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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고독한 수집가

2014.3.15 아키하바라 3대 레트로 매장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16.

 올해 초, 두 달 동안 일본에 다녀왔다. 꿈에 그리던 일본에서의 회사 생활이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일본에서 계속 일하게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결국 가족이 다 건너오기에는 무리가 있어 결국 출장으로 마무리했다. 돌아온 뒤 여러가지 일로 정리하지 못한 사진들을 이제야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는 대로 한 묶음씩 써볼까 한다. 주로 게임 이야기가 되겠지만 돌아다니며 들른 음식 사진이나 잡상도 함께. 

 

출장 첫 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뒤 맞은 주말은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나니 이미 오후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동네 근처나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동네가 아키하바라..회사에서 맨션을 이곳으로 잡은 것은 나를 위한 배려였을까 아니면 그냥 우연이었을까?  

 

 

맨션에서 찍은 동네 풍경. 아키하바라와 아사쿠사바시 사이에 있는 동네였다. 

 

 

오기 전부터 벼르던 야스베에! 츠케멘은 여기가 갑인 듯. 오오모리가 무료인데, 주문하면 (좋은 의미로)밀가루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스프도 멘마랑 돼지고기가 충분해서 따로 토핑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 

 

 

 

첫 주말이니만큼 아키바 레트로 상점을 오랜만에 돌아보기로 할까.. 지난번에 포스팅한 트레더 본점슈퍼 포테토는 털만큼 털었기 때문에, 오늘은 자세히 보지 못했던 레트로게임 캠프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JR 아키바역에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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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더 3호점 왼쪽에 자그만하게 있어서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캠프라는 글자가 워낙 작아서 지금까지 가게 이름이 '레트로게임'인 줄 알았다. 가게가 좁은 데해 비해 물량이 많은 편. 그래서 천천히 구경하기는 조금 힘겨운 곳이다.

 

 

 

PC엔진 휴카드들은 저 작은 일러스트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특히 드래곤 스피리트. 오른쪽에 우리나라에 '바이스타' 라는 이름으로 수입되었던 터보 그래픽스 16의 에어종크(PC전인)도 보인다.

 

자레코의 탑 뷰 슈팅 분노의 요새 GB판. GB판도 나온 것을 보니 SFC판이 그럭저럭 팔렸었나 보다. 다만 배경설정은 완전히 다른 듯.

 

닌텐도의 RPG 개구리를 위해 종은 울린다. 일본어 모를 때 무작정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다. 3DS 버추얼 콘솔로 구입했지만 그리 손이 가지는 않는 타이틀.

 

많다...

 

 

정말 많다...

 

 

 

무지 많다!!

 

 

 

 

 

처음으로 내 손에 들어온 게임보이 어드밴스 SP. 발매시기가 딱 군복무 시절이었고 제대 후엔 NDS발매 초읽기였던 탓에 나하고 인연이 없었던 기계. NDS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저 그런 양산형으로 보이는데 이녀석은 시간이 갈수록 빛이 나는듯. 스마트폰 액정에 익숙해진 지금 백라이트 밝기나 액정의 선명함이 그렇게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맛이 있으면서 플레이에는 불편이 없을 정도다. 다만 이어폰 단자가 없다는 것이 충격과 공포 -_-; 

 

 

 레트로 상점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제 물량이 점점 줄어가서 레어한 것한 것은 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거나 알팩인 경우가 많았다. 몇십만개 단위로 팔린 게임들이야 상태 좋은것도 꽤 있어서 입문자(?) 분들은 수집을 목적으로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래서인지 레트로 매장에는 일본인은 거의 없고 서양인이 되려 더 많이 보인다.

 

 

 

 

전에 트레더 정크 코너에서 점원이 알려준 소프맙 레트로도 발견.

 

음...이건 정크의 냄새가 난다. 연구삼아 살 게임이 없는지 뒤적거려 보았다.

 

결과는 친구가 부탁한 파치슬로 게임 정도. 하지만 접근성을 위해 SFC판은 관두고 나중에 PS2판을 사기로..

 

 

물량은 많지만 트레더 정크 코너와 비슷한 상품 구성이다. 대부분의 게임이 100엔 안팏이니 새턴 세트를 처음 구비할 때 들르면 좋을 것 같다.

 

  구경하러 나왔는데 어째 중복 물품만 본 것 같으니 항상 볼거리가 있는 슈퍼 포테토로 향해 보자. 

 

 

역시 슈퍼 포테토. 보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PC엔진 게임들.

 

 

3천엔대가 되고 만 3DO 리얼과 리얼 2. 3DO는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작은 파문을 남긴 정도였지만 기기 컨셉만 잡고 제조사가 커스텀해서 내는 구상은 꽤 획기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얼라이브'도 꽤 선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기억나는 게임이 D의 식탁과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X정도 뿐이라는 것.

 

 

기기는 한대 들여놓으면 흡족하게 생겼건만..

 

슈퍼 포테토에도 이런 착한 가격이! 고민 없이 구매했다. 일본 중고샵의 '박스 설명서 상처 있음'은 실기스 있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슈퍼 포테토의 좋은 점은 게임 공략집 코너가 있다는 것. RPG의 경우는 끝까지 해 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나와있는 공략집을 꼭 함께 구하는 편이다. 아이디어 모을 때도 게임을 직접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때가 많다. 

 

 

게임보이 미크로 패미콤 버전. 찍을 땐 몰랐지만 왼쪽은 2P패드 사양이다. 마이크로 무엇을 하는 것일까..

 

 

레트로 알뜰시장 경매에 분홍색이 올라왔던 MX-10 등장. 마치 요즘 노트북을 보는 것 같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걸 사 와서 뭘 할 수 있는 건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게임뮤직 코너. 게임 OST들은 생산량이 적어서인지 게임보다 훨씬 가격이 비싸다. 젝세스는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구극 타이거2, 

 

 

마무리는 트레더 정크 코너로. 2년 전 다시 발걸음을 했을 때에 비해 물량이 많이 줄었다. 이제 PC엔진 듀오는 어디서도 보기가 힘든 듯. 생각해보니 PC엔진에 대한 집착이 나를 고독한 수집가로 만들었다 -_-; 그 이야기는 다음에 또..

 

 

고에몽 팬인 나도 처음보는 게임.

 

뭔가 룰이 신박해 보이는데..결국 애매해서 내려놓음.

 

몬스터 레이스라는 게임이이 있길래 구입했다. 결과적으로는 포켓몬이 히트할 때 코에이에서 내놓은 포켓몬 파쿠리 게임인데, 의외로 레이스 게임성은 나쁘지 않았다. 인기가 있었는지 나중에 PS로도 리메이크된 모양.

 

 

 

1층에는 예전에 룰이 신박해 보여서 공략집만 샀던 메탈기어 애시드가 있어서 집어들었다. 언제 해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리버티였던가 어딘가 돌다가 있길래 구입한 히스테릭 블루 첫 앨범. 처음 본 앨범 자켓은 좀 난감했지만 내 청춘에 수없이 들은 앨범이었던지라..

 

 

 

한나절의 나들이를 마치니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에는 오랫만에 만나는 일본어과 동기들과 술 한잔. 여기에는 재미있는 서비스가 있는데..

 

 

명함을 만들어 준다. 마일리지처럼 쌓아서 진급을 하는 듯.

 

곧 결혼하는 친구를 위한 초콜릿 메시지.

 

완전 감동한 초콜릿 메시지. 점원은 쑥쓰러워하며 구글 번역기에 넣어서 그대로 옮겼다고 하지만 그 정성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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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 한복판에 있는 塚田農場라는 이자카야 체인으로 아키하바라를 도는 날은 멀리 갈 것 없이 여기서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다. 

 

 

 그야말로 게임에 흠뻑 파묻혀 힐링했던 첫 주말. 왠지 앞으로의 생활은 주말만 기다리며 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키하바라에는 레트로 게임의 성지가 두 곳이나 더 남아있었다. 오늘 돌아본 세 곳은 아키하바라 중앙로의 3대 레트로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 2014.3.16 이케부쿠로 북오프와 아키하바라 Mulan 읽으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