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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기획 이야기

[ETC]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젠스 인터뷰 - 라이징의 진실 -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2. 15.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젠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인터뷰 영상.

 작년 E3때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액션'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 오늘 유튜브를 돌다 최신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뭔가 안드로메다로 갔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웹페이지를 둘러보고 플래티넘 게임즈와의 콜라보레이션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다! 홈페이지에 기적의 콜라보레이션은 이렇게 탄생했다! 는 영상이 있길래 재생 시작. 트위터 보면 코지마 감독이나 카미야 대인이 면식도 있고 종종 교류를 하는 것 같아서 뭐 친한척좀 하겠지 했다. 그런데...

 한마디로 본격 거대플젝 접히고 다른 회사에 외주 맡기는 영상. 

 내용인 즉슨, 라이덴을 주인공으로 메탈기어 2와 4 사이라는 설정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E3에 트레일러도 내고 개발을 진행해가는데 게임 디자인이 그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각자 따로 놀다 결국 작년 말에 중지되었다는 사실. 몇년 전 디스이즈게임에서 본 '접기 어려움. 가장 크게 망함'이후 오랜만에 게임 디자인의 무거움●을 한껏 통감했다. 게임 디자인 일을 하면 할수록 컨셉 기획이 더 어려워지기만 하는 요즘이라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개발진 중 콜라보레이션 후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표정이 참...미묘하게 슬퍼 보인다고 할까? 인터뷰 시작 때 차분하던 코지마 감독도 끝날 즈음에는 표정이 굳어지는 느낌. 이어지는 플래티넘 게임즈 인터뷰에서 개발진들은 넘버링은 아니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IP를 우리에게 넘기다니 정말 영광이라며 겸손해하지만, 표정과 목소리 톤에서 이런 액션은 우리가 갑이지 하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개발진이 코지마 프로덕션과 플래티넘 게임즈로 양분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인터뷰를 보면 플래티넘 게임즈에 바톤을 넘긴 것에 가깝다. 플래티넘에서 원하는대로 설정도 바꾸고 리얼함보다는 그저 멋있고 때릴 때 기분좋은 게임으로 방향성을 전환했다고..게임 영상 역시 그것을 증명하듯 플래티넘표 액션 게임 그대로를 보여준다. 메탈기어를 좋아하긴 하지만 게임 디자인 상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했던 답답함이 한 방에 날아가는 느낌. 메탈기어를 들어서 던진 뒤 하늘로 도약해서 두동강내버리는 장면에서는 플래티넘답게 한 발 앞서나가 있다.



 하지만 본래의 라이징 개발진이라면 이탈한 사람이든 남아있는 사람이든 참 속상할 일이다. 작년 E3에서 본 라이징은 분명 대단했다. 메탈기어의 테이스트를 간직하면서도 자르는 액션만큼은 이전에 본 적 없는 탁월한 것이었다. 플래티넘의 라이징은 분명 재미있어 보이지만, 메탈기어보다는 플래티넘의 신작 게임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최고의 인력과 자원, 보장된 IP를 가지고도 게임 디자인이 진척되지 않다니 어찌 된 일일까? 추측해 보자면 개발 중'이게 정말 재미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겨났고, 결국은 제한된 시간 내에 그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이런 의문이 개발 도중에 들면 어려워지는 이유는 본래 생각지 않던 '시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만든 것을 활용할까 버리고 새로 만들까, 새 컨텐츠는 기획을 충분히 하고 개발할까 일단 개발하고 생각할까 등등등...물론 개발할 때 항상 고민하는 문제지만, 가장 큰 고민이 이런 것들이 되면 재미있는 것을 만들 생각은 하기 힘들게 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애초에 잘 만드는 것이다. 다시말해 그런 방법은 없다. 

 다만 이런 상황이 왔을 때 고민을 덜어주는 방법은 만들었던 것들을 잘 보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A를 만들었는데 방향이 바뀌어 B로 수정했다면, 비록 자원이 들더라도 A를 버리지 말고 언제든 살릴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후 B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A를 대안에 올려놓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 A를 약간 개선한 A'를 개발하거나 A와 B를 합치거나 교차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사용 가능한 자원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이 콜라보레이션 역시 잘 보존된 것을 살려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힘든 결정을 내린 코나미에게 박수를 보내며, '무엇이든 제대로 베는'액션게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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