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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육아일기

긍정의 29개월!

꿈토끼양 2016.06.05 01:21


만 30개월을 앞두고, 매사에 협조적이어서 고마운 요즘. 육아를 하다 보면 한 번씩 고비도 왔다가 또 편한 시기도 왔다가 그런다는데, 지금은 편한 시기에 해당되는 것 같다. 차근차근 설명하면 대부분 수긍해 주고, 시키는 것도 야무지게 잘 해내고, 약속한 건 꼭 지키고. 다만,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그걸 적극적으로 발산하기보다는 속으로 꾹꾹 참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다. 그 이야기는 이따 하기로 하고...


아무튼 문장도 폭발하고 귀여움도 폭발하고 엄마아빠의 마음도 폭발하고(!?) 그러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아빠는 요새 새싹의 귀여움에 풍덩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ㅋ





이번 달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기저귀 떼기. 요새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서 최대한 늦게 떼는 게 트렌드라고 하고, 그래서 이번 여름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개월수 앞자리에 3이 오기 전에는 떼고 싶었다. 주변에 먼저 뗀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며칠 만에 뚝딱 완료했다고들 하니, 얘도 이제 말이 통하니까 마음만 먹으면 금방 될 거라 생각했지. 그러나...



팬티 거부. 너무나 거부. 심하게 거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돌아오는 토요일부터는 집에서 기저귀 벗고 쉬도 변기에서 하자?" 하고 미리 설명해 주니 그때는 분명 순순히 "네~" 하고 대답했었는데... 막상 팬티를 입히려니까 얼마나 완강히 거부하는지. 팬티를 입도록 유도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이것이 1차 당황.


"쉬가 나올 것 같으면 쉬 하기 전에 말해 줘, 알았지?" 하니 또 자신 있게 "네~" 하고 대답하더니, 그냥 그 자리에서 싸 버리고 "쉬가 흘러 버렸어!" 하고 사후 보고를 했다. 처음 몇 번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게 몇 주나 지속되는 걸 보고 2차 당황.


당분간은 요의를 느끼면 알려 달라고 하기보다는 시간 맞춰 화장실을 데리고 가 주는 게 나을 것 같아, 시간을 체크했다가 주기적으로 데려가려 하니 아예 변기를 거부. 분명히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자기는 안 마렵다고, 안 갈 거라고 끝까지 떼를 쓰다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실례를 해 버리는 일도 있었고... 그것이 3차 당황.



↑ 화장실 가자고 했을 때의 반응...


그리고 당황의 클라이막스... 잘 먹고 잘 놀고 아픈 곳 하나 없던 애가, 갑자기 밤잠을 자기 전에 "나 토가 나올 것 같아요." 한다. 급히 안고 아파트 복도로 데리고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쐬어주니 좀 낫는가 싶었더니... 집으로 들어오자 저녁에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엉엉 울기 시작. 감기 기운도 없고 열도 없고 잘못 먹은 음식도 없었다. 사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한번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상황이 되니까 기운이 쭉 빠져서는 먹은 것을 다 토한 적이 있었었다. 난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아이가 배변 훈련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그래서 다시 안고 토닥여주며 물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자꾸 변기에 앉으라고 하니 힘들었고 자기는 팬티를 입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가 싫은데 억지로 시켜서 미안해. 우리 당분간은 기저귀 입고 지내자. 새싹이가 팬티 입을 준비가 되면 그때 엄마한테 얘기해 줘. 그때까지 엄마는 기다릴게." 하니까 "네..." 하고는 내 품에 폭 안겨 잠이 들었다.



맨날 팬티랑 바지 빨래만 한가득... 아이가 실수로 속옷에 실례를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이 정석이라는데 이 아이는 초반에 너무나 보란 듯이 싸 놓고는 나를 보고 놀리듯이 즐거워해서 처음에 약간 엄하게 가르치듯이 대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화근이었나 싶기도 하다. 말을 알아듣고 나랑 대화도 하는 애가, 신이 난다는 듯이 속옷에 실례하고 나를 보고 꺄르르 웃는 걸 보니 당시의 나로선 자연히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달까... 하지만 몇 번 그러니까 속옷에 싸는 것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을 조금 느끼는 것 같았고, '쉬가 나오기 전에 미리 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기는 아직 모르겠는데 속옷에는 싸면 안 될 것 같고 변기는 싫었던 모양. 그래선지 정말 몇 시간을 참고 있기도 했다. (아침 7시쯤 한 번 눴는데 오후 3시경까지 참는 일도 다반사...) 나중에는 자기가 바닥에 실례한 곳에 갈 때마다 나한테 "엄마, 미안해요. 내가 쉬해서 미안해요." 하는데 너무나 마음이 찡했다...


간식으로 꼬시거나 폭풍 칭찬을 하는 등 남들 하는 걸 다 해 봐도 별 소용이 없다가, 최근에 효과를 본 것은 뜻밖에도 '땀띠 효과'와 '라이벌 요법'이었다.


여름이 되니 기저귀의 쭈글쭈글한 밴드가 닿는 엉덩이 위쪽에 땀띠가 생겨 버렸고, 거길 간지럽다고 막 긁었다가 피딱지가 앉고 말았다. 별 생각 없이 샤워를 시켰다가 상처 부위에 물이 닿으니 집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댔다. 그때 자기도 깨달았나 보다. 기저귀를 차고 있으면 이렇게 아프고 불편한 게 생긴다는 것을. 그 뒤로는 "기저귀를 하면 땀띠가 생긴단 말이야!" 하면서 팬티를 고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팬티를 입게는 되었지만 여전히 화장실을 잘 가리지는 못하던 그때... 어린이집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배변 훈련에 가담했다. 그 친구는 기특하게도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먼저 표현을 해 줬는데, 그걸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자기도 쉬를 하겠다고 의사를 표현하고 나섰다. 1달을 시도해도 늘 제자리 걸음이더니, 라이벌 출현 이틀 만에 "쉬가 마렵다"는 둥, "배가 아파서 응아를 해야겠다"는 둥, "밤에 잘 때도 기저귀를 안 하겠다"(!!)는 둥... 그리고 정말로 실수하지 않고 척척 잘 해내고 있다. 내친 김에 밤기저귀까지 바로 떼려나!?



역시 손오공에겐 베지터가, 류에겐 켄이, 하니에겐 나애리가 있어야 하는 법인가 보다. 참고로 이 친구는 새싹 조련사... 비눗방울 기계 하나로 싹님을 마구 조련하심 ㅋㅋ


그 친구 엄마 왈, 이제 기저귀까지 떼면 아기의 행동을 모두 졸업하는 거라고, 이게 아기로서의 마지막이라 말해 줬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뒤집고, 기고, 걷고, 젖을 떼고, 이유식을 졸업하고, 말문이 터지고, 이제 기저귀까지 떼게 되면... 지금까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 해 봤었는데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기로서의 너도 훌륭했으니 이제 어린이로서의 너도 멋질 거야!!


(그리고 그 멋진 어린이 김새싹은 동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모르는 할아버지(추정 나이 80세)한테 "나 네 살이다! 나 변기에 쉬했다!" 하고 자랑을 하더라는...)





요새 갑자기 어디 나갈 일이 많아졌는데, 여전히 운전을 못 하는 엄마 때문에 둘이서 나갈 땐 늘 뚜벅이지만 걷는 것도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묵묵히 잘 따라줘서 참 기특했다. 지하철 안에서도 얌전히 앉아서 장장 1시간 이상을 버텨 줬다. 가는 길이 심심할까봐 본인의 가방에다 장난감을 잔뜩 챙겼지만 거기서 꺼내 놀려고 하지는 않았다. 노약자석에 앉으니 거기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귀엽다고 사탕과 과자를 잔뜩 주셔서 받기는 했으나...



표정이 뚱한 이유는 할아버지한테 받은 사탕이 자일리톨 사탕이었기 때문...;; 엄마로서 조금 짠한 것이, 먹어보고 매우면 뱉으면 될 텐데 사탕을 주신 할아버지가 바로 앞에 계시니까 차마 그러진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조용히 내 손을 잡아끌면서 "엄마..." 한 마디만 했다는 것. 그래서 "매우면 그만 먹고 뱉을까?" 해 주니까 그제서야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린다. 아이고... 새싹아...ㅠㅠ


배변 훈련 때문에 토했을 때도 그랬고, 그 밖에 스트레스 상황에서 버티는 걸 봐도 그때그때 발산하지 못하고 속에 좀 묻어 두는 성격인 것 같다. 많이 속상할 법한 상황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의연하게 행동할 때가 간혹 있는데, 그 다음날 정도에 조심스레 물어보면 그제서야 감정을 터뜨리며 내 앞에서 엉엉 울고... 내가 자주 물어보고 다독이면서 아이의 감정을 잘 케어해 주는 수밖에.


그나저나 저 날은 내가 노선을 잘못 보는 바람에 5호선을 타고 가다가 한 번 내려서 도로 반대쪽 5호선을 타고 몇 정거장을 돌아갔었는데, 그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면서 5호선에서 내리니 새싹 왈, "보라색 지하철 또 탈 거야?" 하고 물었다. 헉... 5호선을 2번 탔던 것을 기억했단 말인가...!? 아이의 기억력에는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실은 블로그에다가는 안 썼지만 작년 가을쯤에 아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버렸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어디 밖에서 그랬던 건 아니고 우리 아파트였기는 하지만, 당시 두 돌도 안 된 아이가 혼자 꼭대기 층까지 타고 가는 바람에 나는 목청이 터져 피가 나도록 아이를 찾으며 돌아다니고... 결국 관리사무소에 데리고 가 주신 어떤 아주머니 덕에 무사히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어느 날, 갑자기 맥락도 없이 그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하고 엘리베이터 탔는데 엄마는 안 올라가고 나 혼자 올라가 버렸어."란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하고 물으니 자기는 잉잉 울었다고.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어떻게 관리사무소까지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하므로) 더 물으니, 엘리베이터가 열리니까 어떤 아줌마가 있더란다. 그리고 아줌마가 몇 살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몇 살이라고 대답했어?" 하니까 자기는 대답을 안 하고 울기만 했단다. 작년 가을이면 말을 할 때긴 했지만 지금처럼 문장 단위로 능숙하게 구사하진 못했을 때였는데...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그 상황을 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놀랍고 신기하고 그랬다.


기억력은 일상생활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어느 날은 동네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나가서 반찬 사고 뽀로로 음료수 사고 그러고 집에 가자"고 꼬셨는데, 반찬 가게에서 돌아가는 길에 아이도 딱히 음료수를 요구하지 않고 동선도 좀 꼬여서 그냥 그대로 집에 들어온 일이 있었다. 그러고 집에서 한참을 놀다가, 이제 그만 저녁을 먹자고 하니 갑자기 음료수를 달라고 한다. "집에 음료수 없는데?" 했더니 "어, 아까 엄마가 나한테 '반찬 사고 음료수 사고 집에 가자~'라고 했는데?"라고 반문하는 아이. 그래서 "엄마가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못 갔네. 미안해." 하고 바로 사과한 다음 그 길로 신발 신고 같이 나가서 음료수를 사서 들어왔다.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것에 명분이 있으려면 나도 약속을 확실히 지켜야겠지. 말의 무거움과 중요함을 매일같이 깨닫는 요즘이다.






지난번에 신체 활동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간 어린이집 선생님이랑 상담도 하고 이래저래 관찰도 해 보니 발달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결론. 다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성격 탓인 것으로... 소셜에서 산 잠실 뽀로로파크 티켓 유효기간이 다 되어 가서 최근에 한 번 다녀왔는데, 생전 하지도 않던 '조형물에 등반했다가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열심히 하고 놀았다. 그걸 보고 조금 안심.



장난감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여전히 터닝메카드를 비롯한 자동차류. 터닝메카드는 분명 햄스터가 틀림없다. 눈을 감았다 뜨니 벌써 13개가 되었네... 놀라운 속도로 증식하고 있다;; 아직 과격하게 놀진 않아서 저게 부서지거나 하진 않았는데, 처음부터 약간 불량품이 있는 듯 변신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는 것들이 몇 개 있다. 아는 언니 왈 망가져도 왕복 택배비만 부담하면 제조사에서 고쳐 준다고... 근데 뭐 그렇게까지 할 것 있나 싶기도 하지만.



집에 오신 친정엄마가 전화로 아빠한테 터닝메카드를 설명하면서 "무슨 변호사가 있고 그러네."라고 하셨지. 엄마, 변호사가 아니고...



젠가나 나무 블록도 늘 자동차를 위한 들러리.. 도로를 만들어서 부릉부릉 시키는 걸 꼭 한 번은 한다.



옆에서 별 생각 없이 나무를 쌓아 봤는데 주차장처럼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레고도 좋아한다. 이제 듀플로는 잘 안 가지고 놀고 작은 레고를 선호한다. 요새 마블 캐릭터에도 관심이 생겨서, 저런 걸 사 줄까 싶어서 "헐크 살까? 아이언맨 살까?" 하고 물으니 "그거 아니고 또 뭐가 있어?"라고 묻는다. 캡틴 아메리카는 적당한 게 없어서 일단 저렇게 샀다. 아이언맨 가면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게 넘 귀엽다 ㅋ



바퀴 달린 걸 워낙 좋아하니 레고 프렌즈 중에 기차랑 자전거가 있는 것도 한번 사 봤는데 역시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의외로 우체통에 편지를 집어넣었다 뺐다 하는 걸 아주 좋아해서 한참을 그것만 하고 놀았다. 근데 자꾸만 날더러 자전거를 씽씽 하라고 역할을 부여해 주길래 나중엔 좀 귀찮아져서 옆으로 치워놔 버렸다;



같이 놀다가 내가 만든 조그만 생물들. 이런 걸 만들고 있으면 같이 노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다!






티비에서만 보던 스파게티 요리사 세트가 아는 누나네 집에 있는 걸 보고 매우 부러워했는데, 그걸 본 미모의 이모가 나랑 만나기로 한 전날 밤 마트를 뒤져서 이걸 사 주고 가셨다 ㅠㅠㅠㅠ 어헝헝헝... 감사합니다. 저 환희에 찬 표정... 요새는 어떤 장난감을 누가 사 줬는지를 항상 의식하기 때문에, 사 준 사람 이름을 똑똑히 각인시켜 놨다. 흐흐흐. 이걸 가지고 놀 때마다 미국을 바라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큰절을...


근데 내가 처음에 실수를 좀 한 게 있다. 뺀질거리며 말을 안 듣는 상황이 왔을 때, "너 자꾸 이러면 스파게티 세트 이모더러 다시 가져가라고 한다?"라며 협박의 소재로 써먹었던 것. 그러나 아이에겐 그게 아주 큰 불안 요소였는지, 가만히 잘 놀다가도 "이거 이모가 다시 갖고 간대?" 하고 내 눈치를 보면서 주뼛주뼛 묻는 거였다. 아아, 나는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말을 아이에게 해 버린 것인가... 그래서 그런 말 해서 미안하다고 확실하게 사과했더니 그 다음부턴 묻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런 걸로 치사하게 애한테 협박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휴.



아들이 처음으로 만들어 준 스파게티. 아아, 감개무량...



그런데 그 직후 짜장면과 칼국수를 뽑더니, 야채는 자기가 먹겠다며 엄마는 면만 먹으란다 -.- 어이...



라면도 시원하게 한 그릇 뽑아내고...



근데 역시나 길쭉한 점토가 있으면 알파벳을 만드는 본능... 저 위의 ABCD는 내가 만들어 준 거고 그 뒤로 본인도 열심히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동차 친구들한테도 인심 좋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본능...;;





요즘 새싹이는 아빠랑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퇴근 시간도 항상 늦고 주말 출근도 일정치가 않아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 별로 없었는데, 3주 전부터 무조건 토요일을 내 주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몇 년 만에 피아노 레슨을 다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으으으... 감격 ㅠㅜ


사실 내가 그동안 생각을 못 했던 게 있는데, 아빠가 아이를 보려고 해도 내가 집에 있으면 그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특히 나처럼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엄마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주말마다 나가는 것도 지금까진 여의치가 않았다. 상술했다시피 남편은 비정기적으로 주말 출근이 잡혔기 때문에 내가 요일을 정해서 규칙적으로 외출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때그때 비는 주말마다 약속을 잡아 나가기엔 나도 그럴 여유가 별로 없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이 비정기적으로 정기적인 용무를 잡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제는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토요일은 출근하지 않도록 다소나마 조정이 가능해졌다 하니 나도 겸사겸사 내 시간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학원까지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마저도 기분전환이 돼서 좋고, 그 시간에 책을 읽으니 오히려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느낌도 들고,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와 농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고. 아무튼 좋다!!




내가 나가 있는 동안 각종 인증샷을 보내 온다. 아래 사진은 새싹이가 만들고서 "이건 버스야!" 하고 의기양양하게 아빠한테 보여 줬다고.



그리고 아빠랑 게임도 종종 같이 한다. 뭐, 엄밀히 아직 같이 하는 수준은 아니고 ㅋㅋ 하는 척만 하지만. 대전격투게임 중에서도 스트리트 파이터와 그 외의 것을 확실히 구분하는 듯하다 -.- (본인은 '아도~켄'이라고 부름) 그리고 스파5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레인보우 미카. 다른 캐릭터를 고르면 자꾸만 미카 누나를 보여 달라고...



어느 날 아빠랑 엄마랑 같이 갔던 코코몽 팜빌리지라는 곳. 애초에 코코몽에도 그렇게 관심이 없고 얘가 좋아할 만한 시설도 별로 없어서 많이 즐기진 못했는데 그래도 모래놀이 하는 곳에서는 꽤 놀았다. 커피잔에다 흙을 담아서 아빠한테 먹으라고 주자, 아빠는 흙을 바닥에 몰래 버리고는 "아빠 진짜로 다 먹었다!" 하면서 새싹이에게 잔을 돌려줬다. 그러자 새싹은 정색하며 "흙은 먹는 거 아니야! 아빠가 흙 먹었어!!"라고 했지. 그리고 아빠가 똑같이 흙을 담아서 새싹에게 건네주며 먹으라고 하니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커피 못 먹어."라고 대답.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배꼽이 빠질 뻔...






요새는 뭔가 먹을 걸 갖다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새싹님. 반찬은 여전히 많이 가리고 있지만 이제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먹고 싶은 반찬을 말해줄 때가 있어서, 리퀘스트를 들은 날이면 부리나케 준비하곤 한다. 어느 날 아침에는 뜬금없이 사과랑 미역국을 같이 먹고 싶다고... 부랴부랴 대령했다.


요즘은 내가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까지 간섭하며 나를 조련한다. "엄마도 밥 먹어. 자, 봐봐? 나도 먹는다?" 하며 야무지게 한 입. 덕분에 나도 안 먹을 수가 없다 ㅎㅎ 내 인생에 언제 이렇게 또 사랑을 받아 볼까 싶을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는 요즘이다. "새싹이는 뭘 먹고 이렇게 귀여워요?" 하고 물으니 해맑게 "나는 저녁 먹고 귀여워요!"라는 대답을...



감각이 예민하여 큰 소리를 들으면 귀를 막는 새싹은, 그거랑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살도 어마어마하게 심하다; 하루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손바닥에 상처가 났길래 마데카솔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 줬는데, 그 밴드가 떨어지는 날=지구 종말이 찾아오는 날 급으로 엄청나게 호들갑을 떨어댔다. 미리 사 놓은 헬로카봇 밴드가 있어서 다행이었고, 또 다행히 새싹이가 아는 캐릭터(싼타페 에이스, 아반떼 프론 - 다른 캐릭터는 모름) 둘이 밴드에 그려져 있길래 "싼타페 에이스하고 아반떼 프론이 널 지켜줄 거야" 드립을 쳤다. 나는 모든 밴드의 프린팅이 같은 줄 알았지. 근데 밴드가 떨어졌길래 얼른 새 걸 뜯어서 붙이니... 아뿔싸, 걔들이 없다 -.- 조금 당황했으나, 그 둘을 찾는 아이에게 "싼타페랑 아반떼는 이제 밤이 늦어서 자러 갔어. 새싹이도 자러 갈까?" 하고 무리수를 던진 다음 '아, 망했다...' 하고 있는데 의외로 아이는 "자장자장하러 갔어요? 나도 자장자장 할래요." 하며 납득......






육아일기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꼭 이걸 쓰기 전엔 이것도 쓰고 저것도 써야지 머릿속에 잔뜩 떠올랐던 것들이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그런데도 말은 또 은근 많아서 늘 기나긴 글이 되어 버리더라는 거... 오늘도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썼지만 생각했던 것의 반의 반은 썼나 모르겠다.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는 메모장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먼 미래에는 발명되려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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