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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육아일기

30개월의 어록과 여러 이야기

꿈토끼양 2016.06.21 01:26


요즘 재밌는 말과 행동들이 폭발하고 있어서 까먹기 전에 메모.


말을 제법 잘하지만 아직 발음이 어설프고, 언제나 가성이 섞여서 삑사리가 나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것이 최근의 매력 포인트. 사실 그 '삑사리 말투'는 말문이 처음 트였을 때부터 그랬는데, 요즘엔 문장 단위로 말하는 경우가 많으니 더욱 두드러지게 들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사투리 억양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거랑은 또 다른 듯하고, 여튼 듣고 있으면 재밌다. 예를 들어 저 사진에 보이는 '비눗방울'은 '비→↗무↘빠→물↘'에 가깝게 발화한다.


참참, 지난번 일기에 한참 동안 애를 먹었다고 썼던 '기저귀 떼기'는 그 후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팬티만 입고 잘 지내고 있다. 심지어 밤기저귀까지 한꺼번에 뗐다. 보통 밤기저귀는 오래 간다고 하길래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저귀도 많이 쌓아 뒀었는데... 밤에도 팬티를 입겠다고 고집을 부리길래 믿어 봤더니 정말로 실수하지 않는다. 오오... 기저귀를 떼니까 너무 좋은 것이, 일단 사랑의 궁디팡팡을 할 때 쫀득쫀득한 아기 궁둥이의 감촉이 느껴지는 것이 너무나 기분 좋다는 것 >.< 으하하.






마카롱을 2개 먹으려고 꺼냈는데 하나를 먹고 나니 "엄마, 두 개 다 먹으면 안 돼! 한 개는 아빠가 먹고 한 개는 엄마가 먹는 거야!" 하고 참견을 한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갖다주고 오니 "아빠 한 개 주고 왔어? 우와~ 엄마는 착한 사람이다~" 하며 날 조련한다...


'ㄹ' 발음은 어려운지 언제나 [y]로 발음했는데(그래서 '뽀로로'를 '뽀요요'라고 했다), 요새는 자기만의 요령이 생겼는지 ㄹ보다는 영어의 L 발음에 가깝게 내뱉곤 한다. 근데 그게 제법 그럴듯하다. '브로콜리'를 보면 '블~로콜~리'(ㄹ은 혓바닥을 윗니에 한껏 대고 L 발음)라고... 한때 '위로 아래로'라는 동요를 (발음이 안 돼서) 이상하게 부르길래 듣고 깔깔 웃었더니, 본인도 본인의 발음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위요 아예요"에서 "위ㄹㄹㄹ로 아ㄹㄹㄹ래ㄹㄹㄹㄹ로~"라고 대놓고 굴리면서 부르길래 또 함께 빵 터졌다.


그리고 사물을 묘사하거나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도 제법 세밀해졌는데, 티비로 유튜브를 틀면 리모콘 조작을 하는 나에게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전엔 하도 "이거, 이거"만 해서 "이거라고만 하면 엄마가 잘 모르겠어. 설명을 해 줬으면 좋겠어." 했더니 "밑에 있는 거 첫 번째 거 볼래." 또는 "캐리 누나가 비눗방울 가지고 후 부는 거 볼래." 하는 식으로 잘 얘기해 준다. 그러고 나면 항상 따라붙는 한마디. "내가 엄마한테 설명을 잘했어?" 그리고 내가 목록에서 원하는 걸 못 찾고 있으면 이 말도 잊지 않는다. "또 검색을 해 봐야겠어?"라고. 평소에 내가 하는 말을 통으로 따라하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그걸 기억했다가 상황에 맞게 내뱉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밌다.


참, 그리고 동네 키즈카페에 있었던 뽑기에 대해 물으니 이렇게 대답하기도 했다. "그거 동전 넣고 돌리고 버튼을 누르면 탱탱볼이 나오는 기계?" 생각했던 것보다 체계적인 대답이라 조금 놀랐다. (하지만 대답이 체계적인 것에 비해 발음이 엉성하여... "그거 돈~던 넣고 도~ㄹ~이고 버튼을 누유~면 텐~텐~볼이..." 이런 느낌.)



"엄마, 나 기타 칠 거야. 피크 하나만 줘."



"엄마도 이거 잡고 해 봐. 잘할 수 있을 거야."


그...그래... 열심히 해 볼게 ㅋ


전에 한번은 터닝메카드를 자동차로 변신시키려는데 아무리 맞게 해도 잘 안 되길래 난감해하고 있었더니 새싹이가 내게서 그걸 가져가서는 "자, 봐봐. 내가 방법 가르쳐 줄게." 한다. 그러고선 정말로 뚝딱 변신을 시켜 놨길래 감동을 표현하니 매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가 집에 머무는 동안 내가 피아노를 치는 건 여전히 불가능. "봐봐, 내가 쳐 볼게." 하고는 "도~예~미~파~토~야~티~도~" 하면서 음계를 거꾸로 내려오며 우당탕 내리친다. 저기요, 그거 엉망인 데다 방향도 반대거든요...





가끔 아이의 시선에서 엉뚱한 소리를 할 때도 있는데, 가령 오늘 아침 같은 경우에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시간이 없어서 밥을 먹이는 중에 옷을 갈아입히게 됐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바지를 이렇게 입어야겠어. 알겠지?" 하고 양해를 구했더니,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다. "바지를 입으면 시간이 많아져?"라고. 앗... 그건 생각 못 했던 대답인데.



이건 킨더조이라는 과자(정확히는 초콜릿)를 뜯으면 랜덤하게 나오는 장난감 중 하나. 라켓 같은 것이 2개 들어 있고, 공 같은 것이 하나 있어서 상대방 쪽으로 보내고 받아치며 놀 수 있다. 근데 새싹이는 이걸 내 쪽으로 치면서 "아도~켄!"이라고. 그, 그게 파동권 같았니... 어제는 "아따따뚜~겐!"이라고도 했지. 으, 으음...


그리고 어느 날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가 나무 위에 있었어! #*$@*#!!" 하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린다. 옆에 누워 있던 나는 "새싹아, 꿈꿨어?" 하고 물었고, 잠시 동안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던 아이는 곧이어 "응." 하고 대답한다. 꿈 이야기라니! >.< 하하하. 너무나 웃겼다.


참, 아기가 아주 어릴 때 엄마 배 속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길래, 좀 늦긴 했지만 설마!? 하며 나도 물어봐 봤다.


나: 엄마 배 속에 있었던 거 기억나?

싹: 응!!

나: 정말? 어땠어?

싹: 어~ 갑자기 요구르트가 생겼어.

나: 어엉!?

싹: 요구르트 맛있었어~

나: 그럼 거기는 어떤 느낌이었어?

싹: 액체괴물 느낌이었어!

나: 어엉!?!?!?


처음엔 완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왜냐면 이 아이는 원래 요구르트를 잘 먹지 않지만, 저걸 물은 전날에 아주 오랜만에 유모차에 앉아 요구르트를 먹었었고, 액체괴물은 요즘 빠진 장난감이기 때문에... 그저 본인의 관심사를 나열한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 하지만 SNS에 올려 보니 지인들이 '완전한 배 속 기억에 대한 대답'이라 해 줘서 조금 헷갈렸다. 그래서 반은 딴소리, 반은 진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원래부터 숫자에 관심이 많았지만, 요새는 관심 영역이 시간이나 가격 같은 것으로 확장되어 틈만 나면 나한테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본다. 자기 미니카들을 하나씩 가져오며 "이건 얼마예요?" 하고 내게 묻는 게 최근의 즐거움 중 하나. 처음에는 나도 가격을 그냥 즉흥적으로 막 불렀는데, 나중에는 내가 같은 차에 다른 금액을 매기니까 갸우뚱한 표정을 짓는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놀아 줘야겠네 ㅎㅎ


사진 가운데에 있는 작은 자동차 2개도 킨더조이를 뜯어서 나온 것. 새싹이는 초콜릿을 안 먹기 때문에 장난감만 뜯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긴다. 근데 문제는 가끔 남은 초콜릿을 억지로 뜯어서 날 먹이려고 한다는 거. 엄마는 초콜릿을 안 좋아하니까 주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하루는 진지하게 붙잡아 놓고 말했다. "엄마도 새싹이가 싫다고 하는 건 억지로 안 먹이잖아. 근데 너는 엄마 싫다는 걸 막 먹일 거야?" 그랬더니 그 뒤엔 뜯기 전에 나한테 이렇게 묻게 됐다. "엄마, 지금은 안 먹을 거니?" 나중엔 한 술 더 떠서 "안 먹을 거냐?"라고... 그런 말투는 어디서 배운 거지 -.-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를 묻는 데에도 재미가 들렸는데, 아직 표현이 서툴러서 "오늘은 몇요일이에요?"라고 묻곤 한다. 별건 아니지만 엄마인 내겐 그런 사소한 실수가 심쿵 포인트. 요일별 특징도 조금 익혔다. 월요일이 되면 야채 주스가 배달되고, 목요일에는 동네 장터에 뻥튀기 아저씨가 오시며, 토요일에는 엄마가 피아노를 치러 나가고 그날은 아빠랑 노는 날이라는 것.





요즘 무서워하는 건 파리랑 모기. 아들을 낳으면 키워서 나 대신 벌레를 잡게 하려고 했는데 벌써 망했어요 -.- 날파리 한 마리만 봐도 "엄마! 엄마가 나를 지켜줘!!" 하면서 기겁을 한다. 목욕을 거부할 때 '땀 흘리고 안 씻고 있으면 파리가 찾아온다'는 어필을 하면 어느새 순한 양이 되어 욕실로 제발로 달려오곤 한다.


하루는 내 어깨에 난 불주사 자국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엄마, 이거 모기 물린 거야? 여기서 피가 나?" 하고 묻는다. 이건 모기 자국이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아이는 납득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방으로 황급히 달려가길래 왜 그러나 했더니 잠시 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와서 말한다. "엄마한테 모기가 안 오게 내가 모기향 켜고 왔어!"라고.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꼬옥 껴안고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참, 요즘은 뭘 주면 항상 "고맙습니다!" 하고 대답하는데 그것도 그렇게나 예쁠 수가 없다. 가령 목이 마르다고 했을 때 물만 줘도 금방 고맙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남한테도 그런 걸 강요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데... 어느 날은 친구 엄마한테 받은 커피를 병에 옮기고 있었더니, 그게 뭐냐고 묻는다. "이거, 누구누구 엄마한테 선물 받은 거야." 그랬더니 곧바로 따지고 든다. "엄마, 누구누구 엄마한테 '고마워~' 했어?"라고. 역시 참견대마왕.


또한 아이는 엄마의 조그만 변화도 놓치질 않는다. 아주 조~금 색깔이 나는 립밤을 발랐던 어느 날, 내 입술을 응시하며 "엄마, 화장했어?" 묻는 아들. "아닌데? 안 했는데?" 하니 내 입술을 톡톡 건드리며 "여기 입술에 화장한 것 같은데?"라고. 예리하구나... 그 다음날은 머리를 잘랐더니 "엄마, 미용실 다녀왔어?" 하고 물었더랬지. 그리고 "오늘은 치마 입었네? 예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예쁘단 말이 뭔지는 아는 걸까...ㅎㅎ






넘 귀여운 우리 12월생 얼라들... 요즘 새싹이는 여러모로 행복한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두 남자의 고백을 받고도 대답을 보류 중인 새침데기 소녀와, 뽀뽀귀신 마성의 남자와, 그 와중에 친구들에 대한 잔소리를 잊지 않는 참견대마왕... 과연 이 복잡한 삼각관계의 운명은!?


사실 지금까진 육아하면서 아이의 기질 덕을 많이 본 편이라, 내가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낼 일도 잘 없었다. 근데 요즘 들어 자꾸만 내가 욱할 때가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엄마들을 만나 얘길 하다 보니 다들 비슷한 걸 느끼고 있었고 요즘이 그런 시기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애가 말귀를 알아듣고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를 평가하게 되더라는 것. '다 알면서 도대체 왜 이러지?' 하며 열을 올리다가도, 돌아서서 생각하면 얘들은 아직 멋모르는 꼬맹이들이라는 것을 잊고 있더라는. 늘 조심해야지.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다니기도 좋고, 엄마들끼리 수다 떠는 것도 재밌고, 가치관도 비슷하고, 아이들 성향도 비슷하고... 이렇게 마음 맞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감사한 인연이다. 비록 새침양은 곧 서울 여자가 되어 멀리 떠나가지만 ;ㅁ; 문센에서부터 이어진 우리의 정을 잊지 마오. 부디 이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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