 빈번하게 시도와 에러가 발생합니다. 가능한 한 빠르게 화면 상에서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방향성의 차이 등에 의한 재작업 대미지를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고안해두지 않으면 시도와 에러가 많아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로 게임 내용이 변경되거나 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대응합니다.


더불어 빠르게 화면 상에서 움직이면, 보다 많은 검증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퀄리티업으로도 이어지게 됩니다.



  •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적을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공격 버튼을 누른 순간, 회피 행동이나 카운터 공격을 하는 듯한 적이라면 저는 굉장히 싫을 것 같습니다.


 게임 속의 플레이어가 예비동작조차 하지 않는데 대체 무엇에 반응해서 회피하고 있는 거지 이녀석은? 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실로 컴퓨터와 싸우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급격히 식어 버립니다.


 제가 만드는 적은 제 분신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 자신이 반응하지 못할 것 같은 타이밍에는 회피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반대로 플레이어가 반응하고 있는데도 피할 수 없는 공격은 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아저씨지만 나름 게이머이기 때문에 제법 괜찮게 반응하지만요.

 


  • 패턴화는 되도록 피한다


 패턴화되면 유저로서는 공략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재미있냐 하면 오히려 작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됩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재미있는 경우는, 다른 부가가치가 있는 경우가 아닐까요?


 저는 적을 만들고 있는 이상,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을 즐겨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패턴화는 되도록이면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가드 가능하거나 하는 것도 패턴화의 온상이 되어 게임이 수동적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갓 핸드』를 만들 때에는 상대만 가드가 가능하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에 가드를 넣으면 다소 단조로운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갓 핸드』에서는 가드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불합리가 아닌 찬스이기도 합니다. 『베요네타』에서도 물론 가드는 없습니다.



  •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몰래, 제대로 본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부족한 부분이 부각되어 보이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됩니다.


 단, 제가 보고 있으면 얍삽이를 숨기거나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되도록 몰래 보고 있습니다. (발소리를 숨기는 것은 제 특기입니다.)


 몰래 얍삽이를 쓰고 있는 개발자를 발견하면, 이쪽도 몰래 대책을 적용해 둡니다. (용서할 수 없죠)


 얍삽이는 패턴화와 같이 게임플레이를 단순작업으로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에 강한 적 캐릭터에는 특히 엄격하게 대책을 적용합니다.


 물론 발매되어 버린 게임에서 유저가 얍삽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노력에 대한 성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발자가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럼요. 용서 못 하죠.)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될까요. 그 밖에도 테스터를 잘 구슬려서 내가 하고 싶은 바를 밀어붙이는 방법 등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포인트도 있습니다만, 회사 사람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베요네타』에서는 이상의 것을 고려하며 가능한 한 손맛이 좋도록 만들어 봤습니다. 그중에서도 라이벌 캐릭터인 잔느, 거대한 손톱을 장비하고 있는 그레이스&글로리, 야수와 같은 페어네스&페어리스는 꽤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플레이어인 베요네타의 성능도 매우 좋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는 맛볼수 없는 스릴과 하이스피드 전투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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